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신앙

간만에 삘이 꽂혀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거하게 질렀다. 그리고 다음날, 익일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던 택배기사는 올 생각을 안하고, 추적 시스템에 송장번호를 입력해 보니 내 택배는 저멀리 전라도 화순을 맴돌고 있다. 이때 마음속에 끓어 넘치는 간절한 소망은 구세주의 재림을 갈망하는 인류의 소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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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황우석에게 대해 매우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 사실, 그가 아니었다면 세파에 찌들어 닳고 닳아 이제 어디 한군데 날선 곳이라고는 없어진 줄 알았던 내 신경이 짠물에도 부식되지 않는 고강도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다이버용 칼 마냥 날카롭게 벼려지지는 않았을 거야.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 황구라~ 고마와~ 오겡끼 데스까~

과학적 사건을 정치사회적 사건으로 전환시켜주고 수많은 사람들을 홀려 버렸던 그 사건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완전 똥탕에 빠져 버리고, 참여정부의 과학정책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 백일하에 드러나 버렸지. 또한 맨날 “시민의 뇌”를 들먹거리며 집단지성 얘기까지 나오던 이 사회의 시민의식이 얼마나 모래성 같은 허구위에 서 있던가도 알려줬던 기억이 나. 실제로 참담했었어.

그런데 새씨 할아버지가 말 잃어버리고 찾고 그러던 것 처럼, 난 그 사건을 통해 많은 친구를 만나게 되는거야. 내 일생 길어야 칠십년 살면서 결코 만나지 못했었을 것만 같던 수많은 재미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거지. 나이와 국경을 초월해서 만났던 그 사람들 중 상당수를 아직도 넷상에서 즐겨 만나고 있어.

그 사람들 중 한분이 해준 얘기인데 정말 재미있어서 각종 자료를 좀 보강하고 글 답게 만들어 보려고 그러는 거야. (포켓님, 고맙습니다.)

바로 화물신앙(Cargo Cult)에 관한 얘기지.

얘기는 이 한장의 사진에서 시작해도 될 것 같아.

저 원주민들이 가족사진 찍듯이 둘러 않아 있는 모습 뒤로 갈대와 나무조각으로 엉성하게 만들어진 저 물건은 뭐하는 물건일까? 비행기라는 물건이야. 저들은 왜 저런 것을 만들어 놓고 살았을까..

때는 19세기로, 지역은 남서 태평양의 뉴기니 지역이야. 수많은 섬들로 구성된 그 동네에 살던 원주민들은 최초로 백인들이 자신들의 땅에 상륙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어. 예를 들면 러시아 사람들이겠지. 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백인들이 배에 엄청난 양의 각종 물건들을 싣고 오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거야. 그들은 그 물건들을 누군가 어디선가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겠지.

결국, 그 엄청나게 유용한 물건들은 저 멀리 어디선가 신적인 존재들이 만들어서 보내준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거지. 이를테면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신 조상님들 말야.

초기에 뉴기니의 마당족이라는 부족은 이 화물들을 가져다 주는 러시안 백인들이 자신의 조상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 그 후에 독일인들이 진주하게 되자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지. 원주민들의 풍습에 의하면 재산이 많은 자는 자신의 재산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부 나누어 주면서 자신의 너그러움을 과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어. 그런데 독일인들은 그렇지 않았던 거야.

결국 원주민들은 그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조상님들이 만들어서 보내준 화물들을 빼돌리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해. 그래서 원주민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화물을 가로채는 독일인들을 제거하려는 무장봉기를 계획하지. 물론 이 허술한 무장봉기 계획은 사전에 발각되고 주모자들이 처형되는 것으로 끝나고 말지. 그런 와중에 신앙은 더욱 공고해 지는거야.

우리의 조상님들은 화물을 우리에게 보내주고 있으나 저 가증스러운 백인들이 그 화물을 가로채고 있다…

호주의 선교사들이 상륙하자 이 신앙은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하기도 해. 원주민들이 선교사의 지도에 따라 기독교적인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거야. 그런데 그 이유는, 바로 백인들이 숨기고 있는 화물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거지. 그러면서 화물신앙은 기독교의 교리와도 섞이게 되는 거야.

이를테면 이런 식이지. 예수 그리스도는 화물을 백인들에게 주어왔지만 이제는 우리 원주민들에게 주려고 하고 있으나 가증스러운 유태인들이 예수를 박해하면서 시드니 어딘가에 잡아 놓고 있고, 그 비밀을 백인들이 숨기고 있다는 거야.

그 이후로도 이 화물신앙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사라져 가게 되는거야.

이런 초기 형태의 화물신앙은 2차대전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발전하게 돼. 일본군이 상륙하게 되자, 이 사람들의 신앙은 또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발전하게 되거든. 이들이 우리에게 화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거지. 백인들하고는 뭔가 좀 다르잖아. 그리고 초기 점령시 원주민들에게 이것 저것 나눠 주기도 했을거고.

또 어떤 지역의 원주민 지도자는 이 화물에 대한 모든 비밀은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이 알고 있다고 선포를 하기도 하지. 그래서 린든 존슨을 사와서 부족장으로 삼기 위해 7만5천불 정도를 모금하기도 해.

이런 여러갈래의 화물신앙의 흐름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바로 존 프럼 이라는 미군을 숭배하는 신앙의 발전이야.

이차대전중 미군 화물기를 운전해 가다가 바누아투의 타나 섬에 있는 마을에 불시착 한것으로 되어 있는 거 같은데, 그러니까 그냥 미군 병사야. 얘가 비행기를 몰고 가다가 불시착을 했고 화물기니까 뭐 엄청나게 싣고 있었겠지. 이 사람이 바로 원주민에게 화물을 전달해주는 신의 사도가 된거겠지. 아니면 신 자신이 되었거나.

원주민들은 이 사람을 신으로 숭배하면서 맨 처음에 보여준 비행기 같은 것을 만들어 놓거나, 활주로 유사품도 만들어 놓고, 심지어 이런 저런 줏어온 물건들로 관제탑 비슷한 것도 만들어서 신과 교신을 시도하기도 해. 그러면서 신이 자신들에게 풍족한 화물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는 거지.

이런 비행기도 만들어 놓고..

이런 복장도 해보고..

뭐 그렇게 살아갔다는 얘기야. 심지어 존 프럼을 기념하는 날에는 이런 시가행진도 하는 모양이야. 들고 있는 것은 당연히 미군의 기본 화기였던 M-1 소총의 복제품이겠지.

이런 일들이 왜 생기는 걸까?

심지어 일부 사람들이 원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려 주기 위해서, 원주민 대표들을 데리고 미국 까지 가서, 공장에서 물건들을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나봐. 뭐 반응이야 예상 가능하지.

“공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화물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왔다. 역시 백인들이 조상님들이 보내주시는 화물을 가로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유명한 얘기도 있어. 도대체 언제까지 그 오지도 않을 화물신을 기다릴 것인가 하는 질문에, 원주민 지도자는 이렇게 답을 했나봐.

“당신들도 몇천년째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기다린지도 얼마 안됐는데 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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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 이런 저런 책들에 많이 나와 있는 얘기야. 예를 들면,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같은 책이나, 데이비드 아텐보로의 책에도 나와. 심지어 리차드 도킨스의 “God Delusion, 만들어진 신” 에도 나온다니까. 관심있으면 한번 찾아서 읽어봐.

그리고 무슨 인지 부조화 이런 걸로 많이들 해석하고 인용하곤 하지. 종교의 본질을 연구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러니까 종교라는 게 얼마나 황당한 짓거리인가 하는 의미로 도킨스 책에 인용된거지.

그런데 이 얘기, 두고두고 곱씹어 볼 수록 말야.

우리가 지금 처한 정치적 현실하고 많은 부분이 겹치지 않아? 수십년간 반복되어온 반진보적인 행태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 화물신앙보다도 훨씬 더 황당한 사실이 주입되어 있고, 그 결과 우스운 프레임이 잔뜩 구성되어 있다는 거야.

선거때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쏟아지는 몰표들 말야.그 몰표를 쏟아내는, 그 표를 받아먹을 놈들의 이해관계와 전혀 동떨어진 이해관계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 말야.

이 사람들 모두 존 프럼이 다시 화물을 잔뜩 싣고 하늘에서 내려올 날을 기다리고 있는 원주민들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아니 그것뿐이 아니야.

우리 모두 다, 사실 이런 화물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닐까?

결국, 이 모든 얘기는 우리 인간들의 본성이 얼마나 무지몽매한 것인지를 얘기해 주는 거 아니냐는 얘기야. 그게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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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3일에 올렸던 글인데 사실 이 글은 은근히 딴지 마빡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쓴 글이다. 결국 마빡엔 안 올랐다.

어찌되었거나 이건 참 재미있는 얘기인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 찌질넷에서 포켓님에게 화물신앙 얘기 들었을 때 그 놀라움이라니.. ㅎㅎㅎㅎ

알고보면 사람들은 진짜 졸라 무식한 족속이다. 나라고 저 무리에 속해있었다면 저런 짓 안했을 거 같은가? 나 뿐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지…







3 thoughts on “화물신앙

  1. 지난 그알싫 종교관련 에피소드에서 물뚝님은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내용으로 이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더군요.
    우리나라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이 장로회 계열의 선교사들이 많았던 이유.
    제가 알고 있는 바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초기 한반도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의 주류는 장로회가 맞습니다.
    그들은 미국 본토에서 북장로파라는 교파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이들이 미국개신교계의 비주류이자 왕따였던 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 개신교계는 침례교, 감리교가 양분하고 장로회는 비주류입니다. 클린턴은 침례교도, 부시는 감리교도…뭐 대충 이런 식이죠.
    다시 돌아가서 장로교도들은 미국내에서 사실상 설 자리가 없어서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이친구들이 소위 말하는 근본주의에 가까운 사람들이라서 해외선교도 전투적입니다. 흥선대원군 치하의 살벌한 조선 땅에서도 목에 칼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쫄지 않는 근본주의 신앙을 바탕으로 왕성한 포교를 합니다.
    그런데 다른 교단은 상대적으로 온전적이고 유하기 때문에 장로회만큼 빡세게 선교하지 않았죠.
    그 결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세계에 유례없는 장로교세상이 되고 맙니다.
    우리 나라 장로회는 크게 두갈래로 나뉘는데, 예장과 기장이 그것입니다.
    그에 대한 얘기는 이미 잘 알고 계실거라 믿고…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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