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 이 글은 무려 2005년도에 노사모 게시판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관련 글을 분명히 썼던 것 같은데 아무리 뒤져봐도 블로그에 없길래 검색해서 찾아온 거죠.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옮겨 놓습니다. 졸라 창피하더라도..  그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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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블레이드 런너 광팬에 가깝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할 까 합니다. 가끔 술자리에서 이 영화 얘기가 나오면 친구들이 모두 재미없다고 일어설 때까지 하곤 합니다.

 

 

맞습니다…. 저 이영화 때문이 왕따 되었습니다. 흑흑흑..

존레넌님의 글에서 지적된 몇가지 플롯상의 서투름은 솔직히 인정하기가 조금 어렵군요.영화가 여러가지 편집판이 있고, 또 감독판이라 해도 원래 감독이 의도한 작품을 그대로 재구성하지 못하게 된 몇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결국, 돈과 시간이 명작을 하나 망쳐버린 케이스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데커드가 레이첼을 검사하고 그녀가 레플리컨트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 결과를 얘기해 주진 않습니다. 회장에게만 얘기하죠.

레이첼은 그러한 데커드의 태도에서 자신이 레플리컨트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되고 결국 레이첼이 먼저 데커드에게 접근을 해서 사실을 알고자 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데커드를 쫓아온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구해주는 거죠. 씬상에 수상한 점이 있다면 오히려 다음 문제일 겁니다.

비슷한 부분에 편집상의 오류가 있었습니다. 시나리오상에는 원래 지구상에 잠입한 레플리컨트의 숫자가 더 있었습니다. 나중에 하나를 줄이게 되죠.

그러다가 발생한 오류입니다. 자세히 보면 여성 레플리컨트를 죽이고, 술을 사고, 남성 레플리컨트에게 얻어 맞고, 집에 돌아와서 피를 닦고 하는 과정에서 순서가 조금 뒤섞여 있습니다.

세바스찬과 로이가 타이렐의 방에 들어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타이렐과 세바스찬은 서로 체스의 고수로 오랜 기간동안 체스 한판을 두고 있던 것입니다. 카메라에 잡힌 체스판위의 말의 상황은 유명한 세계 체스대회에 두어졌던 유명한 판의 진행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세바스찬이 궁지에 몰렸다가 다음 수를 생각해 냈다고 하자 타이렐이 흥분해서 불러들이는 거죠. 전화를 끊고 바로 타이렐이 시큐리티 시스템을 건드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문을 열어 준 것이죠. 그런 첨단 건물에 경비원이 있다면 더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로이와 타이렐의 대화입니다. 대화에서 나온 무슨무슨 물질이 어떻고 어떤 반응이 어떻고 하는 내용은 기초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들어도 엉터리 대화였습니다.

로이가 데커드를 살려주는 과정은 이렇게 보는게 어떨지 싶습니다. 로이를 비롯한 레플리컨트들은 이미 삶의 소중함을 이해한 겁니다. 자신의 생을 연장하기 위해 지구로 잠입했다는 것 자체가 생을 사랑한다는 증거 아닐까요? 전투용으로 길러져 잔인한 성품이면서도 로이는 타이렐을 죽이며 매우 괴로와 합니다. 동료들의 죽음을 보면서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죠. 그러다가 데커드와의 싸움을 벌이는데, 사실 간단하게 죽일 수 있는 수준이면서도 데커드를 약올릴 뿐 죽이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비밀이 더 있죠. 플롯상 데커드 자신이 레플리컨트라는 암시가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만약 로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레플리컨트를 죽이기 위해 길러진 또 다른 레플리컨트에 대한 로이의 감정은 바로 동정심이 될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생이 몇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수한 로이는 데커드의 생명을 구해줌으로써 생명에 대한 우리 모두의 태도에 대한 경고를 하게 되는.. 그런 거겠죠.

끝으로 레플리컨트를 잡는데 왜 비리비리한 형사 한명 보내는가에 대한 지적은, 이렇게 변명해 보겠습니다. 보시면서 느끼셨는가 모르겠지만, 전편에 걸쳐 데커드의 총이외에는 무기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시대에는 경찰아니면 총기휴대가 안되나 봅니다. 레플리컨트라도 총없으면 별거 없지 않을까요? 블레이드런너들은 무력보다는 레플리컨트 여부를 판별하는 기능사로서의 자격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 하고 변명하다가…

총 뽑을 시간도 없이 두들겨 맞는 장면도 있었군요. 변명은 변명일 뿐~~

 

(원작자 필립 K 딕)

 이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매우 가변적이면서도 심오합니다. 영상은 거의 예술 수준입니다. 날으는 차가 떠오르는 장면에서 보이는 와이어를 못 지운것은 아까운 일이죠. 새 버전에서는 지워서 나올 것 같습니다. 반젤리스의 음악도 수준급이죠. 무엇보다도, 1982년 당시 상황에서 이 정도의 메시지를 이렇게 멋지게 전달한 영화는 보기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블레이드러너의 수준을 극복하고 넘어선 제대로된 SF가 없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훌륭함이 더욱 빛나는 거죠. 그냥 관심있는 영화라서 한번 떠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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