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리기사다 – 완결편

 

본 글은 10년차 전업 대리기사로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의 증언을 근거로

일인칭 시점으로 다시 써진 글임을 밝혀 둡니다.

 

지난 기사

[빙의다큐] 나는 대리기사다 1편

[빙의다큐] 나는 대리기사다 2편

[빙의다큐] 나는 대리기사다 3편

 

 

소외된 사람들

밤늦은 시간, 밤 열한 시부터 새벽 한두 시 무렵에 강남 교보생명 사거리 근처를 가 보신 분이라면, 도대체 이 늦은 시간에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성거리고 있는지 의아해 하신 적이 있을 것 같다.

그 사람들, 늦은 밤 집에 돌아가지 않고 술이라도 한 잔 더 마시려는 취객들이 아니다. 모두가 일제히 손에 스마트폰을 두어 개씩 들고 들여다 보고 있다.

그렇다. 그들 모두는 화려한 강남 번화가에서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대리기사들이다. 아마 전국에서 대리운전에 종사하는 기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로는 가장 밀도가 높은 시간대와 지역일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니 당연히 그에 따르는 현상이 벌어진다. 추운 밤거리를 서성거려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야식거리를 파는 포장마차가 등장하고, 급한 대로 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국수집이 생긴다. 택시기사들을 상대하는 기사식당이 아니라 대리기사를 상대하는 기사식당이 생겨날 정도가 된다.

사거리 보행자 도로 위 널찍한 공간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보기 싫었는지 지자체(구청)에서는 그 곳에 대형 화분을 줄지어 가져다 놓고 방해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들도 어엿한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들이지만 그들은 우리의 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관공서에서 우리를 위한 시설을 만들어 주는 것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단지 방해나 안 했으면 좋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방해를 한다. 그것도 수시로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님은 선거 때 이 거리에 대리운전 기사들을 위한 휴게시설을 만들어 주겠다는 얘기를 하신 적도 있다. 하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시간, 어제 오늘 서울 경기 일대, 수도권에서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기사들만 헤아려도 십오만이 넘는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대리운전을 해 본 사람들을 모두 합치면 수십만이 넘어가는 숫자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 사람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일찍이 이 사회에 존재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소외되고 있다.

1.jpg

누구와 싸울 것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언제나 그 곳에는 서로간의 이익의 충돌이 발생한다. 대리업계에서도 이익의 충돌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대리운전을 요구하는 손님들과 대리기사들 사이의 충돌이다. 대리기사가 원하는 가격대와 손님들이 원하는 가격대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충돌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경쟁과 협상에 의해 자연스럽게 타결이 된다.

쉽게 말해 대리운전 한 번에 백만 원이 넘는다면 아무도 술자리에 차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또 반대로 대리운전 한 번에 오천 원이라면 아무도 기사를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손님들 입장에서는 가급적 싸게 갔으면 할 것이고, 기사들 입장에서는 가급적 많이 받길 원할 것이다. 결국 거리와 상황에 맞게 적절한 금액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조절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

즉, 대리회사에서 콜을 받아 프로그램에 올릴 때,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해서 올리게 되면 아무도 그 콜을 잡지 않게 된다. 그런 경우, 대리회사는 손님에게 다시 연락해서 가격을 올려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일종의 경매와 유사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자동 배정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이런 경매기능이 상당히 약화되어 버렸다.

과거에는 반경을 설정하면 내가 있는 위치에서 그 거리 이내에서 발생한 모든 콜이 내 폰에 떴었다. 그걸 잡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매 기능이 작동될 수 있다. 그러나 콜이 발생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기사들 몇 명에게만 자동으로 배정해주는 기능이 들어오면서 기사들은 그 콜을 안 잡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만약 내가 그 콜을 포기하게 되면 나는 다음 콜을 받기까지 한참 동안을 아무 콜도 못 받고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즉 자동 배정 시스템은 너무 많은 기사들에게 콜이 뜨면서 불필요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지만, 내게 배정된 콜의 가격에 불만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하도록 만들어서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 체계가 작동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차적으로 기사들이 불리해진다.

그러나 기사들이 불리해진 만큼 고객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대리기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니, 시장이 확대될 수도 있고 기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올 수도 있어서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리기사들은 손님들과 싸우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아주 당연한 것이 손님들이 없다면 대리기사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오히려 가격을 더 낮춰서라도 손님들이 늘어나기를 원해야 한다. 실제로 대리기사의 서비스 가격은 지난 몇 년간 거의 제자리에 있거나 더 낮아졌다. 실질적으로는 매우 큰 폭으로 인하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대리운전 시장은 매우 크게 확대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리기사들은 누구와 싸워야 하는 것일까?

3.jpg

결국 손님들이 내는 돈을 나눠 가지게 되는 대리기사들과 전화를 받는 대리회사, 그리고 정보를 전달해 주는 플사간의 문제가 남게 된다.

이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만 된다면 아무런 싸움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분배의 과정에는 정의가 자리잡기 힘들다.

보험의 문제

대리기사 일을 하려면 일단 대리회사에 들어가야 된다. 이는 얼핏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회사에 들어가서 집단으로 보험도 가입하게 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측이 책임도 져 주고, 회사는 또 기사들을 보호하고, 그런 공생관계가 형성되면 손님도 회사의 책임능력을 믿고 안심할 수 있고, 대리기사도 마음이 든든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현실은 남아 있지만, 사실상 회사의 역할이 거의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일단 사고가 생겼을 때 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오히려 기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 물론 올바른 클레임이라면 당연히 기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악의적인 분풀이에 가까운 이의제기가 발생해도 회사는 무조건 기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

또 회사가 기사들을 관리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명단만 올리고, 보험 가입 시켜주고, 플사와 계약하는 것뿐이다. 예전에 기사들이 무조건 회사에게 고정적으로 얼마씩을 내던 관습도 거의 사라져 버렸다. 이제 회사의 수익은 자신들이 콜을 접수하고 그 콜을 어떤 기사가 수행하더라도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을 수수료로 받게 되는 것, 그것만 남았다.

회사의 역할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기사들이 회사에 들어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회사를 통해서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플사에서도 회사를 통해 프로그램 사용권을 계약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보험에 가입하고, 플사의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 되려면 회사에 들어가야 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대리기사를 상대로 한 착취가 벌어진다.

 

4.jpg

 

일단 보험의 문제를 보자. 한 때 대리회사의 가장 큰 수익은 핸드폰 판매였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기종을 제한해 버리고, 그 핸드폰을 사기를 강요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이통사의 대리점으로 등록해서, 수많은 기사들을 상대로 핸드폰 장사를 함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이미 알려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플사들이 등장하면서 일반적인 스마트폰에서 프로그램이 작동하게 되자, 회사들은 핸드폰 판매에서 수익을 올리기가 힘들어졌다. 그 뒤를 이어 찾아낸 회사의 수익모델이 바로 보험이었다.

회사를 통해서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개인이 가입하는 것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회사 측에서 별도로 신체 기능 검사를 한다거나 인성검사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다. 그저 서류만 모을 뿐이다. 그 상황에서 회사는 보험 대리점 역할을 하면서 보험 모집에 따르는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만약 대리기사들이 보험사에 직접 대리운전에 관련된 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수수료만큼 보험료를 낮추거나, 보장한도를 올리거나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하지 않는다. 회사도 보험사도 하지 않는다. 이미 보험 가입에 따른 영업수수료가 오가는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착관계를 통해 대리기사들은 쓸데없이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 자기 몫을 빼앗기고 있는 중이다.

플사와의 관계

대리기사와 회사와 플사와의 관계도 유사하다. 결국 플사들의 수익은 대리기사들이 내는 수수료에서 나오게 된다. 회사는 콜을 접수하고 플사는 그 콜을 대리기사들에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 대한 수수료는 모두 다 대리기사의 노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손님이 낸 대리운전 값을 나누어 이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주체들이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정당한 수수료를 주고 받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5.JPG

플사의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가입해서 쓸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보험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통해서만 가입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나 소나 다 플사에 가입해서 앱을 깔고 콜을 받아 대리운전을 하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쓰라고 보험이 있는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로서 보험에 가입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보험사에서 보상을 해 주게 되는 것만큼 확실한 보장책이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보험 가입 사실만 확인되면 플사에 가입할 수 있게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회사를 통해서 가입을 하더라도 그 이상의 보장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를 통해서만 플사에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 역시 보험과 마찬가지로 플사와 회사간의 이익을 위한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실제로 플사들은 대리회사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다양한 당근을 제공한다. 자신들의 가입비율을 올려서 플사끼리의 경쟁에서 이기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근들은 모두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대리기사들이 정당한 노동을 통해 번 돈을 배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익들은 대리기사를 위해 쓰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프로그램 나누기 같은 것을 시행하면서 플사는 교묘하게 자신들의 수익을 늘린다. 그리고 그렇게 늘린 수익으로 회사들을 상대로 하는 영업활동을 전개한다. 과일을 나눠 먹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일들은 원래 대리기사들의 것이었다.

만약 대리기사들이 보험도 개인적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되고, 플사도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플사들은 회사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전개할 이유가 없어져 버린다. 오히려 더 많은 대리기사들이 자신들의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이나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이 상황이 훨씬 더 건전한 경쟁일 것이다. 대리운전 업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회사들을 위해 그 돈이 쓰이기 보다는 그 추운 날씨에, 한밤중에 길거리를 서성이며 피곤한 손님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모셔다 드리기 위해 고생하는 대리기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더 정의로운 일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리기사들의 노동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을 플사와 회사들간에 서로 나눠가지며 몇 억에서 몇십 억에 이르는 매출을 즐기며 희희낙락하는 동안 대리기사들은 제대로 된 휴게시설 하나 없는 교보생명 사거리에서 몇 개나 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다.

6.jpg

대리기사들이 뭉친다

대리기사 개인 개인은 무척 약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말단에서 움직이는 한 사람의 힘은 정말로 보잘것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라도 뭉치면 힘이 세지기 마련이다.

대리운전 업계가 변화하면서 다양한 모순들이 쏟아져 나오자 그 모순들을 해결해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뭉치지 않으면 아무런 힘이 없다는 점도 잘 알고, 뭉치면 힘이 세진다는 사실도 잘 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대리운전 업계에서도 기사들의 조직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명칭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리기사협회라거나, 대리기사노조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들 중 몇몇은 언론의 주목도 받고, 국회에 가서 항의 시위도 하고 그랬다. 대리운전에 관련된 법안의 제정에도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모임별로, 조직별로 다양한 대안을 내어놓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대리기사 협회를 만들어 대리기사들에게 등록증을 발급하고, 이 등록증이 없으면 대리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한다. 일견 타당한 주장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도 있다. 그런 식으로 운영되면 결국 기사들이 협회비를 내야 할 것이고, 또 하나의 수수료가 추가되는 결과만을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일종의 옥상옥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심하게 표현해서 만약 그런 전국적인 조직이 생겨서 대리기사들이 모두 등록하게 된다면 그 단체가 플사들과 어떤 거래를 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는 것이다. 플사도 마찬가지고 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거대한 규모의 조직이 생기면 언제나 개인들은 소외되기 마련이다. 그런 역사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리기사들은 뭉쳐야 하는 것은 맞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또 “양아전방”같은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회사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대리기사들이 뭉칠 필요는 있다.

대 리기사들은 누군가에게 월급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수는 없지 않냐는 생각도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상당수의 대리기사들은 대리기사는 노동자도 아니고 노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리기사는 노동자가 맞으며 노조를 설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자영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지입제 차주들이 만든 화물연대라는 대규모 노조도 이미 활동중에 있고, 아직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프로야구 선수들 조차도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실질적인 단체협약권이나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청년유니온이나 알바연대 등의 준 노조의 성격을 지닌 단체들도 많이 있고 열심히 활동하는 중이다.

물론 노동부의 시각에서는 대리기사들은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리기사들도 회사를 상대하고 플사를 상대하고 있으며, 자신의 노동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노동자들이 맞다. 언젠가는 이 정부도 대리기사들의 노조를 인정하게 될 것은 확실한 일이다.

그런 뜻에서 현재 초기 단계에 돌입하여 활동중인 대리기사 노조의 연락처를 기재하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연락을 기대하겠다.

서울경기인천(서경인) 대리운전 노동조합

위원장 이상훈 

 

☎ 010 3609 사육육육

ALSTMD012@hanmail.net

 

아직 관련 법규가 미비해 법적인 지위를 획득하거나 법의 보호를 받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자꾸 뭉침으로써 업계의 작은 모순이라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그렇게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소한, 엉뚱한 협잡에 속아 그 추운 밤중에 길거리를 헤매면서 벌어들인 돈을 날리는 일 정도는 막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들이 뭉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7.jpg

맺음말

최초로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부터, 현직 전업 대리기사로서 대리운전의 역사를 다루고, 대리운전 업계의 실상을 다루고, 산적한 모순점들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그 대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으나 심하게 역부족이었음을 실감한다.

내가 그 긴 시간 동안 대리기사로 일을 해 왔다고는 해도, 대리운전 업계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기 마련이다. 결국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느낌을 최대한 솔직히 말했고, 내 경험을 최대한 솔직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난 정치를 잘 모르고 또 시장경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또 그 경쟁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려면 공정하고 공개적이어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대리운전 업계에도 공정한 경쟁이 도입되기를 원한다. 대리기사들은 알지도 못하는 저 음습한 뒷구석에서 대리기사들이 피땀 흘려 일한 돈의 일부를 나눠 가지는 플사와 회사 관계자들이 자기들끼리 이권을 나누어 먹는 그런 모습은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차라리, 앞서 얘기한 대리운전 보험의 개인 가입, 대리기사 개인의 플사 가입이 허용된다면 충분히 공개된 경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왔고, 그 얘기를 설명했다.

물론 대리운전 업계는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대리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 문제도 정립되어야 하며, 대리기사들의 최소한의 자질 검증 문제도 어떤 형식으로든지 정립되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리운전을 이용하시는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들에게 정당하고 공정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구조는 공정한 경쟁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몇몇이 뒤에서 쑥덕거리면서 나눠먹는 그러한 구조를 없애고 서비스의 품질과 다양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기를 원한다. 그렇게 해서 이 사회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대리운전 업계에까지 밀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업계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힘들고, 어느 한 순간 누군가가 나타나 이 많은 문제들을 한 칼에 해결해 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독자들이 경험했을 대리운전의 모습 뒤에 이런 복잡한 생태계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해 드릴 수 있던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지도 모른다.

마치기 전에 딱 한 가지만 부탁 드리겠다.

분명히 일부 대리기사들은 문제가 있다는 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대리기사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밤늦은 시각에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모셔다 드리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추운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을 기억해 주시길 부탁한다.

그리고 그들 중의 일부는 이미 자신들이 속한 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어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응원 부탁 드린다.

 

전업 대리기사 이영일 올림.

2.jpg

 

옮긴이의 말

“본 격 빙의 다큐멘터리 – 나는 대리기사다” 시리즈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최초에 전업 대리기사 이영일 님을 만나 인터뷰를 할 때에만 해도, 이렇게까지 긴 스토리를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 분의 이야기는 그저 1회성 기사로 담아낼 그런 흔한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가끔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럴 때마다 저 분들은 내 차를 운전해서 집까지 데려다 주고 어떻게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었으나, 그 뿐이었다.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생활인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노동으로 번 수익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하기를 원하고 있을 뿐이며, 그를 위해 함께 모여 일어서려고 하는 중이었다.

결국 그 분들의 이야기를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빙의 다큐멘터리”라는 기괴한 형식을 만들어 냈고,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이 얼마나 잘 전달되었을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만약 잘못 전달된 내용이 있다면 전적으로 글쓴이의 잘못이며 지적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사과하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을 밝혀 두어야겠다.

용감하게 자신의 실명을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아 주신 전업 대리기사 이영일 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하시는 일에 밝은 미래가 함께 하길 빈다.

끝으로 이 긴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끝.

편집 : 딴지일보 보리삼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