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

 

인간의 본능 중에서 단연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성적 욕망이다. 논증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이건 식욕인데..
이건 식욕인데..

이와 관련해서 예전에 들은 얘기가 하나 있는데, 아마 일반적인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일지도 모르니 임산부, 노약자, 호환 마마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고 백스페이스 버튼을 눌러 주시길 권한다.

돈도 곧잘 버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는데, 흔한 사례지만 부인과 이혼을 하고 남아있는 딸아이 하나를 혼자 기르는 사람이었다. 이런 경우 아이가 평탄하게 자라기가 쉽지 않다. 이혼 자체를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현실을 말할 뿐이다.

그런데 딸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십대 중반이 되자,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비뚤어지기 시작하자 이 남자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아이를 해외로 유학을 보낸 것이다. 귀찮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했겠지.

호주로 유학을 간 딸아이는 정신을 차려서 학업에 열중.. 할 리가 없잖은가.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다. 심지어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고, 매일 밤 클럽에 가서 남자를 바꿔가며 같이 자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약물과 섹스에 중독되는 단계로 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나마 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 이 남자에게 연락을 해 줬다. 상황이 좀 심각하니 조치를 취하셔야 되겠다고.

남자는 딸아이를 강제로 귀국을 시키고 자신이 직접 지켜보기로 했으나 그게 맘대로 될리가 있나.

밤마다 외출을 하고 방을 뒤져보면 대마초가 나오고, 돈을 안 주겠다고 하면 몸을 팔아서라도 유흥비를 마련하겠다고 대들고..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이 남자가 상담을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로서 딸아이를 야단을 치려고 대화를 하면 딸이 오히려 아버지를 육체적으로 유혹하려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행동은 점점 대담해져서 한 밤중에 술에 취해 아버지 침대에 옷을 벗고 들어오려고 하는 수준까지 진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이런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고 어찌 했으면 좋겠냐고 상담을 시작했다. 진작에 정신과 상담을 받았어야 했으나 딸이 거부하기도 했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상담을 시작했으니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 남자가 상담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물론 자신은 딸의 치료를 위해 조언을 구하려고 한다고 스스로 철썩같이 믿고 있었지만, 상담 과정에서 발견된 가장 큰 문제는…

이 남자가 딸의 육체적인 유혹에 넘어갈까봐 두려워 하고 있다는 사실.. 이었다.

심각하게 의지가 약하거나, 섹스를 좋아하거나, 그런 남자는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고 건실한 중년이었을 뿐이다.

이런 남자에게, 자신의 친 딸을 상대로 하는 성적 욕구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욕망이 현실에서 발현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 하고 있다는 그 현실이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다.

상담을 맡은 전문가들 역시 이 남자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해 주는 데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 당신은 지금 계속 딸 얘기만 하고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내부에 자리한 욕망이며, 당신은 의식적으로 그것을 외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두려워 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

이 얘기를 내가 다른 중년의 남성들에게 전달해 주면 반응은 딱 두가지로 갈린다. 아주 일부에게서 나오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수긍과 대부분에게서 나오는 미친 거 아니냐는 극렬한 거부반응. 그러나 이 두가지 반응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사람의 성적 욕망은 친혈육 여부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근친상간은 사회적으로 가장 엄격하게 금지되는 행위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혈육에 대한 성적 욕망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잠재의식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이 칼을 꺼내드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매우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법적 처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사법 처벌보다 터부를 깬 것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더 큰 형벌일 수도 있다.

그 이전에 당사자 스스로 자신의 욕망의 존재조차도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는 수준이 된다. 결국 그런 욕망이 자신의 속에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힘들어서 괴로와 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 억압의 기제 속에서 더 큰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았으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자기 존중을 상실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망가지는 경우도 많다.

복잡한 심리학적 해석이나 전문가적인 견해는 나에게는 없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메카니즘을 가진 일들은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발견될 수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비록 그 문제가 진짜 어려운 문제라 하더라도 항상 겸허하게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자신이 그런 금지된 욕망들을 다수 내장하고 있는 그런 문제적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 버리면 된다.

그건 내 선택도 아니다. 그냥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능을 내장하고 있는 작동기계이며, 그 본능 중에 근친상간이라는 욕망도 패키지로 포함되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되지 않을까? 내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내 안에 어떤 욕망을 가진다 하더라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단지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사회적인 행동으로 표출하지만 않으면 된다.

욕망을 억제하려 들지 말고, 그저 몇가지 안전장치를 통해 내 안에 잠재된 욕구가 현실로 표출되지 않도록 조절만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무한한 자기 혐오에 빠져 정신줄을 놔 버리는 것 보다는 현실적인 일이다.

저 부녀의 경우는 그래도 큰 문제(딸의 경우는 이미 문제를 좀 일으킨 상태이긴 하지만)없이 순조롭게 치료과정에 돌입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약간의 열린 마음만 있어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조언이 받아들여지면 그나마 극단적인 붕괴상황으로 가지는 않는다.

이런 얘길 꺼낸 이유는..

인간은 그리 아름다운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서이다. 아니 아름답다는 표현 조차 인간이 만들어낸 기준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본질을 거의 대부분을 모르고 지낸다. 그 안에 어떤 무서운 것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소소한 일상에 열중하며 인생을 대부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러니 극단적인 행동을 해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건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라며 의아해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 알고 보면 우리와 똑같은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당신도 언제든지 그보다 더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같은 “종”이라는 얘기이다.

사람을 존중하자는 말에는 이 모든 엄청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다 인정하고 나서 함께 존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14 thoughts on “인간의 본능

  1. 아동성애자에 대해서는 이런식으로 생각했었는데(미성년자는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보호받는 대상이므로 그 욕망을 실현해서는 안되지만, 욕망이 있다는건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근친상간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거네요. 글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2. 뜬금없는 내용이지만
    의외로 가장 강력한 욕구는 수면욕
    그 다음이 식욕
    성욕은 순위가 좀 밀린다고 하더군요 ㅋㅋ

  3.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글 중에 말씀하신 “욕망을 억제하는 것”과, “잠재된 욕구가 현실로 표출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은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궁금해지네요.

    1. 제가 하고자 했던 얘기의 의미는..

      나한테 그런 욕망이 있다는 것 조차 부정하려 들고, 속으로는 자신이 그런 욕구를 가진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고 괴로워 하고 이러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모든 인간에게 그런 욕망들이 다 있는 것이고, 그건 자신의 선택도 아니고 죄도 아니라는 거죠.

      단지 그런 욕망에 의해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주의만 하면 된다는 거죠. 이건 완전히 다른 얘깁니다.

  4. 시간이 걸리겠지만 근친상간도 본질적으로 동성애에 주어진 관용을 얻게 되리라 봅니다.
    동성애에 대한 관용에 회의가 들어서 논쟁을 하면 근친상간이랑 뭐가 다르냐는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납득할만한 대답을 들은적이 없습니다. 동성애와 근친상간을 향한 욕망은 결국 같은거라고 보는데 물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 민감한 질문인가요..

    1.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문제겠죠.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근친상간이 유발할 수 있는 생물학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동성애야 애초에 생산에 관련이 없게 되지만, 근친상간은 생산과 관련이 있고, 이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근친상간이 선천적 기형의 확률을 높인다는 여태까지의 생물학적 지식이 사실이라면 이 부분은 충분히 현실적인 문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

      1. 쾌락으로서의 성행위와 생식으로서의 성행위를 구분하면 되지 않을까요. 피임을 최대치로 한다는 전제하에 서로의 합의가 된다면 문제가 될수 있나 싶네요. 선천적 기형도 확률을 높일 뿐이며 100%는 아니구요 애초에 유전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생식에 대한 권리를 제한해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2대의 유전적 문제의 확률 때문에 섹스할 권리를 제한 할 수 있을까요. 그냥 근친상간을 반대하는 논리는 자신의 혐오감을 생물학적 문제나 인류의 본성 같은것으로 정당화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5. 질문이 모호한 것 같아서 정리하면 그 ‘욕망’을 제약해야 하는 논리에 대해서 묻는겁니다. 이유는 대강 추측이 되지만 보다 엄밀하게 밝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1. 짧은 글에서 너무 지나친 엄말함을 요구하지는 말아 주세요. ㅎㅎ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지 말자. 그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욕망이 있다고 해서 그 욕망을 현실에서 구현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뭐 이 정도로 마무리 했으면 합니다.

  6. 다이제초코 / 동물들 사이에서도 incest avoidance(근친상간회피)가 있는걸 보면 진화생물학적 요인도 관여를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것 말고도 인간이 ‘가족’ 을 이루고 살아가기 때문에 더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남매간의 관계보다 부녀, 모자간의 근친상간이 더 금기되는데요. 그 이유는 후자가 성인 대 성인의 사랑이 아닐 뿐더러 자식이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 감정 자체가 성장과정에서 왜곡되어 형성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는 둘 다 성인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한쪽이 판단능력이 부족할만큼 어리다면 그건 이성애든 동성애든 지탄받을 만한 관계잖아요. 근친상간이라고 하면 후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만약 후자의 근친상간이라고 한다면 그건 관용으로 용납되어서는 안되죠.

    1. 확실히 모든 근친애와 동성애를 동일시하는건 어려운 부분이 있겠네요.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7. 근친상간을 하면 기형아를 낳는 다는 말은 사회의 보수층이 만들어낸 너 이렇게 하면 좆된다. 이런 말인거 같은데요.. 실제로 근친을 해서 아이를 놓았다는 말은 록펠러 가문도 근친 장려 하고 자기 핏줄 아니면 돈을 물려줄 수 없으니 핏줄끼리 결혼시켜서 계속 그 돈이 돌고 돌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록펠러가 세계 최대 갑부인데, 근친상간 하면 기형아 나온다는 말을 모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 사람만 사실을 알고 있고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 같긴 하네요.

    그리고 이 이야기의 그 사람은 아이를 어렸을때 유학 보냈다면 유년기를 함께 하지 않았기에 갑자기 우리집으로 들어온 여성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는데요. 이 경우는 여성이자 딸이어서 문제가 되는 사안 같은데.. 이 경우 섹스 해도 된다.. 아님 절대 하지 말라 라고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닌것 같구요. 뭐든 해도 되는데 두 분다 만족스러운 경우와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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