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개표 방식

 

현재 우리의 투개표 시스템은, 일단 전국 1만 3천여곳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뒤, 투표함을 모두 봉인하고 전국에 252개소에 설치된 개표소로 이송하여 모은 뒤, 개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ㅂ그러나 일각에서는 왜 굳이 개표소에 투표함을 다 모아서 개표해야 하는가, 투표소에서 그대로 투표함을 개함해서 개표한 뒤, 온라인으로 집계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투표소 개표 방식이다.

<투표소는 개표소에 비해 무척 작은 대신, 무척 많다. >

현재의 개표소 방식과 투표소 개표 방식은 분명히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그 일장일단을 따져 보면서 투표소 개표 방식이 과연 현재의 방식보다 월등하게 우월한 방식인가를 따져 보기로 하자.

만약 월등하게 좋다면 못 바꿀 이유도 없지 않은가.

 

개표소 보안의 문제

현재의 개표 시스템에서 개표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대략 12만명이 넘는다. 물론 이 중에는 정당 참관인, 경비를 위한 경찰력까지 포함된 숫자이다. 전국 252개의 개표소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다. 이만한 인력이 투입되어 개표작업을 하는데, 대략 오후 7시 경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이 되어야 완료가 된다.

각 개표소에는 유사시를 대비한 경찰력에 더해, 정전을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 설치되고 그 시설을 관리할 한전 직원이 파견된다. 화재 등의 사고를 대비해 소방인력이 투입되고, 각종 언론의 기자들도 다수 투입된다.

이 12만명의 인원 중에 실제로 개표과정을 지휘감독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선관위 직원은 몇이나 될까? 선관위는 원래 정직원이 3천을 넘지 않는 조직이다. 결국 선관위 직원은 252개 개표소에 개당 열명 이상 투입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자.

이 개표 업무량을 그대로 둔 채, 252곳의 개표소를 그대로 1만 3665곳의 투표소로 확장했다고 가정해 보자.

경찰은 몇 명이 필요할까? 최소한 한 투표소(개표소)에 두 명씩은 나가야 된다고 봤을 때, 3만명이 필요하다. 소방관은 몇 명이 필요할까? 한전 직원은 몇 명이 필요할까? 만 삼천 곳의 투표소에 정전이 벌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능은 할까? 만 삼천 곳의 투표소 중에서 불이 나거나, 괴한이 침입해서 난동을 부리거나, 특정 정치세력이 나타나 개표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얼마나 될까?

개표소의 가장 주된 업무는 개표업무다. 이 개표업무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개표 업무에만 집중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표 현장의 보안은 개표업무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252곳의 개표소라면 상당한 수준의 보안이 지켜질 수 있다. 그러나 13,665곳으로 늘어나 버린 개표소는 그렇게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면 투표는 불안해서 어떻게 하냐고? 투표시간이 항상 낮으로 제한되어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그 시간에는 남녀노소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왕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곳에서 위험한 일을 꾸미지는 않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용지 발급 정도 이외에는 그닥 업무도 없는 투표 업무를 위해 개표인원의 세배 가까운 30만명 이상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개표는 언제나 심야에 진행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얼마만큼의 인원이 필요할 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정리하자면, 13,665 곳에 설치되어 있는 투표소들을 그대로 개표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안 업무가 엄청나게 추가될 것이며, 그게 우리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의심스럽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개표 업무의 양을 따져보자.

 

개표 업무량의 문제

투표소의 개수가 워낙 많으니 하나의 투표소에는 투표용지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당연히 개표 작업도 금방 끝나 버릴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과연 하나의 개표소에 평균 투표용지가 몇 장이나 있을까? 전체 투표인원이 2,500만이라고 가정할 때, 투표소 13,665곳으로 나누면 평균 1,800여명이 투표를 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 기준으로 보면 일인당 7장이므로 평균 12,600장의 투표용지가 투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 이천장의 투표용지를 일곱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분류를 다시 후보자 별로 나누고, 그렇게 나눈 뒤 후보자별로 득표수를 카운트 하는 작업은 몇 시간이나 걸려야 될까? 분류기의 도움이 없이 개함, 분류, 확인, 계수, 검토, 결과 취합, 보고서 작성, 온라인 집계까지 장당 1분에 해낸다면 대단한 속도일 것이다. 그렇게 계산 했더니, 210시간이 나왔다. 여기에 애매한 무효표를 판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는 시간이나,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해서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은 모두 빠져 있다.

이 일을 8시간내에 끝내려면 한 사람이 8시간동안 50분 일하고 10분 쉰다고 가정했을 때, 즉 400분씩 일을 한다고 치면 31.5명이 필요해진다.

장당 1분이 너무 높게 잡은 수치일까? 30초로 줄여도 16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7시부터 시작해서 시간당 10분씩만 쉬면서 계속 일을 했을 때 새벽 3시에 마무리 하려면 이렇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시로 발생하는 애매한 무효표들 문제, 다양한 돌발상황 등을 모두 무시해 버렸을 때 이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3,665곳의 개표소 모두에 투입되어야 할 인원 총수는 개표인원만 218,640명. (장당 1분으로 산정하면 40만명이 넘는다. 군대라도 동원해야 할 지경이다.)

현행 시스템과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그게 바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투표지 분류기의 효율에서 온 차이라고 봐야 한다. 이 정도 효율을 보이는 개표 도구는 펀치카드 정도 밖에 없다. 그 밖에는 대략 터치스크린 등을 활용한 온라인 투표 정도라면 이보다 빠를 것이다.

여기에 정당 참관인, 경찰인력, 소방인력, 전기인력, 기타 보조원들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까?

현재의 시스템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보안 수준에서 개표를 한다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인력이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몇 군데 커다란 개표소를 차려두고 거기에 투표함을 모아서 한꺼번에 개표를 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 막대한 업무량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 덧 붙이자면 그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것이 영 문제가 된다면, 개표 시간을 당일 새벽에 마무리 하지 말고 한 일주일 정도로 여유 있게 잡는 방법도 있긴 하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결과를 기다리다 못해 답답해서 머리를 쥐어 뜯을 것이며, 가뜩이나 지금도 잡기 어려운 투표소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책임능력의 문제

13,665라는 막대한 숫자가 발생시키는 문제는 또 있다. 바로 개표작업에 대한 책임능력을 지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투표과정과는 달리 심각한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이의제기도 수시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각 후보를 낸 정당에서 나온 정당참관인들은 지속적으로 항의를 제기하고 수시로 재검표 요구도 나오고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진다.

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단시간 교육받고 일당 받고 나온 알바들이 아니라, 선관위 정직원이 필요하다. 선거 개표 업무에 능통하고, 선거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개표과정의 규정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 거기에 선관위 내에서 직책을 맡고 있어 “직책에 의한 권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분쟁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이 개표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나중에 사회적 문제로 확대 되었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능력”까지 있어야 한다.

물론 아무 문제가 안 생기더라도, 최종적인 개표 보고서, 현재 개표소에서 작성되고 있는 개표 상황표를 작성하고 거기에 최종 날인을 하게 될 책임자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이 없다면, 아주 단순한 무효표 하나를 놓고도 아무도 책임 있는 결정을 못 내리게 된다.

결국 선관위 직원이 13,665곳의 개표소에 최소한 두세 명씩은 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다. 국가차원의 선거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개표를 하는데 선관위 직원이 없으면 안되지 않는가? 그 권한을 위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선관위는 전 직원 다 합쳐 봐야 삼천이 안 되는데 홍길동이 아닌 이상 어떻게 13,665곳의 개표소에 모두 나가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책임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교육도 필요하고 경력도 필요하고 검증도 필요할텐데 그런 사람을 2년에 한 번 쓰기 위해 양성해 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들을 평상시에는 일도 별로 없는 선관위에 정직원으로 고용해 둘 수도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경우는 오직 하나뿐이다. 오랜 시간 동안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성화된 국가에서 지역별로 선거를 관리하기 위해 지역 선관위를 자체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되고, 거기서 선거를 맞이하여 지역 주민들의 합의하에 주민 중에서 선거관리 요원들을 추천하여 훈련시켜 투입하는 경우 뿐이다. 우리 사회의 지방자치제 수준은 아직 거기까지 가려면 요원한 형편이다.

 

또 예산의 문제

어찌 어찌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치자. 그래도 업무량에 따라 개표인력은 세 배 정도가 투입되어야 한다. 추가로 필요한 인원은 개표업무 인력에 참관인, 각종 보안 및 기술지원 인력까지 해서 대략 20만이라고 치자.

이 20만에게 추가로 지급될 일당은 얼마쯤 될까? 최저임금 살짝 넘게 5,000원으로 따져도 심야 근무이기 때문에 150%를 산정해야 하고, 두 끼니 분의 식대를 지급해야 한다. 7500 * 8 = 6만원의 인건비에 만원의 식비를 포함해서 7만원이라고 치자.

140억의 인건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런 값어치가 있는 일일까?

거기다가, 분류기야 안 쓴다고 치고 투표용지 카운트 할 때 쓰는 계수기는 공급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개표소당 열 대씩 있다고 쳐도 2500대면 충분한 것을, 13,665곳에 두 대씩만 구비해 주려고 해도 2만 7천대 이상이 필요해진다. 열 배가 훌쩍 넘는다.

다른 비품들 역시 같은 비율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과연 투표소 개표 시스템이 이런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입해야 할 만큼 효율적인 제도일까?

 

결론

현재의 개표 시스템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머리 속에서 뚝딱 상상해서 만들어낸 시스템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개선을 통해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만들어진, 불가피한 시스템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시스템이 완벽하게 최선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시스템, 독재정권과 싸우는 야당들의 치열한 투쟁 속에서 서로간의 치열한 갈등을 억눌러가며 조금씩 타협해서 만들어온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엎을 때에는 뭔가 좀더 냉철하고 구체적인 분석이 뒷받침을 해 줘야 한다.

그저 어떤 나라는 이렇게 한다는 데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그저 선관위 놈들은 어떻게 해서든 부정을 저지르고 싶어할 거라는 허수아비를 상대로 하는 감정으로는 투개표 시스템을 개선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우리의 투개표 시스템은 복잡하게 조율되어 있는 미묘한 제도인 것이다.

국제적인 선거 관련 기구에서의 중론은 한국의 투표 시스템은 워낙 치열한 정치판 속에서 단련되어 왔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타이트하게 조여져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좀더 느슨하게 치러도 되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지금 상황에서도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부정 시비가 벌어지고, 선거 한 번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렇게라도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 나는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다.

구로구청에 사람들이 모여 부정선거에 저항해 치열하게 싸웠던 것이 불과 20여년 전이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선거 시스템은 진짜 상전벽해 수준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

문제라면 오히려 투개표 시스템이 아닌 외부에 더 많다. 중요한 선거 때마다 몰래 개입하는 국정원, 북풍을 유도하는 정권, 밝혀진 문제점을 덮으려고 발버둥치는 부패한 경찰, 그리고 심지어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는 9인 합의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도 뻘짓을 반복하는 문제점투성이 이다. 하지만 전국에 퍼져 있는 지역 선관위에서 관리하는 투개표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그럭저럭 쓸만하다고 보고 있다.

바로 그 점이 제일 안타깝다. 지금 투개표 시스템을 향한 수많은 지적들 중에 상당 부분이 그리 깊은 고민과 연구 없이 그저 감정적으로 튀어 나오는 의미 없는 지적이라는 점 말이다. 차라리 그런 열정으로 왜 여당의 선거운동은 뭘 해도 합법이고, 야당의 선거운동은 툭하면 불법으로 판정하냐고 항의를 하거나, 왜 자꾸 국가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냐고 항의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고 더 시급한 일이다.

왜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투개표 시스템을 붙들고 그렇게 열정을 낭비하는가 하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는 얘기이다.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도록 모든 선거를 다 부정하며 말도 안 되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수도 없이 소송을 제기하고 기각 당하는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의 기이한 행동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다.

각설하고, 투표소 개표 역시, 내 판단에는 장기적으로 천천히 고민해 볼 문제이긴 하지만 당장은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것이 결론이다.

좀 더 냉정하게 사안을 보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

 

 

끝.

 

 

 

 

 

 







3 thoughts on “투표소 개표 방식

  1. 고생하십니다 잘읽었구요.

    다른 것 많은데 이 한문장으로 카운터펀치 드릴게요 ..
    “”
    사전투표땜에 그렇다던데.. 내용이

    근데 이것이 시간을 갖고 향후에 생각해볼문제다?
    정말 알ㅂ?

    +[사전투표만 파볼게요 한번]
    시간2시간 연장을 그렇게 반대했는데 사전투표를 왜 반대
    안했을까요? -님 회사 김어준 총수님이 말한 것-

    뭐 국회에서 전에 예산편성해줬어야 한다 이런말 하는데
    돈이 절약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그게 아니면 현실인가요? 돈절약되는데 해야하는? 그러면 어쩔수 없죠.
    (2시간 연장이 사전투표보다 돈더드나?)

    의심하면 끝이없다하는데
    선x위 디x스,천x함(?),무xx조작(?),간xx작
    [?는 법적으로 아직]
    의심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ㄷㄷ

    마지막으로 ” 더 개표 라이브” 한번 보고 오심이?

    ps. 1장당 1분걸린다고요? 작게잡아서 30초?
    어떻게하면 1장당 30초나 걸릴까요? 손가락대신 발가락으로?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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