사기의 진화

롱 롱 타임 어고우~~

“스팅”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풋풋한 시절의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로, 그 주제곡이 하도 유명해서 아직도 동네 피아노 교습소를 지나다 보면 그 낯익은 멜로디를 수시로 들을 수 있기도 한 그 영화.

아직도 그 영화에 필적할만한 사기 영화를 본 적이 없고, 그 영화에 대적할 만한 반전영화를 본 적이 없다.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도 이 스팅에 비하면 한 수 접어줘야 될 수준.

스팅에서는 수많은 동조자들이 힘을 합쳐 거물 악당 한명을 속여 넘긴다. 그것도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사기를 친다는 거다. 아주 통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사기는 그 반대로 벌어진다.

몇몇 사기꾼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권력자들이 참여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돈을 뜯어간다. 그리고 당한 사람들은 피를 토하게 되지만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도, 돈을 회수할 방법도 없어진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복잡성을 이용한 기가 막힌 구조적 사기들..

이런 사기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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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당대의 사기라면 BBK가 떠오른다.

이런저런 묘사가 많고 도대체 BBK 사건이 무슨 사건인지 아직도 헷갈리는 독자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BBK의 본질은 몇몇이 모여 구라를 쳐서 회사를 막 만들고 없애고 금융차력쇼를 벌이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주가 조작을 통해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의 등을 쳐먹은 사기사건이다.

아무리 잘 설계된 금융사기라 해도 없는 돈이 생기지는 않는다. 어디선가 수많은 사람들이 몇천만원 몇억원씩 잃어 버린 돈이 누군가 한 두명의 호주머니 속에 모여 수백억대 규모의 사기사건이 되기 마련이다. BBK는 그런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잃어버린 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법정에서 승소를 하고서도, 숨겨둔 뭉칫돈이 스위스 계좌에 있었고, 미국 판사가 동결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돈은 가카의 호주머니로 들어가 버렸다.

또 있다.

CNK 사건 말이다. 아프리카 어딘가에 다이아몬드 광맥이 대박이 났다고 사기를 쳐서 역시나 또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턴 사건이다. 역시나 권력층이 개입했고, 역시나 주가조작의 수순을 밟아 사람들의 돈을 긁어 모았다. 그렇게 모인 돈은 몇몇 권력자들, 심지어 국가 공무원들의 주머니로 배분되었다.

이 돈들.. 되찾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거기에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초리조차 싸늘하다. 씨바, 니들도 돈 벌려고 뎀볐다가 사기 당한거자네~

주가조작이라는 게 사실 그렇다. 피해자들 역시 땀 안흘리고 돈을 벌려는 의도가 하나도 없었다고 절대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동정도 받기 힘들다.

이런 주가조작 방식의 사기는 좀 식상하다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일반 시중은행보다 새발의 피만큼 더 이자를 준다고 꼬여서 시장통 노인분들 주머니돈을 긁어 모아서 흥청망청 써버린 저축은행 사기사건 말이다.

그래도 저축은행이라면 은행의 일종이다. 최소한 등록도 안한 사채업자는 아니라는 거다. 국가 금융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예금자들의 예금을 모아 운용하는 과정에 있어서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되는 기관들이다.

이런 기관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예금을 모아서 되도 않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이거 설명하자면 길어지니까 통과.)나 벌여서 리베이트 챙기고, 권력자들에게 정치자금 제공하고 그러다 보니 돈이 바닥나고, 에라 모르겠다~ 배째라~ 이러는 거잖아.

이거 역시, 몇몇이 모여 권력을 동원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사기를 쳐서 거액을 챙기는 전형적인 사기술의 한 사례이다.

이렇게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메카니즘은 동일한 사기. 그런 사기가 진화를 하다 하다 궁극의 사기가 등장해 버렸다.

제주 7대 경관 사기. 

이거 사기 아니라고? 내가 보기에는 아주 전형적이고 위에 언급한 사기술과 그 메카니즘을 정확하게 같이 하는 사기술이다. 다만 그 사기로 인해 모인 돈이 어디로 갔는지만 아직 안 밝혀졌을 뿐이다.

국제 사기단이 전세계를 돌며 지역 자치단체나 관광협회 등 조직을 꼬여 끌어들이고, 수많은 일반인들의 주머니에서 코묻은 돈을 빼내 끌어모아 나눠 먹는 글로벌 사기. 이 사기에 한발 걸치는 통신회사들.

메카니즘은 단순하다. 우리 동네에 기막힌 관광자원이 있는데, 그걸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용한다. 그 관광자원 옆에서 식당차려 돈 버는 사람들은 그러고 싶지.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서 찾아오면 자기네 식당 매상도 오를 테니까. 식당 뿐 아니라 기념품 가게, 숙박업소, 술집, 등등등..

이렇게 매상이 오르면 세금도 많이 걷힐테니까 지자체도 좋지. 결국 지자체도 합류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서서 설치면 좀 곤란할 수도 있으니 무슨 단체도 하나 끼워주자.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무슨 범국민추진위, 선정위원회 뭐 이런 조직들이다.

심지어 저 범국민추진위 같은 단체에는 정운찬 전 총리, 영부인=가카의 마눌님 등까지 끼워져 있다. 각각 위원장, 명예위원장이다.

아니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인가 세븐 원더스인가에 선정되는데 일반인들이 돈을 내질 않잖아. 돈을 안내는데 어떻게 사기가 되지?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바로 거기에 통신사 KT의 역할이 스며들어 있는 거다. 선정 과정은 전화투표로 진행된다. 선정되고 싶은 열망은 수도없이 눌러 대는 문자메시지 투표로 나타나고, 이 열망은 지자체의 의해 부풀려져서 공무원들은 아예 전화기에 장치를 달아 하루죙일 자동 투표를 하도록 세팅하는 기괴한 행동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렇게 진행된 전화투표 문자메시지 투표는 모두 통화료가 부과되는데, 그 통화요금에 KT가 상상을 초월하는 바가지를 씌워 버린거다. 국내통화인데 국제전화라고 사기를 치고, 문자메시지 투표 비용도 일반적인 국제문자 비용 100원/통화를 한참 웃도는 150원을 받아 버린다.

근데 그게 국제문자가 아니라니까! 통화당 십몇원도 안하는 국내문자라니까~~

허탈해서 쓴웃음이 나올 수준이다.

이렇게 몇푼씩 긁어 모은 돈이 수백억 규모가 된다. 배분은 아마도 국제사기단인 뉴세븐원더스, 그리고 KT, 그리고 기타 이 과정을 추인해준 권력자들. 제주도 지자체는 속았을까? 아니면 알고도 한몫 했을까? 정운천은? 김윤옥여사는?

결국 저 뭉칫돈 수백억은 어디서 나온걸까? 순수한 마음에 수십통씩 투표를 했던 주민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비율이 낮다고 해서 이 사기의 죄질이 덜해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수백통씩 걸던 제주 지자체 공무원들. 이들이 자기돈으로 통화비를 내나? 제주도의 예산으로 낸다. 그 예산은 어디서 왔지? 국민들의 세금이란 말이다. 세금.

그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에서 통화비를 수백억을 내야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KT가 만들어놓은 국내 네트웍을 통한 저비용의 시스템을 이용한 댓가로 국제전화보다 더 비싼 바가지 요금을 내야 되는 거고.

그 와중에 KT가 통화요금을 몇십억 깍아 줬다고 고맙다고 얘기하던 제주 지자체 고위 공무원의 말이 떠오른다. 그게 그렇게 고맙더냐. 한심한 바보인거냐, 두얼굴의 흉악한 사기꾼인거냐.

만약 제주도가 알고서 이 사기극에 동참했다면, 죄질은 더욱 더 흉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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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사기는 그 테크닠의 측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진화해 왔다.

이미 나 혼자 정신차린다고 해서 사기에 안 당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태껏 예를 들었던 사기사건을 보면서, 킥킥 거리면서 바보같은 개미들, 지가 욕심을 부리니까 그런 사기를 당하지~ 하면서 비웃을 마음이 생기시는가?

그러면 제주 7대경관 사기에 당한 제주도민들은 어떠신가? 멍청하게 속아서 전화 투표 하는 거 그거 자기 장사 잘되라고 한거 아니냐고 비웃으실텐가? 그런데 세금이 날아가 버린건 누구책임이지?

자, 저런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을 보며 비웃을 자신이 있는 분이 있을까 싶어서 마지막으로 거국적인 사기 사건 얘기 한가지만 더 해보자.

저런 찌질한 사기사건의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있는 궁극의 사기.

이 한반도 남단에 존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속해 있으며, 한번이라도 세금을 내본 적이 있는 납세자라면 단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당한 그 사기.

바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되겠다.

수십억? 수백억? 그런 단위는 쪼잔해서 언급할 마음도 없다.

무려 수십조에 달하는 국가 예산이 퍼부어진 사업이다. 그거 실용성 하나도 없는 걸로 드러났다. 지금 낙동강 주변에 가보면 강바닥 긁어 올려 쌓아둔 모래가 어마어마하게 퇴적되어 있다. 그 모래들? 돈받고 팔거라고? 각종 보 하류에 생긴 세굴현상으로 인해 패여나간 강바닥에 도로 다 가져다가 쏟아 부어야 될지도 모른다.

노회찬이 4대강 사업 비판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4대강 사업, 그거 나도 할 자신 있다. 그냥 여의도만한 땅 잡아서 다 파냈다가 도로 묻으면 된다.”

이거 말이다. 이거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4대강 강바닥 다 파냈다가 도로 묻고 있잖은가.

여기서 생긴 수익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초대형 국가규모의 사기극의 주동자들이 인 마이 포켓 했을거잖아. 줸장..

차라리 돈이 가지고 싶으면 그냥 1조원 정도 가지고 가라. 국가 예산 수십조 동원해서 강바닥 다 파헤쳐놓고 리베이트로 1조 챙기지 말고. 그거 복구하느라 우리는 또 수십조 써야 된다 말이다.

결국 우리는 정권 하나 잘못 뽑아 놓은 덕분에 눈뜨고 수십조를 강탈당해 버린 사기극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그 돈이면 대학 등록금을 몇년동안 공짜로 해 줄 수도 있고, 전국의 유치원 아이들을 몇년씩 공짜로 가르치고 멕이고 할 수 있는 돈이다. 이 큰 돈이 그냥 공중에 뿌려지고 그 중의 일부가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간거다.

몇천억씩 챙기고 아직도 욕 퍼먹고 있는 전두환 노태우가 오히려 착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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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기는 개인적인 범죄의 영역을 벗어나서 글로벌 수준으로 진화해 버렸다.

이런 사기에 안당하는 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진짜로 다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전국적으로 그걸 알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투표천국 기권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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