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리기사다 3편

 

 

본 글은 10년차 전업 대리기사로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의 증언을 근거로

일인칭 시점으로 다시 써진 글임을 밝혀 둡니다.

 

지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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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다큐] 나는 대리기사다 2편

 

대리기사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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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있다.

애환은 별 것 없다. 추운 날 어디 따뜻한 곳에 들어가 있지도 못하는 거, 참을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고생한 결과 적절한 수입이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추운 날 따뜻한 곳에 들어가 있지도 못하는 이유? 너무나 단순하다. 건물에 들어가 있을 경우, 내 스마트폰에 달려 있는 GPS 신호를 시스템이 놓치는 수도 있다. 시스템은 콜이 들어왔을 때 손님이 위치한 곳에서 일정한 거리 이내에 있는 기사들에게 자동 배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한 번 놓치면 내 순번이 들어올 때까지 또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GPS 신호가 막힐 수도 있는 실내에는 못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참을 수 있다. 대리운전을 필요로 하는 손님들은 많이 있다. 그들은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고 대리운전이라는 서비스를 사고 있는 것이며, 나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손님들이 지불하는 대리운전 비용이 결코 싼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분들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그 매출액 중에 대리기사들은 보통 얼마나 받게 되는 것일까?

결과부터 알려 주자면, 초보 대리운전 기사의 경우 그 비율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 손님들이 주시는 대리비용에서 기사의 몫이 절반이 안 된다는 뜻이다.

홍길동씨의 경우

홍길동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술을 한 잔 했다. 그러나 하필 일 관계로 차를 두고 나오지는 못했기에 대리운전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 방법은 세가지 정도가 된다.

홍길동씨가 아주 돈이 많아서 무척 비싼 술집에 가서 술을 먹었다면, 술집에서 서비스로 대리를 불러 준다. 이런 경우 앞서 설명했던 지역대리가 출동한다. 그렇게 되면 대리 비용은 술집이 지역대리회사에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횟수가 기록된 뒤, 대리기사에게는 일정한 수수료를 제한 금액이 주급 혹은 월급의 형태로 지급된다. 대략 그 수수료는 20% 에서 25% 사이다.

그 대리기사들은 그렇게 지역대리에 소속되어 있는 탓에 비는 시간에는 열심히 업소를 돌며 영업활동을 하게 된다. 그들의 수입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건당 단가는 좀 세지만 아무래도 건수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경우라면, 홍길동씨가 술집에서 나와 불쾌해진 얼굴로 배회하다가 길거리에 서 있는 대리기사와 즉석에서 흥정해서 대리운전을 맡기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 서울이라면 오래된 개인연합에 소속된 기사일 가능성이 많다.

상당수의 대리기사들은 아직 이런 속칭 “길빵”을 잘 하지 못한다. 그저 구석에서 열심히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을 뿐이다. 나 또한 그렇다.

이 경우, 내가 내는 대리비는 거의 전액 그 기사의 손에 들어간다. 물론 개인연합도 회비 형식으로 일정한 액수를 서로 걷고는 있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다. 그러나 이런 대리기사들은 최근 회사에서 잘려서 대리를 하러 온 초보 대리기사는 아닐 경우가 많고, 그다지 흔한 경우도 아니다.

가장 흔한 경우라면 홍길동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무수히 들어오는 대리운전 스팸 문자 중의 하나를 고르거나, 아니면 자주 이용하는 대리회사의 번호로 전화를 거는 경우이다. 이렇게 자주 이용하게 되면 대리회사에서 서비스를 해 주기도 한다. 대리 몇 번 부르면 한 번 꽁짜, 이러는 경우도 있고, 차량에 내 전화번호를 알리는 표지판을 멋지게 알미늄 소재의 명판으로 깍아서 보내주기도 한다. 물론 밖에서 보이는 면에는 내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고, 안에서 보이는 면에는 대리회사의 번호가 적혀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전화를 받은 접수회사의 콜센터 아가씨는 이 건의 대략적인 가격을 임의로 정해 플사(대리운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입력 프로그램을 통해 시스템에 등록하게 된다. 이 경우, 최초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한차례 복잡한 내용이 스며들어 있다.

어찌되었거나 그렇게 입력된 콜은 플사가 만들어 놓은 자동배차 시스템에 의해 손님의 위치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 있는 대리 기사들에게 전달되게 된다. 그러면 해당 기사는 그 콜을 보고 받을지 말지를 결정한 뒤, 해당 콜을 “잡게” 된다.

콜을 잡는 순간, 이미 해당 기사의 가상 계좌에서는 이 대리운전이 끝난 뒤 홍길동씨가 지불하게 될 비용의 20%(비율은 달라질 수도 있다.) 정도를 인출해 간다. 그리고 기사는 플사가 제공해 주는 가상의 번호를 통해 홍길동씨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이는 홍길동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렇게 통화가 되면 홍길동씨는 기사에게 자세한 위치를 설명하게 되고, 기사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홍길동씨에게 최단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 이미 GPS를 이용해서 홍길동씨를 중심으로 일정한 반경 내에 있는 기사에게 콜이 전달된 것이므로 도착하는데 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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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최단 시간 안에 가야만 한다.

그렇게 기사와 홍길동씨가 만나게 되면 홍길동씨는 기사에게 차키를 주게 되고 기사는 홍길동씨의 차를 몰고 홍길동씨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고 홍길동씨는 미리 정해둔 요금을 기사에게 지불하게 되고, 그걸로 거래는 끝이 난다. 그 뒤에 기사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콜 받기 좋은 장소”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동을 해서 다시 콜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콜을 받아 위의 과정이 고스란히 반복 되는 것이다.

이게 수도권에 사는 홍길동씨가 대리를 불러 집에까지 가는 과정에 벌어지는 가장 표준적인 프로세스가 된다.

목표 수입

이렇게만 잘 되면 대리기사 하기 참 쉽다. 운만 좋으면 하룻밤에 열 개 정도의 콜을 받고 제할 거 제한 뒤에도 이십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한 달 25일 정도 일하면 오백만 원이다. 할만 하네.

실제로 내가 대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대리기사들이 오늘 십오만 원을 찍었네, 이십만 원을 찍었네 하면서 자랑을 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들의 태반이 거짓이며, 허세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슬픈 일이다.

손님들의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이런 저런 대화를 하게 되고, 나는 언제나 손님들에게 나는 “전업 대리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면 손님들은 대부분 깜짝 놀란다. 당연히 투잡, 혹은 알바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기사를 제대로 된 직업으로 보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정서인 것이다. 그런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아니 손님들 이전에 대리기사 자신들 스스로가 이 직업을 정상적인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리기사들 중의 대부분은 사실상 경제적 최하위계층이다. 젊은 사람에서 환갑이 넘은 노인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걸쳐 있긴 하지만, 그들 모두는 사실상 이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는 아픈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심한 표현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대리기사 업계를 “사회의 하수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회보장제도가 담당했어야 할 패배자들을 대리 업계가 받아들여 먹여 살리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이런 업계가 있는 것에 대해 국가는 고마워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런 경험을 가지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초창기 대리운전을 시작할 때, 회사에서 아예 실장으로 눌러 앉으라고 권유를 그 전에 받던 월급과 너무나 차이가 나는 수입때문에 거절해 버리기도 했었다. 그 전에 받던 월급을 내가 다시 받게 될 가능성은 이미 사라진 것인데도 말이다. 나 또한 그런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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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그러고 싶나.

대리기사들 상당수는 입에 “왕년에 내가” 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그런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지금 현재의 상황은 더 힘들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틀림 없다. 그만큼 과거를 그리워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실제로 대리기사들은 한 달에 이백만원의 순수입을 올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올해로 십년차 전업 대리기사인 내 경우를 얘기해 보자면 나는 하루 매출액 기준으로 140,000원을 찍기 위해 노력을 한다. 왜 140,000원 일까.

대략 내가 평균적으로 지불하는 부수경비가 30% 선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렇다면 140,000원의 매출을 찍게 되면 나한테는 십만 원이 떨어진다. 그렇게 한 달에 25일을 일하면 내 손에 이백 오십이 들어오게 된다. 이게 내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또한 초보 대리기사의 경우 나처럼 30% 경비로 대리운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초보기사들의 평균 비용은 50%를 넘어가게 된다.

늘어나는 제반 비용

아니 분명히 수수료는 20% 선이라고 얘기를 해 놓고 비용이 50%가 넘어간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싶으실 것이다. 수수료 20%는 비용의 기본 시작점이다.

일단 대략 살펴보기로 하자.

나는 플사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다섯 개를 쓰고 있다. 이것은 보통 표준적인 대리회사에 속한 기사들이 쓰는 평균 수준이다. 이 프로그램 한 개당 월간 15,000원의 고정 비용을 내야 한다. 이것만 해도 다섯 개면 75,000원/월 이 된다.

또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회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 보험료는 대략 45,000원에서 86,000원 사이가 된다. 보험료가 올라가면 보장의 폭이라도 좀 늘었으면 좋겠는데 이 또한 공정하지 못하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보험에도 회사의 이권이 깊게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대략 잡아 70,000원/월 이라고 산정해 보자.

그리고 스마트폰 비용이 있다. 월간 통화료도 문제지만 철마다 플사가 업그레이드 하는 앱을 사용하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최신 스마트폰의 할부금도 생각해야 한다. 이것 또한 100,000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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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게 필요하다.

거기다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이동비용이 있다. 대리운전을 마치고 가장 가까운 스팟(콜을 받기 좋은 장소)로 이동하는 비용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후에 출근하면서 이동하는 교통비,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교통비도 포함해서 생각해야 한다. 이 비용도 따져보면 상당히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100,000원 이상 쓴다고 생각해야 한다.

초보의 경우 이 교통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환승 개념도 정확히 모르고 또 몸이 힘들면 수시로 택시를 잡아타게 된다. 그럴 때마다 비용은 급격히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식비. 밤을 새가며 일하게 될 경우, 그저 단순한 식사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잠을 쫓기 위해 수시로 뭔가를 마셔야 한다. 비록 자판기 커피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지속적으로 마시게 되면 무시 못할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간혹 포장마차에 들러 우동이라도 한 그릇 먹게 되면 출혈이 크다.

또한 장거리를 뛰거나 했을 때, 종종 이용하게 되는 찜질방 사우나의 경우도 만만찮은 비용을 유발한다. 이런 비용 모두가 사실은 기사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것이다.

예를 들어 초보 대리기사가 한달 동안 25일을 일해서 이백을 찍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기본 수수료 40만원, 프로그램비 7.5만원, 보험 7만원, 통신비 10만원, 식비 하루 오천원씩, 12.5만원, 교통비 10만원만 계산해도 97만원이다. 50%에 육박하고 있다. 택시라도 몇 번 더 타면 50%는 훌쩍 넘어가게 된다. 택시가 아니더라도 대리기사들이 타는 셔틀이 있다. 그것도 서너 번 타면 돈 꽤 들어간다.

이런 비용들이 초보와 고참간에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맞는 말이다. 닥치는 대로 콜을 잡다 보면 이런 비용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물론 내가 잡을 수 있는 콜들은 상당 부분 운빨로 결정되기도 한다. 그 운빨 사이에서 약간의 노하우가 작용하게 된다.

제일 먼저 지리를 잘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에 뜨는 지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지역이 교통편이 좋은지, 어느 지역에 가면 끝도 없이 아파트만 있는지, 어느 네거리에 콜이 많이 나오는지, 어느 동네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좀 싸더라도 퇴로가 손쉬운 곳이 오천원 더 받더라도 돌아나오기 힘든 지역보다 훨씬 더 이익율이 높은 법이다.

결정적으로 대리는 택시와 달라서, 거리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있다. 대리운전 서비스는 사실 시간에 의존하는 서비스이다. 거리에 의존해서 소모되는 것은 손님의 차에 들어있는 기름일 뿐이다. 기사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니 교통만 편한 지역이라면 30Km가 넘어도 싸게 갈 수가 있고, 돌아 나오기 불편한 지역이라면 10Km가 안되더라도 비싸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접수되어 뜨는 콜은 이렇게 산정되지 않는다. 손님들의 관점과 너무 다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콜과 나쁜 콜을 섞여 있게 되기 마련이고, 대리기사는 그것을 잘 골라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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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의 한 사이클은 내가 손님을 태우고 가서 손님의 집 앞에 내려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한 사이클은 내가 콜을 잡아 손님을 태운 순간부터, 다음 번 콜을 잡아 손님을 태우는 순간까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두고 콜을 골라서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짬밥에 의해 올라가는 노하우와 스킬만으로 대리기사의 수익이 결정된다는 것인가? 절대 그것만은 아니다.

시스템이 발생시키는 비용

앞서 설명한 부분은 그래도 대리기사 하기에 따라 줄일 수 있는 비용들이라는 점에서 좀 낫다. 그러나 시스템이 발생시키는 비용은 정말 억울한 측면이 많다.

물론 회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과거에는 그나마 20%의 수수료만 가지고도 경영이 잘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회사들도 경쟁이 치열해서 그것만 가지고는 경영이 안되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도 잘 안다. 그렇다고 해서 오만 가지 꼼수를 동원해 기사들의 부담만 자꾸 늘이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널티 문제가 있다. 페널티라는 것은 시스템에 콜이 떴을 때, 그걸 기사가 잡았다가 취소하면 물리는 벌금으로 회당 500원이다. 물론 기사들이 가지도 않을 콜을 함부로 잡았다가 취소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는 점에서 이해해 줄 수도 있다.

최근에 기사 자동 배정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모든 기사가 자신의 주변에 뜨는 모든 콜을 보게 될 경우 마치 예전 오락실의 올림픽 게임이라도 하듯이 버튼을 마구 눌러 경쟁적으로 콜을 잡기도 했었다. 그럴 때에 매번 잡았던 콜을 취소할 때마다 이런 페널티를 물린다는 것은 좀 지나친 일이었다는 것이다.

한 명의 기사가 보지도 않고 눌러서 콜을 잡을 수도 있다. 잡은 뒤에 살펴보니 자신이 가기 힘든 곳이었다. 그래서 취소했다. 그러면 또 다른 기사가 마구 눌러서 또 잡는다. 이렇게 몇 초 사이에 꽤 많은 수의 기사들이 이 콜을 잡았다가 뱉게 된다. 그러고 나서 결국은 누군가가 그 콜을 받아서 손님을 모시고 간다.

이럴 때, 이만 원짜리 콜일 경우 딱 여덟 명의 기사가 이 콜을 잡았다가 취소하면 회사의 페널티 수입이 4천원이 된다. 만약 기사들이 콜을 잡았다가 놓은 뒤 그 콜 자체가 취소되었다면 기사가 페널티를 무는 것도 일리가 있다. 회사도 수수료를 손해 봤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 손님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 피해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콜이 성사되어 손님을 모시고 갔다면, 회사는 손해가 없지 않는가.

이 경우 회사 입장에서 두 배가 넘는 이익을 올릴 수도 있는 페널티 제도를 무려 오백 원이라는 가격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회사의 욕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 문제는 기사 자동 배정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많이 줄어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페널티 제도의 문제로 인해 더 엉뚱한 꼼수까지 등장하게 된다. 보통 “양아전방”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양아치스러운 전화방이라는 말이다. 쉽게 설명해서 가짜 콜을 등록하는 접수회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새벽 무렵 이제 기사들이 영업을 마칠 시간이 되면 다들 마음이 급해진다. 한 콜이라도 더 받기위해 미친듯이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보통 “지진다”고 표현을 한다. 그러나 그 콜의 가격이 지나치게 터무니 없는 경우이다. 강남에서 인천까지 20,000원 뭐 이런 수준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걸 도로 취소하면서 페널티를 무는 것을 선택한다. 여기서 이미 양아전방은 페널티 수입을 꽤 올리게 된다.

그러다가 누군가는 집이 인천이라 그 돈으로라도 가겠다고 결정을 한다. 그리고 손님에게 전화를 걸면 받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 그 전화는 회사의 콜센터 옆에 있는 핸드폰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사가 콜센터로 연락해서 손님이 전화를 안 받으신다고 얘기하면 그 때, “아, 그렇군요. 수수료 빼드리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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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전방 = 삥 뜯기

애초에 그런 콜이 없었던 것이다. 오직 급한 기사들의 페널티를 뜯어 먹기 위해 허수콜을 만든 것일 뿐이다. 페널티 제도 때문에 이런 일까지 횡행했다. 이런 부당한 행동으로 인해 기사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지난 편에서도 설명했듯이 회사는 기사들에게 스마트폰도 판다. 여기서도 영업 이익이 발생한다. 이 스마트폰을 개인적으로 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회사는 기사들에게 보험도 판다. 단체가입이 원칙이라 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보험 가입도 안 된다. 여기서도 회사는 영업 이익이 발생한다.

회사에 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결국 기사들에게 그만큼의 비용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결국 회사들이 개인들의 돈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나누기

이런 행태는 기사들이 속해있는 회사들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들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플사들도 이런 행태를 보인다. 그 대표적인 행태로 프로그램 나누기를 들 수가 있다. 대표적인 플사인 로지는 최근 자사의 프로그램을 세 개로 나누었다.

왜 프로그램을 나누는가? 물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손님들이 걸어오는 콜의 숫자는 엄청나다. 또 로지와 계약한 접수회사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만 간다. 이 모든 콜을 한 프로그램으로 감당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나누는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니다.

플사 측에서는 이런 프로그램 나누기를 대리회사들이 원해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리회사들이 자기들끼리 집단을 만들어, 자신들의 콜을 먼저 올려 주고 자신들을 제외한 회사의 콜을 좀 늦게 올려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차수 시스템이다. 그러면 또 다른 대리회사들의 집단은 자신들의 차수를 올려주길 원하게 되고, 결국 각각의 집단들을 최우선 차수에 배정한 프로그램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나눴다는 것이다.

이렇게 회사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각각의 회사들이 자신들에게 할당된 프로그램에 콜을 우선 차수로 올리게 되면 기사들은 그 모든 콜을 다 받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세 개 모두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모든 기사들의 “프로그램 사용료”가 그 자리에서 세 배로 올라간다. 활동하는 기사들의 숫자가 서울에만 십오만, 이중 절반이 로지의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일인당 만원씩만 올려도 7억5천이다. 프로그램 두 개를 더 쓰면 월 삼만 원, 토탈 매월 이십억이 넘는 규모의 돈이 플사에게로 가고 있다는 뜻이 된다.

플사는 이런 프로그램 나누기가 대리회사들의 요구에 의해서 수립된 정책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회사들도 요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분명히 플사들은 대리회사들 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결국 플사들이 회원사들의 요구라는 명분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쪽으로, 또 자신들과 계약한 회사들의 수익을 올리는 쪽으로 결정을 해서 진행한 일일 뿐이다.

그 결과, 이렇게 해서 올린 부가적인 수입을 플사와 접수회사가 분배하는 구조가 작동되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기사들의 돈을 뜯어 플사와 회사가 나눠 가지는 구도인 것이다. 전체 매출은 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기사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사고발생

문제는 또 있다. 대리기사와 손님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대리기사들은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다. 물론 앞서도 얘기했지만 사회의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대리운전 업계이다 보니 기사들의 불미스러운 행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또는 사회적으로 지탄받을만한 잘못된 영업 행태를 보이는 불량 업체들도 존재한다.

대리기사들이 업무 중에 어떤 의도적인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가 발생하면 마치 모든 대리기사들이 전부 예비범죄자라도 되는 식으로 선정적인 보도만 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면 사회 여론은 또 “대리나 하는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라는 식으로 돌아간다.

실상을 알고보면, 대리운전 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언제나 약자인 것은 대리기사 쪽이다. 물론 보험이 있다. 매월 육칠만원의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보장 범위는 터무니없이 적은 보험들 뿐이다. 이것도 중간에 회사에서 보험 영업소의 역할을 대리하면서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떤 손님이 대리회사에 전화 걸어 대리운전을 하다가 대리기사가 사고를 냈다고 치자. 접수회사가 책임을 지겠는가? 아니면 플사가 책임을 지겠는가? 이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오로지 대리기사 개인이 가입한 보험회사의 보장 말고는 보호장치가 하나도 없다.

내 경험을 예로 들자면, 고급 스포츠카를 몰던 젊은 운전자 부부의 차를 대리운전 하다가 겪게 된 일이 있다. 보통 외제 스포츠카들은 바닥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야 한다. 요철이라도 잘못 지나가면 바닥이 긁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심하면서 살살 몰고 가서 아파트 주차장에다가 주차까지 잘 시켜줬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주차장 고무 스토퍼에 차 앞부분의 바닥이 살짝 긁히고 말았다.

가는 길 내내 부부싸움을 하던 그 젊은 운전자는 기분이 무척 상했던지, 다짜고짜 반말로 욕설을 하면서 차바닥이 긁혔으니 변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가 낮아서 고무 스토퍼에 살짝 긁힌 것뿐인데 어떻게 변상을 하냐고 항변을 하다가 결국 서로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난 대리 요금도 받지 못하고 그 자리를 뜨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운전자가 신고를 해 버린 것이다. 교통사고를 내고 그냥 가버렸다고 말이다.

싸움은 길고 지루하게 지속되었는데, 차주 측에서는 수백만 원의 견적이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내 측 보험회사 직원은 갔다 오더니 바닥뿐 아니라 문짝도 수리를 했고, 펜더도 갈았고 피해를 과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기도 했었다. 결국 보험사에서는 지급거절 결정을 내고 말았다.

사실 이런 상황은 누가 봐도 차주의 무리한 클레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주는 회사를 상대로 계속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합의금을 제시하며 합의를 종용해왔다. 회사는 자꾸 나보고 합의금을 내고 합의를 하라고 했으나, 우리측 보험사도 지급거절을 한 마당에 내가 합의를 봐준다면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끝까지 거절을 했다. 결국 점점 낮은 합의금을 요구하더니 결국 차주가 포기하는 걸로 마무리 되었는데, 피해는 그 다음에 왔다.

합의를 거절한 건방진 기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가 속해있던 회사가 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회사에서도 대놓고 말은 못해도 나를 대하는 눈길이 벌써 달라져 있었다. 결국 나는 견디지 못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말았다.

이런 식이다. 내가 속한 회사도, 그 콜을 받은 접수회사도, 그 위에 있는 플사도 결국 따지고 보면 다 내가 직접 운전을 해서 손님들에게 받은 대가를 나눠 먹으면서 사는 공동체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익을 나눌 때에는 한 가족이지만, 피해를 나눌 때에는 아무도 내 편에 서지 않았다. 경찰은 커녕 보험사도 이건 아니라고 결정한 마당에 차주의 무리한 클레임이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에게만 모든 피해를 전가시키려고 한 것이다.

또 만약 보험회사가 보장을 해 준다 하더라도 피해액 규모가 보험회사의 보장 범위를 넘어설 경우, 그 나머지는 온전히 나 혼자 책임을 지게 된다. 회사는 단 한 푼의 도움도 주지 못한다. 아니 주지 않도록 구조가 짜여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평소에 이 시스템이 나에게서 뜯어간 수익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모든 대리기사는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꼬박꼬박 받아가는 플사도, 내가 번 돈의 20%이상을 꼬박꼬박 떼어가는 접수회사도, 그 어떤 회사도 위험을 분산부담 해주지는 않는다. 돈은 나눠 가지고 사고 나서 발생한 위험은 기사 혼자 독박을 쓰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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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것, 추운 날 발을 동동 구르며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것, 술 취한 손님들한테 욕 먹어가며 따뜻한 집 앞에 내려주고 다시 돌아서서 걸어 나와 인적 끊긴 아파트 숲을 헤매는 것, 다 힘든 일이다. 그러나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내가 발로 뛰어 번 돈으로 내 생계를 꾸려 간다는 그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다시 일어나 보려고 노력하는 그 수많은 대리기사들을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로 내버려 둘 것인지 이 사회에 묻고 싶다.

여기에서 한 번 더 절망한다면 그들 모두는 진정으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열악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고자 하는 대리기사들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다음 편에 계속.

편집 :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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