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리기사다 2편

 

 본 글은 10년차 전업 대리기사로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의 증언을 근거로

일인칭 시점으로 다시 써진 글임을 밝혀 둡니다.

지난 기사

[빙의다큐] 나는 대리기사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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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대리운전을 알려주마

지난 편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리운전 업계의 변천사를 살펴봤다. 그러나 모든 대리기사들이 이런 식의 대리운전만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대리운전의 역사가 기껏해야 이십 년 정도 밖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그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하게 진화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수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첨단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지역에서 업소와 결탁해서 움직이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대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대리운전 업체도 있다.

그 모든 세상을 내가 전부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알만큼은 안다고 자부한다. 어떤 것은 직접 해보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들은 이야기이다.

이제부터 다양한 대리운전의 세계를 알려주도록 하겠다. 그 시작은 개인연합이다.

 

개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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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필요하세요?

 

대리운전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개인 연합이다.

이 대리기사들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무전기를 이용한다. 몇 명이 모여서 한 지역을 관할하며 활동을 한다. 이 몇몇이 자신들의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콜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콜이 발생할 경우, 개인연합에 속한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아니라 무전기를 이용해 그 사실을 알리고 가장 근처에 있는 사람이 무전을 받아 콜을 접수하게 된다.

또한 이 사람들은 각 개인들이 아주 오랫동안 대리운전을 해온 사람들이고 영업력도 있다. 속칭, ‘길빵’이라는 것인데 술 취한 손님들이 술집에서 몰려 나오면 기사가 직접 접근해서 대리운전 필요하시냐고 물어 즉석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이 연합은 개인 사정으로 급하게 대리운전에 나선 초보 대리기사들은 들어가기가 힘들다. 아니 그 이전에 초보기사들은 이런 집단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일종의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커뮤니티인 셈이다. 또 들리는 얘기로는 이런 연합에는 지역의 건달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워낙 대리운전을 오래 해 왔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도 잘 알고 회사에 내는 수수료가 없으니 콜을 더 적게 받아도 적절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유지는 되고 있으나, 그 폐쇄적인 특성상 발전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이 세력이 약해지거나 무슨 일이 있어서 빠져 나가게 되는 지역이 생기면 그런 지역에서 발생하는 콜 역시 플사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접수회사들이 장악해 나가게 되는 식으로 서서히 규모가 축소되는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서울에만도 서너 군데 이상 이런 형태의 개인연합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개인 대리기사들의 연합이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가장 공정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 이런 개인 기사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만 주어진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각자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콜을 받아서 대리운전을 할 수만 있다면 대리회사도 필요 없고, 시스템으로 업계를 지배하는 ‘플사'(고객들의 콜을 접수해서 앱을 통해 대리기사가 콜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회사, 1편 참조 – 편집자 주)도 필요 없다.

실제로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대리기사들이다. 접수회사나 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리기사들이 대리운전이라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즉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켜 주기 위해서 가동되는 부수적인 시스템들이 이제는 오히려 갑질을 하며 기사들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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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형태로 지역대리를 들 수가 있다. 지역대리라면 강하게 지역에 결합되어 있는 대리회사들을 말한다.

먼저 번화한 유흥가를 기반으로 자리를 잡은 지역대리들이 있다. 앞부분에서 언급했던 최초의 대리운전의 원형이 그대로 살아남은 방식이다. 주로 유흥업소와의 계약을 통해 대리운전을 하게 되는 형식이며, 대리비용을 손님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업소로부터 받는다.

고급 술집에서 몇 백 만원 정도 술을 먹게 되면 당연히 업소에서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대리를 불러주기 마련이다. 이런 수요를 오랜 시간 동안 충족시키면서 지역에서 대리운전을 해 왔던 업소들이며, 이런 대리회사들에겐 업소와의 거래가 제일 중요한 현안이 된다.

물론 그리 비싸지 않은 접객업소의 경우는 그저 콜을 대신 해주기만 하고 대리비용은 손님이 내는 경우가 더 많다. 그 경우에는 대리회사가 그 업소에 일정액수의 사례비를 주게 된다. 이 경우는 또 약간 다른 문제가 된다.

전자의 경우, 일단 대리비 자체가 비싸다. 같은 강남 내의 목적지를 간다 하더라도 기본 3만원 수준이다. 그리고 취한 손님들에게 팁을 받는 경우도 많다. 손님들 자체가 부유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케이스들이 현실적으로 현재 대리업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이기도 하다. 그 때 그 때 손님들에게 대리비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측에서 실적을 기록했다가 주 단위나 월 단위로 수수료를 제하고 주게 되는 형식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수입이 많은 만큼 이 지역대리에 포함된 대리기사들은 잡무가 많아진다. 평소 업소관리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관할 지역내의 변화가 극심한 업소들을 하나하나 관리한다는 것은 꽤나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며, 그런 부담으로 인해 초보 대리기사들이 쉽게 들어가기 힘든 경우이기도 하다.

후자의 경우는 좀더 일반적인 경우인데, 이 경우는 대리회사와 업소 간에 대리비용 분배에 관한 약간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이런 지역대리들은 또 시스템에 잘 합류하지 못한다. 플사에서 지역대리 회사 자체를 잘 끼워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일단 보수 지불 방식이 너무 다르고, 업소에 대한 리베이트 문제도 있고 해서 그렇다.

또 하나의 지역대리라면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서 운영되는 형식을 의미한다. 이런 지역들은 번화가가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그들만의 방식이 적용된다.

수도권을 벗어나게 되면 전국적으로 몇 개의 광역이 있긴 하다. 대전이나 부산 지역 등이 역시 수도권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장거리 대리를 뛰게 되면, 사실 시스템 앱을 깔고 있어서 내 GPS 신호가 해당 지역으로 잡히더라도 그 지역에서 발생한 콜을 연결해 주지는 않는다.

즉, 시스템도 지역에 따라 분할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지역에서 발생한 콜을 다른 지역의 기사들이 와서 채가는 것 역시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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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광역지역들 말고 진짜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면 기존의 대도시 방식을 적용할 수가 없게 된다. 몇 가지 특징이라면 이런 지방에서는 아직도 반드시 픽업이 따라가야 된다. 읍면 지역에 대리를 하게 되면 돌아올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콜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고 대중교통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배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회사의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또 지역에 따라서는 택시 기사들이 대리 영업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그런 경우도 지역대리라고 하기도 한다.

결국 지역대리는 도심지 번화가에서 업소 기반으로 움직이는 대리회사들이거나, 도시 지역을 벗어난 지역에서 운영되는 특별한 형태의 대리 영업을 동시에 의미하는 용어가 된다.

 

법인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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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있는 특이한 대리기사들이 또 있다. 이른바 법인대리.

일반 대리기사들이 허름한 차림에 방한을 위한 복장을 입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법인대리기사들은 언제나 깔끔한 정장차림을 하고 있다.

이런 대리기사들은 법인대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다. 법인대리라는 명칭은 그 회사가 법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고객들이 법인이라는 것이다. 주로 삼성, 엘지 등의 대기업이다.

즉 대기업의 고위직, 임원들에게 회사에서 제공하는 대리운전기사가 된다. 회사에서 직접 기사들을 고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기사를 외주로 돌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자기들끼리만 영업이 이루어지면 다른 대리기사와는 전혀 얽힐 일이 없다. 완전히 다른 방식의 영업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럴 수만은 없다. 이런 경우에도 영업이 섞이기 마련이다. 대리운전 수요가 항상 일정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특이하게 많은 날도 있기 마련이며, 그럴 때를 대비해서 법인대리 쪽에서도 기사를 무한정 많이 데리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간혹 골프장 등에서 대기업 임원들이 모여서 골프치고 회식이라도 하게 되면 이 법인 대리를 부른다. 그럴 때 마침 법인대리 쪽에서 기사들이 부족하게 되면, 일반 시스템에도 콜을 등록하게 된다. 이럴 경우 보통 ‘정장’ 이라는 단서가 붙어서 올라오기 마련이다.

콜을 잡다 보면 이런 콜을 잡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현실을 슬쩍 들여다 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단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무슨 그 기업의 직원이고, 태워야 할 손님들이 자신의 상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물론 일반 대리보다는 조금 더 많이 받긴 하지만, 그만큼 다른 문제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굽신거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극도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차피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과 서비스를 요구하는 측은 대등한 거래 관계이며 비용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관계에서 그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자의식이 강한 대리기사의 경우에는 저런 일은 하기 무척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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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보통의 법인대리의 경우는 대부분 대기시간이 무척 길다. 예를 들어 보통은 이만 원 정도 하는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법인대리는 이만 오천 원 이상이 붙어서 콜이 뜨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보면 30분이나 한 시간씩 대기해야 된다. 물론 대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대기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난다. 30분 대기에 만원을 주더라도 그 시간에 다른 대리를 한 건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장까지 입고, 극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그런 정도라면 그게 과연 정당한 가격인지 의심이 간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페널티가 또 있다. 법인대리에서는 아예 기사들을 모을 때 이미 그런 규정을 적용한 계약을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복장 규정을 어긴 기사를 발견했을 때 같은 법인대리 기사가 그 기사를 고발하게 되면 보상금이 나온다. 이런 것은 좀 비인간적인 규정인 듯 하기도 하다.

또 있다. 이 법인대리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법인의 콜을 받을 때 다른 대리와 다르게 꽤 비싼 수준의 비용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일단 법인 콜을 받아 이동한 뒤 복귀하거나 할 때, 일반 콜을 받으면서 지나치게 싼 비용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즉, 법인대리를 하는 자신들과는 달리 일반 대리는 싸구려라는 우월의식이 작용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평균 수입은 더 줄어든다.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자꾸 싼 가격에 콜을 받는 바람에 대리 전체의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이 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리 기사 전체의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법인대리의 기사들도 열심히 한다. 아침골프를 위한 대리도 있다. 이런 것은 전날 과음을 한 기업 임원이 새벽같이 또 골프 일정이 있을 때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대리기사는 그 임원을 태우고 새벽같이 골프장에 가서, 임원이 골프 치는 동안 대기한다. 심할 경우 하루 종일 대기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하면 보통 십만 원이다.

그 시간 동안 기사휴게실 같은 곳에서 샤워도 하고 수면도 취할 수 있다. 집에 가서 쉬느니 여기서 휴식을 취하면서 단 돈 십만 원이라도 버는 게 낫다는 생각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태우고 가고 태우고 오고 하루 종일 대기하는 가격으로 십만 원이 과연 적절한 비용일까?

물론 그 비용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임원도 모르고 일반인들도 잘 모른다. 그저 대리기사와 법인대리 회사, 그리고 돈을 지불하는 대기업 담당자들만이 아는 것이다.

나는 그 가격에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할 것 같다.

 

탁송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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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 역시 이 탁송을 곧잘 했었다.

탁송대리라는 것은 택배 화물 등을 날라 주는 것이 아니다. 신차나 중고차 등, 차량을 운송할 일이 있을 때, 즉 그 자체가 화물인 차량을 몰고 가서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물론 신차들은 차량 여러 대를 싣고 다니는 특수차량으로 운송하는 것이 보통이긴 하다.

과거에는 이 탁송대리는 전문직이었다. 즉 차만 몰고 가서 넘겨 주는 것이 아니라, 차를 검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 즉 중고차 매매상끼리 차를 거래할 때, 의뢰를 받고 다른 중고상에 가서 차량을 살펴본 뒤에 조건에 맞는지 확인을 하고 몰고 돌아오는 형태로 움직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리나라 중고차들을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버린 것이다. 이제는 차량 검사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이 이미 준비가 다 된 중고차들을 인천항으로 옮겨주는 탁송대리가 퍼져 나가가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지나가면서 이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시스템에 ‘탁송’이라는 단서가 붙은 콜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탁송대리를 하려면 사실 보험도 추가해야 한다. 월 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

탁송을 하게 되면 준비가 좀 필요하다. 일단 전반적으로 운송 거리 자체가 장거리이기 때문이다. 일단 가방이 필요하다. 거기에 양말 몇 개, 속옷 한 두벌, 이렇게 챙겨서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밤새 대리를 뛴다. 그러다가 새벽 네 시 다섯 시 되면 탁송 콜들이 줄줄이 뜨기 시작한다.

이 탁송은 실시간이 아니다. 일반 콜은 당장 손님이 기다리고 있으면서 올라오는 것이기에 시간을 다투기 마련이지만, 탁송 콜은 미리 뜬다. 새벽 네 시쯤에 올라오는 탁송 콜은 보통 아침 아홉 시에 수원에서 출발, 부산까지 차량을 몰고 가서 인도해 주면 된다는 그런 식이다. 그러면 십오만 원.

이러면 한결 여유가 있다. 일단 콜을 잡는다. 그리고 통화를 해 보면 어디 어디 매매상으로 아홉 시까지 오세요, 라는 식이다. 그러면 그 때까지 할 만큼 대리를 더 한 뒤, 매매상으로 가서 차 키를 받고 차를 몰고 부산으로 간다.

부산에 도착하게 되면 일단 좀 씻고 쉬어야 한다. 그러면서 바로 또 시스템을 켜서 전체 콜을 살펴 본다. 올라오는 탁송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에서 바로 올라오는 콜을 잡기는 힘들다. 보통은 경주나 진주 같은 곳에서 인천으로, 이런 식이다. 십이만 원.

그러면 또 시외버스 타고 거기로 가서 차량을 인도 받아 몰고 올라오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 인천으로 가는 차는 낡아빠진 차량이다. 에어컨도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 위험하니까 빨리 달릴 수도 없다. 그런 차 몰고 인천까지 덜덜거리면서 올라오면 저녁 8시.

거의 24시간을 풀로 일하는 대신, 가외 수입이 이십만 원 이상이 올라오는 것이다. 경비를 제외하고도 이십만 원 이상의 수입이라면 이것은 할만한 일이다.

몸에 약간 무리가 가더라도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이런 탁송 대리를 뛰게 되면 한달 수입에서는 거의 백만 원 돈이 추가로 찍히게 된다. 그러나 좋은 일은 계속되지는 않는다. 이 탁송을 한 6개월 했더니, 여기에도 역시 대리기사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결국 기사들이 몰리면 단가는 내려가기 마련, 이제는 서울 부산 탁송이 막 팔만 원 십만 원에 뜨기도 한다. 이래서는 몸 축나는 것에 비해 너무 싼 금액이다. 물론 그것도 하겠다고 나서는 기사들이 있으니 그 가격에 올라오는 것이다. 이래 저래 대리 비용은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모든 물가는 다 상승하고 있는데, 대리 비용은 갈수록 점점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 가격 인하는 누군가 특정인이 원해서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갈수록 대리기사 일을 하겠다고 유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무한 경쟁의 결과이며, 가격이 인하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의 결과인 것이다.

 

개인 접수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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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려워 질수록 기사들 역시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수도권에 기사들 숫자보다 대리회사 숫자가 더 많다.”

이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통신회사에 1588 번호 같은 거 하나 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렇게 번호를 따고, 명함을 찍어서 여기저기 돌리고 다니면 대리기사를 필요로 하는 콜은 다만 몇 개라도 오기 마련이다.

대리기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이게 가능하다. 그저 번호만 따고 명함만 찍어서 돌리면 된다. 그러면 전화 접수는 어떻게 받냐고? 이걸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또 있다. 어차피 대리회사들은 콜을 받기 위해 콜 센터를 운영한다. 한 명이 앉아 있던 두 명이 앉아 있던 콜 센터는 콜 센터이다. 전화가 안 걸려오면 놀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 러니 번호를 연결시켜 전화를 받아주는 서비스를 대행할 수 있다. 콜 당 오백 원이면 접수를 대신 받아준다. 그러면 그 콜을 시스템에 올려 주게 되고, 그 콜을 어떤 대리기사가 잡아서 대리를 하게 되면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면 번호만 따고 명함만 돌린 기사에게 수수료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콜 잡기도 힘들고, 대리 몇 건 해 봐야 이거 저거 다 떼고 나면 얼마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대리기사들은 이런 개인 접수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그저 손님이 없는 동안 다니면서 업소나 주차한 차량에 꽂아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쟁이 생기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대리 단가의 인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인 접수 번호를 가진 대리기사가 손님을 태우고 대리를 하고 있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이들은 고객의 눈치를 봐가며 영업을 하게 된다.

“지금 여기 가는데 삼만 원에 대리 하시는 거죠? “ 라고 물으며 얘기를 건다. 고객이 그렇다고 하면 그게 좀 비싸지 않냐고 물으면서 다음 번에는 이 번호로 연락하시면 이만 오천 원이면 된다고 얘기하면서 넌지시 명함을 내밀게 된다. 그러면 그 고객은 고마운 마음에 그 명함을 지갑에 보관하게 되고 다음 번 술자리가 끝나면 그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경쟁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의 인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이 일상화 되면서 대리 비용은 점점 싸지고 있다. 대리비가 싸진다고 해서 회사들은 결코 수익을 낮추지 않는다. 결국 지금 당장 돈 만원이 급한 대리기사들이 그 차액을 모두 감당하게 된다.

시스템에 뜨는 터무니 없는 가격의 콜들, 그 콜들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급한 대리기사들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잡는 대리기사들 덕분에 가격은 더욱 싸지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던 경매 시스템과 유사한 가격 유지체계는 붕괴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다양한 영업 방식 속에서 오늘도 대리기사들은 여러분의 주변을 고스트처럼 배회하고 있다.

생각해 보시라. 무척 신기하지 않은가? 외국인들의 눈에는 더욱 그렇다. 신나게 술을 마시고 술집을 나서기 오분 전에 전화만 하면 어디선가 유령처럼 대리기사가 나타난다. 그리고 아마 버스도 다 끊어지고 택시도 잡기 힘들 것 같은 내가 사는 동네에 나를 내려주고는 또 유령같이 사라진다.

이 사람들은 날아 다니나? 예전에는 픽업 차량이 쫓아 오기도 했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다. 그냥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택시 불러서 타고 가나? 그러면 내가 준 대리비보다 택시비가 더 나올텐데…

다음 편에서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대리기사들의 애환을 집중적으로 디벼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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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

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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