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기 전에..

일기장에 쓰는 거라면 아무 소리나 해도 된다. 어차피 내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걸 볼 사람도 나 밖에 없는 거니까.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이건 글이건 건네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이 언어를 받아든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일대일의 대화라면 한 사람의 입장만 고민하면 되고, 일대다의 언어라면 다수의 입장을 고민해야 봐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언어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은 대화할 자격이 없는 거라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그 자격이 없어도 대화해도 된다. 무자격 대화는 이미 상대방이 화를 냄으로써 비용을 지불하게 되니까 말이다.

무심코 내가 던진 언어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한 번 해 본다. 나 스스로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잘 알면서 말이다.

요즘 흔하게 접하게 되는 성적 폭력의 문제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내가 건네는 언어(바디 랭귀지도 언어에 포함된다.)가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주게 될지 생각좀 해 보라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여도 내가 권력이 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권력에 의한 폭력을 자행하는 것이다. 그건 형사범이다.

만약 당신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눈꼽만큼이라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언어부터 조심해서 사용하길 권한다. 인간 사이의 모든 일은 언어로 인해 발생하는 거니까 말이다.

그게 싫으면 입 닥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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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사실 블로그에 올리려고 쓴 글은 아니고 최근에 트윗과 페북에 썼던 짧은 글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정말로 진짜로 무지하게 너무 심하게 아무 생각없이 말을 하는구나 싶은 트윗들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홧김에 쓴 것이다.

뜻밖에 많은 분들이 이 내용에 공감을 해 주셨고, 또 그만큼 나 스스로도 잘 못 지키는 얘기를 내뱉은 것에 대해 민망하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도 또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한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 짧고 잔인한 말들을 여럿 봤고 또 슬퍼졌다.

그게 차라리 듣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싶어서 한 말이면 더 낫겠다. 뭔가 의도가 있어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게 아니다. 자신이 한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게 될 지, 어떤 아픔을 주게 될 지 전혀 생각을 못하는 천진난만함이 담겨 있는 말들이었다.

이걸 도대체 어째야 하나. 인간의 본성에는 어쩔 수 없이 서로의 약한 살을 푹푹 찌를 수 밖에 없는 그런 악마적인 구석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인가.

밤은 깊어가고 항생제 기운은 떨어져 간다.

 

 







6 thoughts on “말을 하기 전에..

  1. 물뚝님. 늘 방송&글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물뚝님의 독재유산답사기는. 너무 괴로워서 못듣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의미없이 죽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젠가는 들을 생각입니다만.. 여튼 그 이외의 방송은 다 챙겨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불잉은. 그알싫의 모든 시리즈 중. 2번째로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내가 봤던 소설과 드라마가 그런 의미가 있었어? 싶기도 했고. 재미있습니다.
    아. 최고는. 기초 소득 이야기. 상상부터 시작하는 연작들이었습니다.
    뭐랄까. 사회주의를 처음 접한 20대 청년의 두근거림을 느끼게하는 일종의 비전이었습니다.

    늘 좋은 방송&글 부탁드립니다.

    말씀에 붙여 한마디 하자면.. 저는, ‘흑형’이라는 단어가 대단히 인종차별적인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비판의식없이 사용되는 것 같아서. 좀 불편합니다. 그알싫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었던 것 같구요.
    그. 민감함과 불편함이. 진짜 불편하고 민감할 사람들을 위해. 가져야 할 강박이 아닐까 싶습니다.

    건승하십시요.

    1. 흑형이 차별적 단어였나요?
      흑인 + 형님을 뜻하는 바는 아실테고..
      형님은 나이가 많거나 어떤 능력이 뛰어날 때 붙이는 단어죠.
      흑형이란 단어가 생긴 이유는 동양인에 비해 흑인분들의 신체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이러한 신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동양인들이
      해 낼 수 없는 일을 해 내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보고 반 존경. 반 부러움의
      뜻으로 흑형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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