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그 출생의 비밀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 이 복잡한 과정은 사실 삼권분립 체제 하에서 입법부의 역할이 탄생한 이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법안에 의해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도대체 저 넘은 어디서 튀어나온 넘인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컨텐츠 생산능력은 스스로 다 잘라내 버리거나 종편들에게 넘겨준 지상파들이 ‘썩어도 준치’를 외치며 시청률을 위해 만들어 내고 있는 막장 드라마들에서도 이렇게 복잡한 출생의 비밀이 포함되면 시청자들은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포기하게 된다.

이 복잡한 과정을 과연 민족정론지 딴지일보의 독자들에게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그런 복잡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싫어할 것이다. 세상에는 훨씬 더 간편한 방법들이 많거든. 이분법, 편가르기, 패거리즘, 적의 적은 아군, 이런 쉽고 강력한 무기가 얼마나 많은데 뭘 그리 복잡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냐는 핀잔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현실은 이런 복잡성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복잡성에 의해 지배되는 현실세계에서는 나도 모르게 내 주머니의 돈이 어디론가 위치이동 되기 마련이다.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이 말이다.

선택은 단순하다. 파란 약을 먹고 그냥 여태껏 해오던 대로 모른 척 하면서 호갱 노릇을 할 것인 가, 아니면 빨간 약을 먹고 이 복잡한 생쇼가 벌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고 분통을 터트릴 것인가.

어느 쪽 하나도 그리 맘에 들지는 않으실 것이다.

 

  1. 누가 단통법을 제일 싫어하는가?

당연히 삼성이다. 삼성은 애초부터 이 법안 자체가 무산되기를 원했다. 단통법을 비판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이 법을 제일 싫어하는 쪽이 삼성이라고 설명을 해 주면 약 3.2초간 망설이는 표정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 망설이는 표정 속에는 이런 생각이 담겨 있다.

“삼성이 싫어하면 좋은 법안이겠네?”

세상 참 편하게 사신다.

삼성이 이 법을 싫어하면 도대체 왜 싫어하는 건지, 싫어하면 이 법안에 삼성이 어떤 장난을 쳤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법안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확인해 보고 나서 이게 무슨 속셈인지 이해를 하고 나서야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그런 것은 귀찮고 힘들다.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 법안은 삼성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리면 최상의 결과이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해 버리면 된다. 실제로 일은 그렇게 흘러 왔고, 이 법안이 초안에서 최종안까지 오는 동안 삼성은 여러 차례 손을 댄 혐의가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발표된 법안은 삼성에게는 거의 무해한 법안이 되어 버렸다. 삼성은 일을 참 잘한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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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법안은 왜 휴대폰 가격이 그렇게 들쭉날쭉한가 하는 지점에 착안을 한 법안이었다. 그 업계를 잘 아는 젊은 친구들은 버스를 타는지 지하철을 타는지 자기들끼리만 아는 은어를 주고 받으며 최신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그것도 요금제도 아주 싸게 막 산다. 이를 보고 삐진 꼰대들은 왜 우리는 비싼 돈 주고 사고 쟤들은 저렇게 싸게 사냐며 화를 낸다.

이를 <시사인> 천관율 기자는 ‘정보 비대칭’이라는 이름으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시사인 – 모두가 미워하는 그법의 탄생), 기본적으로 정보 비대칭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렇게 구매자 그룹간에 차이점이 있을 때 붙이기에 아주 적합한 용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어찌되었거나 도깨비 소굴 같이 결정되는 복잡한 스마트폰 구매 비용의 체계를 단순화시켜 서울에서 50만원 하는 스마트폰은 광주에서도 50만원 할 수 있도록, 뽐뿌 사용자가 20만원에 살 수 있는 스마트폰은 탑골공원 할배들도 20만원에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자는 것이 이 법안의 최초 입법의도였다는 얘기이다.

깔끔하다. 그렇게 되면 좋잖은가? 고민할 이유도 없고 밤새 게시판 보면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어지고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SKT, KT, LGT 등의 통신사와 삼성으로 대표되는 제조사간에 오가는 은밀한 거래인 단말기 보조금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 삼성의 입장에서는 결사적으로 막아야 하는 무서운 일인 것이다.

그래서 삼성은 애초부터 이 법안 자체를 반대해왔고 제일 싫어하게 되었고, 싫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1. 누가 이 법을 만들었는가?

이게 또 혼란스러운 얘기가 된다. 형식적으로 이 법은 의원입법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다. 그럼 여당이 만든 거네?

이게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부발의’인 것이다. 이젠 하도 보편적인 일이 되어 버려 청부발의를 한다고 의원들을 비난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바로 그것이다.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왜 이 따위 법안을 만들었냐고 호통을 치자 담당 부처의 장관이라는 자가 한 대답이 바로 이 부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거 의원님 입법으로 제정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이구, 그러셨어요? 의원님들이 만든 법 때문에 욕을 먹어서 속이 상하셨어요?

정부도 법안 발의 권한이 있다. 실제로 정부발의 법안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진짜로 정부가 원하는 법안의 상당수는 의원입법의 탈을 쓰고 만들어진다. 이게 바로 ‘청부발의 법안‘이다. 정부가 만들고 싶은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정부가 만들어온 데이터에 기반해서 정부가 짜온 시나리오대로 정부가 작성해온 효과 등을 고려해서 단지 발의자만 국회의원의 이름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거 분명히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흔하다. 실제로 의원들이 이런 국가적 차원의 영향력을 가진 법안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고 법 조문을 만들고 할 능력이 잘 안 된다. 이런 법안들을 다 심의하기에도 힘이 딸려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찬성해주는 의원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이런 법안 자체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의원 입법의 건수는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또 정부가 집권여당에게 부탁을 해서 의원입법으로 법안 하나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그거 거절할 수 있는 여당의원도 거의 없다. 거기다가 이 단통법의 경우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버린, 그리고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중량급 법안인 것이다. 그래서 미창과방통위원회(약자를 만들어도 길구나) 소속 법안 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에게 대표발의를 부탁한 것이다.

문제는 대표발의자를 포함한 발의자들 모두,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찬성한 문재인 의원 등도, 그냥 표결에 참석하지 않아 놓고 이제 와서 자신은 미리 알아서 “찬성 하지 않은” 거라고 숟가락을 올리는 안철수 의원도 도대체 이게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아니 미리 알았으면 나서서 반대를 해야지 왜 “찬성 안했다”는 걸로 생색을 내시나?

아니 사후 파장은커녕 무슨 조항들이 들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심상정 의원도 몰랐잖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바로 미래부 담당자들, 그리고 이 법안 문구를 다듬는데 투입된 국회 소속 수석전문위원들(이 사람들은 국회 직원이다. 의원이 아니다), 그리고 회의 때마다 주변을 얼쩡거리고 또 미래부 장관도 참여하는 정부 부처 내부 회의에는 직접 참여하면서까지 의견을 관철해낸 삼성의 직원들뿐인 것이다. 물론 통신사 직원들도 참여한다.

이 법은 그들이 만든 것이다. 유권자를 대표할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바빠서 이 법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각자 친한 정부 담당자, 국회 소속 수석위원들, 그리고 업체 직원들에게 “아주 좋은 법”이라는 소리만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통과가 되었다.

물론 이런 법안을 야당이 별로 문제삼지 않고 통과시켜 주는 과정은 일종의 패키지 플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신들이 이 법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으니, 그걸 우리가 받고 대신 우리가 원하는 법안 몇 개 통과시켜 달라고 흥정을 하는 것, 그 흥정에 소모되는 카드로 활용한 것 뿐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야당이 맡은 역할은 바로 이 패키지 플레이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흥정을 잘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 법이 발효되면서 난리가 벌어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야권은 계산서 내용이 틀렸다고 화풀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1. 이 법은 왜 망가졌는가?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착한 아이가 태어나지는 않는다. 입법 취지가 좋다고 해서 좋은 법이 태어나지 않는다.

법안 자체를 반대하던 삼성은 미래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서 삼성 편 들어주는 걸로 유명한 기재부까지 동원을 해도 막기 힘들다는 판단이 서자, 법안의 내용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내민 카드는 바로 보조금 상한선이다. 아니 이 문제는 삼성이 내민 것도 아니다. 원래부터 미래부는 이 조항을 밀었다고 봐야 한다. 통신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막기 위해 거래 질서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정반대되는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부가 이 조항을 좋아하는 이유는 별 거 없다. 업체들의 이권을 ‘큰 틀에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기업이 망하면 나라 망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다. 소비자들이 한 달에 이삼만원씩 더 뜯겨도 그게 삼성이라는 국내기업(외국인 지분 보유율은 54%지만)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단하신 애국자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삼성뿐 아니라, 미래부의 경우에는 통신사들의 입장을 더욱 중시한다. 이 법안 자체가 애초부터 통신사들의 요구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통신 빅3가 점유율 경쟁하느라 자기들 보기에도 지나치게 심한 보조금을 서로 막 뿌려대자, 우리 이렇게 싸우다간 서로 망한다고 엄살을 피우면서 정부에게 미래부에게 보조금 상한선을 그어 달라고, 우리끼리 싸우는 걸 막고 이익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래서 단통법에는 보조금 상한제라는, 입법 취지와 전혀 상반되는 조항이 처음부터 포함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들도 눈치가 보였는지 법안의 초안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었다. 중간쯤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이다. 이 법안의 운명이 야당의 결사항전에 부딪히게 될지 어떨지 모르니까 처음에는 안 넣었다가, 그냥 거래용 카드로 무사히 통과될 것 같으니까 슬그머니 넣는 방식이다. 물론 그 조항을 끼워 넣은 장본인, 국회 수석위원은 ‘착오’였다고 해명을 한다.

그렇게 보조금 상한제라는 혹이 한 개 더 달리게 되었고, 이 부분에 주목한 의원들은 거의 없었다. 지나고 나서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자, 이제 와서 의미 없는 호통만 치고 있을 뿐이다.

그 다음으로 삼성이 활약을 한 것은 바로 영업비밀 보호 부분이다. 단통법에 의해 보조금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이 보조금 문제와 관련된 가격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조항을 단통법 안에 넣는다. 대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법안 자체로 보면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법안도 없게 되었다.

명분은 이 법에 의해 제조사가 관련된 각종 가격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상황이 오면, 국제시장에서 애플이라는 막강한 거인과 고군분투하는 삼성의 애국자들이 곤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

결국 이러저러한 부수 조항들이 달라 붙으며 삼성은 자신들이 갤럭시 한 대 팔 때 통신사에게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 그게 갤럭시의 소비자가에 얼마나 포함이 되어 있는 건지 밝히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졌다. 이 대목에서 이미 삼성은 ‘선방했네~’ 하는 자평을 했을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한 조항이 또 하나 들어간다. 분리공시 문제이다.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게 되는 보조금 중에 제조사 부담분과 통신사 부담분을 나눠서 발표해야 한다는 것. 이 또한 제조사와 통신사 측에서는 용납 불가능한 부분이 된다. 이 분리공시는 앞서 얘기한 자료제출 거부와 동일하게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국제 경쟁력을 이유로 무력화 되어 버렸다.

이제 이 단통법의 입법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제조사와 통신사 측에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못하며, 오히려 보조금 상한선 만을 규제해서 통신사간의 경쟁을 막아 버린, 관련자 모두에게 해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정부는 원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생색을 낼 수 있다. 보조금 상한선이라는 ‘규제의 칼’이 주어졌고, 이를 무기로 통신사들에게 가격인하 압박만 하면 대통령 공약도 달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보조금을 제한하고 단말기 가격을 올리는 대신 통신비를 조금 내려주면 어찌되었든 간에 통신비 절감이라는 공약은 지킨 것이잖은가? 통신사들은 지나친 출혈 경쟁을 정부가 알아서 막아 줬으니 고마운 일이 되었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이로 인해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된 갤럭시의 소비자가격이 얼마나 날강도 같은 짓인가를 무사히 숨길 수 있게 되었으니 선방한 셈이다. 만사 해피하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결과인 셈이다.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이 이렇게 스무스하게 통과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원하는 다른 법안과의 거래를 했으니 만족할 만한 상태였다.

최소한 이 법이 시장에 등장해서 아수라장이 연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1. 진짜 몰랐을까?

이 법은 등장하자 마자 엄청난 여파를 몰고 왔다. 이 복잡한 법조문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모든 것을 다 정리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는 점을 사람들은 아주 쉽게, 아주 빠르게 눈치를 채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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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런 법을 왜 만든 거냐는 항의가 속출하고,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신규 계약이 거의 중단되는 사태가 오고 말았다.

우리 사회는 규모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인해 신규 계약이 없어지거나 지는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최소 2-30%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대리점, 영업소들이 속출한다. 사람들은 지금 스마트폰 새로 사는 것은 바보중의 바보라고 느끼게 되었다. 정 필요하면 해외 직구로 사서 개통시키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심지어 똑 같은 삼성 갤럭시 조차 해외에서 역수입해서 개통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는 비교 결과가 인터넷에 흘러 넘치고 역수입업자들은 이 틈을 타서 마구 광고를 뿌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전파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식의 모기 발톱도 못 되는 엄포로 막아질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럴 줄 몰랐을까? 그렇게 모두가 합의하며 모두가 해피한 결과를 내기까지 이 법의 탄생과정에 일조한 그 모든 사람들이 이런 충격파가 올 것을 몰랐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과정의 누군가가 이 골 때리는 시스템에 분노해서 한 번 다 같이 엿 좀 먹어보라고 일부러 그렇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일은 누구 하나의 기발한 작업으로 벌어지지 않는다. 모두의 이익을 고려하고 모두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니 누덕누덕 기워진 법안이 만들어지고, 단지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너무 많이 주지 말라는 결론만을 내리게 되었고, 그 보조금 상한선이 시장에 용납되기에는 너무 낮게 책정된 결과 사람들의 ‘냄비 스타일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것뿐이다.

그래서 뒤늦게 통신사들에게 요금을 더 낮추라고 압박을 하고 있고, 사실 알고 보면 매출이 그렇게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조작된 숫자를 나열하면서 자기들도 안 믿는 통계를 가지고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불난 집에 에비앙 생수 한 통 던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진짜 몰랐을까? 이렇게 될 줄은 진짜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여야 할 거 없이 의원들은 정부를 탓하고, 정부는 이게 의원입법인데 당신들이 그러면 안되지~ 하면서 서로 미루고 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통법이라는 아이는 완전히 양가에서 모두 버림받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법안이 살아 남을까? 이미 영업점 사장들이 통신사 영업사원들하고 짜고 아이폰을 헐값에 뿌리는 아식스대란(아이폰 식스 대란)이 벌어졌는데, 그들 모두를 개통 취소 시켜 버리고 엄벌에 처할만큼 이 정권이 강수를 두게 될까? 그건 잘 모르겠다. 유명한 얘기 아닌가, 해방 이후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정권이 이 정권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될 줄은 진짜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들이, 아니 우리 모두가 진짜 몰랐던 것이 또 하나 있다. 아주 기본적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일, 그 기본을 몰랐다.

 

  1. 우리 모두가 놓친 단 하나의 진실

법은 사회적 합의이다. 특히 단통법 같이 시장의 흐름을 규제하는 법안은 시장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합의가 맘에 안 들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전국 규모의 시장이며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매달 작게는 몇 만원에서 크게는 십 몇 만원까지 내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다. 사실 이 비용에는 제품의 가격과 통신비가 섞여 있어서 누구도 그걸 분리해서 판단하기 힘들다.

아니 사실은 통신업계와 제조사가 짜고 소비자들의 돈을 더욱 효율적으로 빨아먹기 위해 판을 복잡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다. 그 덕에 이제는 아마 자기들도 이게 도대체 어디까지가 제조 매출이고 어디까지가 통신 서비스 매출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게 묶여서 아사리판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 시장을 좀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법을 도입해서 규제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내가 사는 기계가 도대체 얼마짜리인지, 이게 할부금이 정상인지, 이 할부금이 통신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왜 기계는 기계대로 따로 팔고 통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따로 가입하면 안 되는 것인지,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좀 확실하게 답을 준비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모두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이 괴상한 시스템은 지금 몇 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게 진짜 ‘모두의 이익’인가?

우리 모두는 잊고 있다. 이 통신 시장에서 가장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된 ‘관련자’들은 바로 소비자들이라는 점을 말이다. 그리고 이 소비자들은 니들이 제도를 만들어 떠먹여 주면 그대로 받아 먹고 피땀 흘려 일해서 번 돈을 매달 일수이자 갚듯이 빨리기만 해야 하는 바보 같은 존재들이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하는 자리에, 가장 상석에 먼저 초대되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소비자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선출직 의원들이 있지 않냐고? 그들은 입법의 최종 책임자들이다. 그들은 제조사, 통신사, 정부 담당자, 소비자들과 동급이 아니라, 이 모든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를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법안으로 실체화 시켜야 하는 담당자들인 것이다.

왜 스마트폰 가격을 논의하는 자리에 스마트폰을 실제로 사서 써야 하는 소비자들의 대표가 참석하지 못하는가? 왜 통신비 구조를 논의하는 자리에 매달 휴대폰 요금을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지불하는 사용자 연합의 대표가 참석하지 못하는가?

‘모두의 이익’이라고? 그 모두에 왜 가장 숫자도 많고 가장 돈도 많이 내는 ‘소비자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는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한 축으로 작용할 ‘소비자의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가 해피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헤벌레 웃고 있는 담당자들은 가장 중요한 뭔가를 하나 빼 먹고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들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빠져 있는 그 소비자, 호갱 소리만 듣고 사는 소비자, 그 소비자들이 바로 유권자이며 납세자라는 것을 생각해 보시라. 당신들 모두가 도대체 누구 돈으로 먹고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미래부 직원들, 장관들, 기재부 직원들, 국회 수석전문위원들, 심지어 국회의원들 모두 직접적으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우리의 이익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니들의 이익을 보호하라고 준 월급이 아닐텐데..

제조사와 통신사도 마찬가지다.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국제경쟁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불평 없이 꼬박꼬박 신제품 사주고, LTE가 새로 나왔으니 그거 또 써주고, 초고속 와이파이가 나왔으니 그거 또 돈 내고 사주고, 무제한 인터넷인데 하루 용량 얼마를 초과하면 제한이 걸린다는 말도 안 되는 개그인지 광고인지 모를 개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그거 또 사주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비자이자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우리들이라는 점을 도대체 왜 잊고 있느냐는 것이다.

매출이 급감하고 영업소가 문을 닫고 나서야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그 와중에도 아이폰 신제품 팔아 보겠다고 대란이나 일으키고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그냥 처음부터, 시장의 주인은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라는 점, 소비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제공하는 기업이 성공해야 하고, 그런 기업들이 살아 남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이라는 점, 그리고 공무원들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와 납세자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점, 이런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사실 저들에게만 뭐라 하면서 불평하기도 힘들다.

우리가 주인이라는 점을 우리 스스로가 잊어 버리고 살아가고 있는데, 스스로 주인임을 자각하지도 못하는 주인을 이 세상 어떤 넘이 주인으로 알아서 모시겠냐는 말이다.

이 맑은 초겨울의 하늘과는 전혀 다르게 기분이 참으로 비참해진다.

 

 

추가) 웹툰의 인용을 허락해주신 빈꿈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약속한 오징어 통찜은 반드시 사도록 하겠습니다.







3 thoughts on “단통법, 그 출생의 비밀

  1. 결국 미국처럼 보조금 상한제를 두고 몇년은 나라에서 얼마를 줘라 안된다 된다 하면서 정부가 힘쎄다는걸 자랑할것 같아요
    대통령님께서 갤럭시노트4 힐부원금 10만원 인하를 결정 하셨습니다 와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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