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찬성인가, 반대인가?

 

근로시간 단축법

최근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난 대선에 국정원과 국방부가 개입한 사건에만 관심을 두느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사이, 노동문제에 대해 매우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항상 이런 식이다. 크고 중요한 이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아무도 모르게 실질적으로 우리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진행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대부분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방향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물론 이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슈화시켜 싸울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들 모두가 좀더 현실적이고 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이런 불합리한 변화들 중 상당수를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아쉽기도 하다.

무슨 일이길래 이런 얘길 꺼내냐고?

새누리당과 행정부, 청와대 사이의 당정 합의를 거치고 심지어 야당도 어지간히 동의하고 있는 새로운 법 개정안이 하나 있다. 기존의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개정안, 이른바 “근로시간 단축법안”에 관한 일이다.

이 개정안의 핵심 포인트는 주당 근로시간 제한 기준을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68시간은 하루 8시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주 7일 근무를 적용, 거기에 12시간의 연장근무 시간을 더한 값이다. 52시간은 주 7일 기준을 주 5일로 낮추고 거기에 연장근무 12시간을 더해 나온 값이다. 즉, 과거 주말 양일간 일하는 것도 전체 근로시간 기준에 포함시켰던 것을 빼버리는 변화이다. 쉽게 보자면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이 개정안은 노사정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되고 여야 합의를 거치고 당정협의까지 통과한 대안인데, 막판에 국회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신계륜)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 이유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중소기업가”들이 반대를 하기 떄문이라는 것.

지금 중소기업의 반대가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지금 중소기업의 반대가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환노위는 특이하게도 여소야대의 위원회이다. 위원장도 민주당 신계륜 의원이고 위원회 내부도 야당의원이 더 많은 그런 상황에서 신계륜 위원장이 이 근로시간 단축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덜컥 공언을 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을 하고 나섰다. (라고 최소한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다. 물론 부정확한  보도이다. ) 전체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환노위에서 제동을 걸고, 이 제동을 거는 행위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노동계가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지금의 노동계가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이게 정상적인 상황일까?

그저 언론의 보도로만 보자면 그런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은 무척이나 다르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사건의 내막을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은 단 한 곳도 없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조삼모사

기본적으로 노동계의 문제, 우리 모두가 일을 하는 조건은 사회적으로 무척이나 복잡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근로시간, 즉 노동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그리고 노동 소득, 임금 소득은 높을수록 좋다. 소득에도 두 가지가 있다. 단위시간당 임금, 즉 최저임금이나 통상임금 같은 수치가 올라가는 것도 바라고 있고, 또 한 노동자가 한 달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전체소득도 올라가는 것이 좋다. 여기서 단위임금과 전체 소득이라는 변수, 그리고 노동 시간이라는 변수가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변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시간당 임금이 두 배로 뛰는 대신에 전체 노동시간이 반으로 줄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임금 인상은 좋지만, 이렇게 되면 전체 소득은 제자리 걸음이다. 좋을 게 없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일을 덜해서 시간이 좀 많이 남게 되는 효과는 있지만 그 전체소득이 생계 유지에 부족한 수준이라면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행하게 된다.

거기다가, 고용된 노동자의 임금과 전체 소득, 노동시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개수도 중요해진다. 요즘같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에서 전체 일자리 개수를 늘일 수 있다면 어떤 대안이라도 도입해야 할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서는 사회 전체가 불행해진다. 그래서 일자리의 개수, 즉 취업률과 실업률이라는 변수가 또 생긴다.

일자리의 품질도 문제가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단순하게 나눠 보더라도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면, 일자리의 품질은 떨어지는 것이다. 즉 고용 안정성이라는 변수가 또 있다.

이렇게 변수가 많아지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떤 것을 올리고 어떤 것을 내리면 어떤 변화가 오는가? 알 수 없게 된다. 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소리를 해대기 시작하고, 정부의 얘기가 또 다르고 노동계의 얘기가 또 다르며 야당의 얘기가 또 다르게 된다. 이렇게 서로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는 곳에 항상 등장하는 것은 바로 “조삼모사”가 된다.

결국 이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조삼모사에 놀아나는 원숭이 꼴이 되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최소한 그러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당하지 않으려면 무척 많은 고민과 무척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진다. 모든 일반인들이 이런 이해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이런 복잡한 거 알아서 분석하고 약자들을 보호하라고 국회의원, 그 중에서도 야당의원들이 있고, 노동계에 노조가 있는 것이지만, 그들 역시 이런 것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곤란한 상황으로 밀려 가게 된다는, 거부하기 힘든 비극이 발생한다.

 

노동소득 분배율

변수가 여러 가지가 있는 시스템을 얘기하려면 일단 가장 핵심적인 변수가 무엇인가를 따져 보는 것이 좋다. 노동 문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변수는 별로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다.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바로 “노동소득 분배율”이다.

기업이 일을 해서 수익을 올렸을 때, 그 기업이 만들어낸 수익은 기업 자체의 영업이익과 인건비로 나뉘게 된다. 즉, 회사가 일을 해서 돈을 벌었으니 함께 일한 사람들이 그 돈을 나눠 가지게 되는 것이다. 회사 자체, 즉 회사를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영업이익이 돌아가고, 노동자들에게는 인건비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영업이익+인건비, 즉 만들어낸 전체 가치에서 인건비가 얼마나 차지하는가를 따져 보면 된다. 그게 바로 “노동소득 분배율”이다.

지난 9월경, 경향신문은 국내 500대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을 전수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에 대한 기사가 여기에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9082246225&code=940702

그 결과, 500대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53.7%.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 좀 넘게 노동자들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수치는 상위권 100대 기업, 그 중에서도 상위권 2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힐수록 점점 더 줄어든다. 즉, 돈을 많이 버는 회사일수록 인건비 비중이 낮아진다. 다시 말해서 번 돈을 노동자들에게 “더 적게” 배분한다.

이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다. 기업이 규모가 커질수록 노동자에게 더 적게 배분한다면, 큰 기업일수록 덜 고용하고, 돈도 덜 준다는 뜻이 된다.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더 적게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이 괜히 욕을 먹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이 500대 기업 전체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의 노동소득 분배율에 비해서도 낮다. 그렇다면 집계된 500대 기업들 모두가 우리 사회 평균보다 사회적 기여를 더 적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사회 전체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59.7%.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59.7% 라면 선진국들은 어떨까?

미국 67.3%, 영국 70.7%, 프랑스 72.2%, 독일 66.9%, 일본 70.7% 등이다. 기본적으로 10% 가까이 우리가 낮다. 즉, 저 나라들 보다 우리가 노동소득 분배율이 꽤 큰 차이로 낮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유가 정확하게 숫자로 산출되고 있다.

즉, 우리 사회는 선진국들에 비해 같은 돈을 벌어도 훨씬 더 적은 돈을 노동자들에게 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 관련 정책을 생각할 때에는 항상 “노동소득 분배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이게 노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품질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진영논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독일의 모델을 따르는가?

변수가 너무 많아서 복잡하다면, 샘플 모델을 세우는 것이 좋다. 더욱이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 다뤘던 경험이 있는 사회의 모델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더욱 쉬워진다.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바로 독일의 모델이다.

독일도 우리와 같이 성장이 정체되고 불황이 닥쳐오면서 심각한 수준으로 실업률이 상승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 얼마 전에 그랬다. 그래서 그들은 일자리의 개수를 유지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했고, 그것이 일인당 노동시간의 감축이었다. 즉, 일인당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는 단순한 산술에 기초한 정책이었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자리의 개수는 유지되었지만 일인당 소득이 감소했다. 그리고 그 소득이 감소하는 폭이 생계비보다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 경우는 독일의 우수한 복지 시스템이 책임을 지도록 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빼앗기고 실업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더 적게 일하고 더 적은 돈을 받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평균 소득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는 양극화 된다. 기업들의 이익은 그다지 감소하지 않고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들은 여전히 수익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독일에서는 발전된 복지시스템을 가동시켜 완충시켰다. 여전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복지시스템을 통해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 가동된 것이다. 이래서 독일은 위기를 넘겼고, EU 통합의 효과를 누리며 현재 유럽에서 제일 잘 나가는 국가로 자리잡았다.

세부적인 사실은 다를 수 있고, 해석하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지만 개략적인 흐름은 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독일의 모델을 우리의 청와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정부의 입장

박근혜 정부는 초창기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해서 취업률을 올리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공무원부터 앞장서서 반일 근무제, 즉 하루 노동시간이 4시간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 중요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바로 집권 초창기부터 시끌벅적했던 “통상임금” 문제가 있다. 이 통상임금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시간당 임금에 포함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논란인데 대법원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판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정기 상여금은 이제 통상임금에 포함되어 산정되도록 할 것 같다. 노동부가 아직도 고집스럽게 규정을 바꾸지 않고 있지만, 이제 조만간 있게 될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온다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 통상임금 논란의 결과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을 꽤 큰 폭으로 올리는 효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정부는 사실상 입장이 다급해졌다. 기업들은 이제 통상임금 자체가 오르게 되므로 연장근무나 휴일근무에 지급해야 되는 수당까지 일제히 오르는 효과가 나오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들의 요구사항이 되었을 것이고, 이를 청와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 기조에서 작성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즉 “근로시간 단축법”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단 대기업들은 서둘러 근로시간 제한을 시행하게 되고, 정규직 노조원들의 연장근무, 야근, 특근 등은 급속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정규직 노조원들의 월 소득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법제화된 시스템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니 파업 아니라 뭘 해도 막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그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남게 되는 일거리는 비정규직을 새로 뽑아 해결하려고 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기업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정규직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고 비정규직 중심으로 취업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대기업들이 바라고 있던 상황이고, 따라서 저 개정안은 대기업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당장은 매우 곤란하게 될 것이다. 여태껏 근로기준법을 잘 지켜오지도 않았지만, 앞으로 더욱 더 지키기 힘들어진다. 중소기업은 더 강화된 근로시간 제한으로 인해 더 많은 비정규직을 뽑아야 하지만, 중소기업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이주 노동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중소기업은 다급한 상황이라 저 개정안을 반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힘이 없다.

청와대의 입장은 어떨까? 취업률이 올라갈 것이며 그 결과에 매우 흡족해 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 환경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다름 아닌 실업률이다. 노동소득 분배율 같이, 사람들이 그런 것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수치에는 관심도 없는 것이다.

교묘하게 기준을 바꿔 OECD 기준에 어긋나는 실업률 통계를 내서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통계청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실질적인 실업률이 15%를 넘어가는 마당에, 언제까지 3.2%라는 완벽한 거짓말로 버틸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근로시간 단축법의 도입으로 인해 비정규직의 취업률이 상승하게 되면 공식적으로는 저 높기만 한 실업률은 극적으로 감소하게 될 수도 있다. 그 때가 오면 이제 OECD 기준에 맞춘 실업률을 발표하면서, 이 정부,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비약적으로 실업률을 감소시켰는지 자화자찬에 열중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전혀 아니다. 취업률이 상승하고 실업률이 감소한다 한들, 그 늘어난 일자리들은 터무니없는 저소득 비정규직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수입은 최소한의 생계비에도 못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존을 도와줄 독일 같이 우수한 품질의 사회보장제도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런 저소득 비정규직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겨우겨우 근근히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삶의 질은 형편없는 국민들의 비율이 확실하게 늘어난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소득을 다 합쳐 계산해서 나오게 되는 “노동소득 분배율”은 더욱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줄어든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돈을 비정규직들에게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한층 더 가속화 될 것이다.

만약 청와대가 진정으로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면, 복지 공약을 날리고, 예산을 삭감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독일이 이런 모델로 성공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제도가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아도 그들은 우리와 비교가 안되는 수준의 세금을 걷을 수 있었고, 그 세금으로 인해 양극화의 낮은 쪽을 감당하게 될 국민들에게 제공할 복지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런 완충장치가 없다.

양극화의 아래쪽으로 밀려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면서도 그들에게는 제대로 된 삶의 질을 유지할 방법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 저소득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실업자 신세를 면하게 된 것 만으로도 감사하라고 윽박지를 것이 뻔히 보인다.

결국, 우리는 국가가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피해를 기업들은 회피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부담을 국민들에게 넘기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 결과 국민들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는, 그런 기형적인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이다.

이런 일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찬성인가, 반대인가?

참 난처하다.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최장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노동시간은 무조건적으로, 절대적으로 단축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와 여당이 가지고 나온 근로시간 단축법에는 쉽게 찬성하기가 힘들다.

언론은 이번에 나온 근로시간 단축법에 대해 야당이 연내 통과를 무산시켰고, 노동계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원하고 있는데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겨우 중소기업 핑계를 대면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직접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에게 확인한 결과, 그것은 정확한 보도가 아니었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현재 제출된 근로시간 단축법, 즉 근로기준법 개정안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며 노동소득 분배율을 상승시킬 수 없는 그런 식의 변화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소위 말하는 노사정 협상 테이블에서도 왕따를 당하는 신세이다.

그렇다면 근로시간 단축법에 반대해야 하는가? 단순하게 보자면 명분이 없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계에서 어떻게 근로시간 단축법을 반대한다는 말인가. 반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반대한다 하더라도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부 여당의 개정안에 반대한다면 다른 수정안은 있는가?

그게 힘들다. 근로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오로지 일을 덜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 말고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청와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여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진짜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우리 사회 전반의 경제 규모를 올리며 동시에 다수 국민의 삶의 질을 상승시키려면, 몇 가지 변화가 동시에 벌어져야 한다.

독일 모델을 따르자면, 복지 수준을 대폭 상승시키면 된다. 만약 청와대가 복지 예산을 큰 폭으로 강화시키면서 근로시간 단축법을 들고 나왔다면 찬성할 수 있다. 전형적인 독일 모델로 가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복지를 감소시키면서 동시에 근로시간까지 감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변화에는 노동자들이 동의할 수 없다. 동의 해서도 안 된다.

또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시켜서 일자리가 늘어나게 될 경우, 그 늘어난 일자리를 정규직화 하는 강제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비록 수입은 적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대안은 대기업이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정규직 늘리면 회사 망하는 걸로 생각하는 기업인들이 너무 많다.

그것 말고도 다양한 보조 대책들이 있어야 한다. 전체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 노동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라도 수입을 보전해 줄 수 있는, 그 최소한의 수입으로 정상적인 생계를 누릴 수 있는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 도입되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최근 스위스 등의 유럽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도가 그 중의 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이런 보조 대책과 동시에 논의되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은 무모한 짓이 된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삶의 질을 큰 폭으로 떨구게 될 일이다. 매우 중요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노동소득 분배율”을 급속히 저하될 것이다.

오로지 정부의 치적을 홍보할 만한 숫자상의 실업률만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올 것이며, 국민 대부분을 죽지 못해 매여 사는 비정규직 알바, 유식한 말로는 프레카리아트의 신세로 만들어 버리게 될 것이다.

암담한 일이다. 찬성도 반대도 힘들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암울한 변화가 우리가 미처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조금씩 조금씩 뜨거워 지고 있는 물에 들어가 있는 솥 안의 개구리가 된 기분이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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