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특집 – 서로 사랑하라~

오늘은 이천년전에 살았던 예수라는 한 남자의 생일로 추정되는 날을 맞이하여, 그가 우리에게  해준 얘기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졸라 거창한 주제의식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괴이한 영화 한편을 소재로 이런 저런 구라를 풀어 보고자 한다.

영화의 제목은 “Man from Earth”..

(꽤 오래된 영화지만, 아직 이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미리 경고 드립니다. 아래에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만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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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미덕은 어디에 있을까?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척 복잡다단하고, 보는이마다 다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고르고, 또 각자의 취향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판단하기 때문에, 이렇게 무식하게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고 가치 있는게 뭐냐고 물어보는 건 거의 바보짓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영화를 봐 올수록 결국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나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고, 화려한 영상이 등장하고, 거기에 더 나아가서 돈을 쳐바른 고급 CG로 무장을 하고 아이맥스 3D가 나오고 해도 그런건 보고나서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흔히 말하는 서사, 이야기 구조, 영화의 내용, 이런 것들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어 주고, 눈물을 흘리게도 하고 깜작 놀라게도 하며, 시간의 침식을 뚫고 영화를 살아남게 만들어 준다는 얘기다. 이거, 반론하기 힘든 결론인 것 같다.

이 맨 프롬 어스, 지구에서 온 남자? 땅에서 온 남자?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제목을 가진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제롬 빅스비로부터 얘기를 시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래된 SF 매니아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오히려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보다도 더 장기적인 고정매니아들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트랙이라는 티비 시리즈 물이 있었다. 그 스타트랙의 작가였던 사람이다.

거기에 한번 더 놀라게 되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도 티비에서 방영되어 사람들을 무척 놀라게 했던, 소재의 참신함과 도발적인 스토리 진행으로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공포물 아니냐는 평 까지 받았던 “환상특급”이라는 시리즈물도 이 사람의 작품이다.

그 두가지 작품을 쓴 제롬 빅스비의 마지막 유작이 바로 이 맨 프롬 어스의 시나리오가 되겠다.

빅스비는 환상특급 극장판을 맡아 작업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했었고, 그 때 이미 이 시나리오에 대한 구상을 스필버그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스필버그는 이 스토리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영화화 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슬프게도 빅스비는 이 시나리오를 제때 완성하지 못했었다. 결국 1998년도에 와서야 병상에서 시나리오를 마감하고, 그 직후에 죽게 된다.

그 아들 에머슨 빅스비는 이 약속을 알지 못했고, 결국 이 시나리오는 2007년에 와서야 스필버그하고 전혀 관계 없이 영화화 된다.

만약 스필버그 손에 이 시나리오가 들어갔었다면 어떤 거대한 블록버스터가 등장했을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스필버그의 손에 가지 않음으로써 더 미덕을 갖추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총제작비 겨우 2억 가지고 독립영화 수준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렇기에 더욱 더 한 작가의 SF적 상상력이 영화의 다른 모든 요소를 제치고 얼마나 찬란하게 빛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산 증거가 되어 버리고 만다.

하여간 서론이 길었다. 요약하자면, 상상력이 졸라 뛰어난 한 작가가 죽어가면서 쓴 마지막 영화였고, 전혀 블록버스터와는 관계 없는 소규모 독립영화이면서도 영화가 가져야 하는 가치를 이백프로 만땅으로 장착하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소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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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종일관 작은 오두막에서 여러명의 지식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러니까 제작비가 2억밖에 안 들었겠지. 실제로 영화를 보면, 2억은 어따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다 출연료로 다 나갔을 거 같다. 출연료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도 저 영화 천만원 있으면 만들 수 있을 듯.

어떤 지식인들이냐면 한 작은 대학의 교수들이다.

고고학, 종교학, 생화학, 역사학, 심리학등등..

이런 식이다.

10년간 역사를 가르쳐온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이 갑자기 이유없이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을 하고, 동료들이 환송을 해 주려고 짐을 정리하고 있는 그 주인공의 집에 모여 각자 싸온 음식과 “조니워커 블루(어흑.. )”를 나눠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얘기가 끝나고 주인공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길을 떠난다.

이게 전부다.

그러나 대화의 내용은 저 작은 시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대한 인류의 역사를 종횡하는 스토리가 진행된다. 바로 주인공 올드맨(이름조차.. 의미심장하다.)의 나이가 대략 만사천살이 넘기 때문이다.

그는 크로마뇽인으로 분류되는 원인들이 살던 시절에 태어난 “사람”이다. 뭔가 잘못되어서 그의 신체는 완벽하게 상태를 유지하며 노화되지 않는다. 물론 사고를 겪을 수도 있고,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회복되면 역시 또 완벽하게 복원된다. 즉, 무슨 일로 죽음을 당하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이다.

세포복제 과정에서 DNA의 부분손실이 전혀 없이 완벽한 복제가 지속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화학교수의 추론도 나온다.

그리고 매우 조심스럽고 침착한 성격인 주인공의 행동양식은 그가 왜 사고를 당하지도 않고 이렇게 오래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유도 보강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늙지 않고 살기 때문에, 10년이상 한 곳에 머물러 살게 되면 동료들이 그의 문제점, 늙지 않고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눈치를 채게 되고, 그런 이유로 10년 주기로 삶의 터전을 완전히 바꾸어 가면서, 즉 여기저기 떠돌면서 그 긴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된다.

이 학교에 교수로 부임한지도 십년이 다된거고, 동료들이 눈치를 채기 전에 떠나겠다는 얘길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료들과의 이별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약간 감성적이 되어서, 자신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처럼 빗대어 설명을 하기 시작한 것.. 그리고 그 스토리를 들으면서 긴가민가하며 즐기는 동료 교수들.. 이게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런 비장한 스토리를 매우 담담하게, 마치 남의 일을 얘기하는 식으로 진행을 해 나간다. 그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었다는 감성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만사천년간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들은 종교인들을 격노하게 만들만 한 이야기였다.

(진짜 부탁이다. 영화 안본 사람, 혹은 기독교인이라면 여기서라도 돌아가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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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성장도 노화도 없이 만사천년을 살게 되면 어떤 경험을 축적하게 될까? 비록 천재도 아니고 평범한 지능과 기억력의 보유자라 할 지라도, 그가 얻은 경험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물론 상당부분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기도 하겠지만..

주인공은 떠돌다 떠돌다 아시아까지 흘러간다. 그러다가 인도에 정착하여, 한 위대한 영혼을 만나게 되고 그의 제자가 되어 그의 정신을 배운다.

그는 이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를 채고서도 아무 문제없이 이 사람을 가르친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그에게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

그 스승의 이름은 붓다.

붓다가 세상을 떠난 후, 주인공은 다시 길을 떠나 유럽으로 돌아온다. 그 길에서 그는 대제국 로마의 권력과 그 권력에 의해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얘기해 주고 싶었던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아주 단순하고 간명한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인도에서 배운 의술로 사람들을 치료해 주기도 하고.

고통받던 사람들은 그의 말에 놀라 그를 따르기 시작하고, 갈릴리 지방에 와서는 그게 군중으로 확대된다.

그 사람들에게 주인공이 한말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아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그 이외의 것은 모두 무의미하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로마에 붙들려 십자가형을 받게 되고, 인도에서 배운 요가기법을 활용하여 가사상태에 돌입한 뒤, 그가 죽은 줄 알고 십자가에서 내려 묘에 가져다 버렸을 때, 다시 살아나 도망을 친다. 도망을 치는 과정에서 실수로 제자들의 눈에 띄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그 때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얘길 전개한다.

“제가 사람들에게 한 얘기는 아주 단순했어요. 몇 문장.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였고, 누구나 그게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 얘기들이죠.  

그런데 일은 이상하게 바뀌었습니다. 나를 따르던 제자라는 사람들이 그 얘기를 바꾸기 시작했어요. 온갖 얘기들이 첨가 되었고, 자신들을 위한 얘기가 덧붙여 졌습니다. 그건 내가 한 얘기들이 아니에요. 

내가 하지도 않은 얘기들이 경전이라고 쓰여지고 그걸 이용해서 사람들을 속이고 세상은 제가 생각한대로 움직이지 않았죠.

그 이후로 몇백년이 흐르면서 벌어진 일들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마녀사냥, 화형, 면죄부, 종교개혁, 그리고 또 오늘날에 벌어지는 TV설교, 돈, 부패..

얘기를 듣던 사람들 중에 종교인이었던 나이 많은 여교수는 울면서 신성모독이라고 항의를 하기도 한다 .

또 다른 교수는 이 얘기가 역사적으로 타당하다고 지적을 한다. 기독교에 섞여 든 토속 신앙들의 사례를 들기도 하면서 성경 자체의 문제를 얘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청중들은 쇼크에 빠진다.

결국 이 주인공은 우리에게 오늘이 그의 생일이라고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본인 이었던 것이다. 만사천년 중에 겨우 이천년, 그 이천년 전에 이 주인공이 겪었던 사건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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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다.

유전자가 뭔가 특이해서 늙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만사천년을 살 수도 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되는 경험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종교는 바로 이럴 수도 있다. 난 이 스토리가 너무 좋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일은 가장 단순한 법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거. 타인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괴롭히지 말고 남을 나처럼 사랑하는거.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예의.

이처럼 단순한게 그렇게 지켜지기가 어렵고 그렇게 행해지기가 어려워서 이 세상이 이 모양이 된거 아닐까?

도대체 뭐가 그리 중요해서 사회가 어쩌고 시스템이 어쩌고 진보와 보수가 어쩌고 좌파와 우파가 어쩌고..

그냥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지 않고 먹을거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고, 아플 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사회가 그렇게 만들기 힘들까? 우리 손으로 만든 기계를 타고 달에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는 인류가, 수천년이 흐르도록 아직 스스로의 기본적인 고통과 절망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 이해가 가시는가? 난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다.

결국 이 주인공은 은연중에 자신을 사랑하게 된 또다른 여선생을 버리고 떠난다. 아무런 인연을 만들기 싫어서이다. 자신은 전혀 늙어가지 않는 상태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점차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고통이 싫어서이다.

이해가 간다. 심지어, 대화에 참여한 늙은 심리학 교수는 최종적으로 이 주인공이 70년 전에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를 하던 시절 낳았던 아들이었다는 것도 밝혀진다.

그 노교수는 이 젊은 주인공을 붙들고 울면서, 왜 엄마와 나를 버렸었냐고 흐느낀다. 그리고 심장마비로 쓰러져 버린다. 주인공은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아니 사랑은 할 수 있는데, 그 사랑에 남다른 고통이 따라오게 되는 불행한 존재.

그리고 나서 영화는 끝이 난다.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몰고 떠났던 트럭이 다시 돌아오고, 그 때까지 기다리던 여교수를 차에 태워 함께 떠나는 장면.

미래에 또 다시 어떤 고통이 찾아올 지라도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게 오늘을 맞아 다시 내리는 나의 결론이라는 얘기였다.

뱀발 : 그래서 내가 분명히 나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탱구를 맞아들여 식구로 기르는 거잖아~~ 어흑.. 탱구야.. 좀 오래 살아라.

뱀발 2 : 주인공의 얘기나 영화의 내용에 대한 인용은 전적으로 기억력에 의존해서 썼기에 부분적인 첨삭과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딴지는 사절.







2 thoughts on “성탄특집 – 서로 사랑하라~

  1. 조니 워커 블루 (X) 조니 워커 그린 (O)

    심리학 교수 아니고 의대 교수 였던거 같은데요

    딴지는 아니고요;;

    저도 이 영화 참 좋아합니다.
    작가에 대한 스토린 처음 알았네요.
    스타트렉 환상특급도 다 좋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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