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료 관련 중간보고

 

2014년 1월 7일자로 썼던 원고료 관련 글을 올리고 나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문제가 그저 단순하게 보면, 여태껏 제가 썼던 글과 방송에 나가서 떠든 내용을 공짜로 읽고 들으셨으니 이제 돈 좀 내시죠~ 하는 그런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최초로 올렸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실상 이 사건은 하나의 실험이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유명작가도 아니고, 학식이 높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도 아니고 어떤 업계의 전문가도 아닌, 그저 일반적인 우리들 중의 한 명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인터넷 상에 발표하고, 그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는 그런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던 거죠.

인터넷 상의 독자들이 만드는 시장의 규모가 거대한 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개인 블로거들이 만든 사이트가 성장해서 거대 언론과 맞상대할 수 있는 규모까지 커지기도 합니다. 허핑턴 포스트 등이 그런 사례가 될 수 있고, 또 IT 계통에서는 매셔블 같은 곳이 그랬습니다.

그런 정도는 못 되더라도 한 개인이 이런 식으로 독자들의 지원을 받아 전업으로 글을 생산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하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아이엠피터 같은 분이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딴지일보에 글을 기고하고 있고, 그나마 약간의 원고료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딴지라디오에 출연하는 대가로 출연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약간의 매체에 종종 기고하는 원고료 수입이 약간씩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비를 충당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수준이죠.

그 보다는 오히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이 아주 작은 돈을 아주 많은 숫자가 지불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준다면 어떨까, 또 만약 그게 가능해 진다면, 우리 사회의 인터넷 상의 독자들은 어느 정도의 글쟁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아주 소액결제를 생각해 냈고, 가급적이면 송금 수수료가 붙은 계좌이체 보다는 수수료 없는 소액 결제를 하시길 권했고, 그것도 한 번 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제 글 중에 특히 마음에 드는 것들이 나왔을 때 가끔 한 번씩 보내주는 형태가 제일 좋겠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페이팔이나 비트코인 관련 입금 방법도 그래서 추천을 드린 것이기도 하죠.

그렇게 사고를 치고 딱 1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실험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경과를 알려 드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모든 정황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제 블로그에는 보통 하루에 적게는 이삼천 명 수준, 많게는 이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방문을 하십니다. 글 단위로 봤을 때에는 보통 적게는 이삼천 건의 조회수, 많게는 이삼만 건의 조회수가 발생합니다. 물론 가끔 십만 단위의 조회수가 발생하는 글도 있기는 합니다.

특이하게 저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한 유입은 거의 없습니다. 다음뷰 추천 버튼을 붙여 놓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트윗을 통해 유입되거나 RSS 를 통해 유입되고 있습니다. 보통 블로거들이 포털의 트래픽에 많이 의존을 하는데, 저는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 대해 그닥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블로그에 붙여둔 구글 애드센스 광고 수입은 제가 뭐 그렇게 유난을 떨면서 여기저기 붙여 놓지 않은 탓인지 대략 2개월당 100불 정도의 광고수입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웨스턴 유니온을 통해 송금을 해 주고, 저는 기업은행에 가서 그 돈을 환전하게 되죠. 이 광고 수입을 늘리려 한다면 블로그 페이지에 광고를 좀 더 붙이고 하면 되겠지만 그러기는 싫습니다. 광고는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꺼려집니다.

1월 7일부터 2월 7일까지 계좌를 통한 원고료 입금은 모두 157명의 독자분들이 총 2,736,525 원을 해 주셨습니다. 제일 많은 경우는 일인당 10,000원이었고, 최고 입금액은 100,000원, 최소 입금은 500원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1,234원이나 1,111원, 3,333원 등의 재미있는 금액을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총액이 원단위까지 복잡해지더군요.

30,000원 이상의 금액을 보내주신 분들은 향후 일년간은 보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생각한 금액은 월간 3,000원, 연간 30,000원 선입니다. 그 이상을 보내주시면 제가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그 기간 동안 올린 글은 모두 19건. 그러나 그 중에 9개는 과거 방송되었던 딴지 이너뷰 리뷰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0건을 올린 셈입니다. 그러니 대략 글 한 편당 300원 정도의 구독료를 내 주시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는 것으로 이해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페이팔로는 총 4건으로 25불 정도의 수입이 발생했습니다.

비트코인으로는 아직 제가 약속했던 비트코인 입금 방법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은 상태인데도, 총 8건으로 0.1737 BTC가 입금되었습니다. 달러화로 120불 정도되는 금액입니다.

전체적으로 1개월간 3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 입금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초기에 제가 올린 원고료 관련 글을 보고 1회성으로 입금하셨을 것 같은 분들이 많이 계시고, 또 지속되는 입금액의 추이를 기반으로 추정해 보면 다음 달에는 50만원 이하의 입금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제 느낌으로는 이 실험은 완전히 망했다고 보기에는 많은 금액이 들어왔고, 대성공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약한 그런 애매한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참여를 해 주셨고, 많이들 보내주셨기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 달에 오십만원 수입으로 우리 사회에서 생존하기는 상당히 힘들것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습니다.

일단 이렇습니다. 이제 앞으로 한 달간 더 지켜보고 다시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고료를 보내주시는 분들에 대한 의무감도 있었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저와 비숫한 시도를 해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정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빕니다.

그리고, 좀더 적은 금액을 좀더 많은 분이 보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제 목표는 매달 3,000원씩 보내주시는 독자가 딱 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만 유지된다면, 저는 앞으로 제가 쓰는 모든 글들을 어떤 형태로든지 (전자책을 포함하여) 무료로 공급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원고료를 보내주시는 분께는 앞으로 나올 종이 책들도 무료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어차피 제가 그런 글들을 쓰고 모아서 책을 내고 할 수 있는 것이 온전히 그렇게 원고료를 내시는 분들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니 말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황당한 실험에 기꺼이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참여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18 thoughts on “원고료 관련 중간보고

  1. 월 3,000원씩 1,000명의 독자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달이 자동이체를 하면 300원의 이체수수료가 나가니, 구독료에 비해 수수료 비중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네요. 손쉽게 이체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달에 50만원까지 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합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1. 그래서 저는 자동이체는 권하지 않습니다. 계좌이체도 이체수수료 없는 통장을 이용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2. 평소 물뚝님의 라디오를 청취하는 팬 입니다. 물뚝님의 이 실험 저는 지지합니다. 초야에서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는 물뚝님의 실험을 2008년 부터 해왓습니다. 결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저의 경우는 수천만원이 매달 입금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광고를 싫어했던 터라 제 글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입금을 하라고 했습니다. 여러 세금문제가 걸려서 지금은 하지 않지만, 이런 시도는 계속 돼어야 합니다. 출판사에 기생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 동참하고싶니다
    비트코인 사용법은 잘모르겠고 계좌이체를 사용하고 싶은데 제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주변에 농협박에 없네요
    농협계좌를 만드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4. 정기적인 금액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삼천원이라 정해주시니 마음이 편하군요. 근데 금액이 좀 작은듯해서 잔고의 백원단위 이하의 금액을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정해진 가격표만 보고 살아와서 그럴까요? 타인이 결정해야하는 적당한 금액이라는게 참 곤란했습니다.

  5. 술자리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친구,
    특히 나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친구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런 친구 구하기 쉬울까욥?
    만약 이런 친구가 옆에 있다면 시간 날때마다 술 사주며 이야기를 들을 것 같습니다. 제가 돈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걸 수도 있지만.. 전 물뚝님이 이런 느낌으로 다가와 감사하게 생각할 뿐입니당.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1. ㅎㅎㅎ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 보면 좋지 않을까요?

  6. 애독자이자 애청자인데 이제야 구독료를 보내네요. 저의 귀차니즘은 매달 입금하는 것을 못할듯 하여 2014년 1년치 한번에 보냅니다.
    의왕 사시는 것 같은데.. 산본쯤에서 소주하고 있다는 트윗을 보다 보면 가고 싶어지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7. 월 3천원정도 1천명 괜찮은것 같습니다. 천명도 안 모인다면 우리 사회가 너무 슬플것 같네요. 노래방가서 몇십만원 깨쳐 먹으면서 우리사회에 쓴소리 내는 사람에게 조그만 성의 표시 없다는건 세상이 점점 더러워진다는거겠지요 좋은 시도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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