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설치의 숨은 어려움

 

어제 일 관계로 중앙선관위 분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 하나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졌다.

다름 아닌 투표소 문제.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지역별 선관위가 투표할 장소, 그러니까 투표소로 사용할 장소,공간을 섭외하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일이고 국가의 큰 일인 선거를 시행하는데, 투표소 장소를 섭외하는데 어려움을 겪다니,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무척 생소한 얘기였으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 결과, 이 또한 꽤 복잡한 사회적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투표소는 작게 나눠진 투표구마다 하나씩 설치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만삼천여개가 넘는 투표소를 설치해야 하는데 투표소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그렇게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첫번째 문제.

거기다가 투표소 장소는 여러가지 복잡한 기준이 따라오게 된다. 예를 들어 얼마전까지 많이 사용했던 교회 등의 종교시설은 이제 투표소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특정 종교의 정치적 편향성이 지적되어, 유권자들의 민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같은 곳에 흔히 있는 노인정 역시도 특정 정당의 지지자들에게 유리한 위치라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많이 사용되는 학교도 학교 차원에서 갈수록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학교 나름대로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것이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에 하루 종일 어른들이 흙묻은 신발 신고 들락거리고 엄청난 양의 쓰레기도 나오고 공간내 시설물도 파손이 된다고 한다. 선관위가 지급하는 최소한도의 청소비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그 공간의 사용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담당자들이 모두 출근해서 지켜봐야 하는 것도 인건비 유발 요인이 된다.

어떤 경우는 장애인들의 접근성에 문제가 되어 투표소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2층 이상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못한다. 선관위에서 거소투표(장애인이나 환자들이 미리 신고하고 집에서 투표하는 것)를 권해도 유권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불편한 분들의 신념을 무력화 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도 안되고 말이다.

또 대선이나 총선의 경우는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조금 낫지만 재보궐 선거등은 평일이라서 대부분의 공간이 실제 업무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투표소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한 번 투표소 용도로 공간을 빌려줬던 건물주들이 겪고 나면 다시는 안 빌려주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투표소의 위치변경이 잦아지는 경향이 발생하기도 한다.

거기다가 위치 자체의 문제도 생긴다. 투표구의 지리적 중심 근처에 설치해야 하는데 정히 장소를 못 구할 경우 구역의 가장자리로 가게 되거나, 심한 경우 구역을 벗어나 인접 투표구와 투표소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의 강력한 민원이 제기된다고 한다.

왜 우리는 우리 지역도 아닌 곳에 가서 투표를 해야 하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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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과거 권위주의 사회 시절, 관이 하는 일이라면 찍소리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고 응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개인의 권리가 점점 더 높게 지켜지는 사회로 전이하게 될수록, 선거 등의 중요한 국가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들의 고충은 점점 더 심해지는 경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선관위라 해서 개인의 권리를 함부로 침해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투표소 장소 섭외도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해줄 수 있다면 건물주들이 서로 하려고 나설 수도 있다. 현재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표소 개표인원들도 알량한 몇만원의 인건비와 식사 제공 정도로는 이제 더 이상 손쉽게 동원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밤을 새가며 개표작업에 종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교사나 기타 공무원들이라 해도 말이다.

투표소 문제는 당분간은 건물주나 공간의 관리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국가적 차원의 업무에 협조한다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개표 요원 같은 경우는 일반인들이 지원해서 소정의 교육을 받은 후 개표 업무에 종사하는 그런 형식의 참여가 늘어나야 할 것이다.

결론은 언제나 한가지로 나오기 마련이다.

민주주의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기표소의 모습
기표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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