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얼굴들

(* 이 글은 딴지일보에서 발행하는 “더딴지”에 실렸던 2013년 결산 시리즈에 포함되었던 글입니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기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무릇 한 사회가 발전하려면 각계 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영광을 드높이는 얼굴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올 한해, 우리 사회는 잘하면 제정일치 사회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수준으로 진보하고 있는 중이다. 기껏해야 소란스럽기만 하고 영양가 하나도 없는 민주주의를 합네 어쩌네 하면서 깝치는 주변국가들과는 달리 쑤욱쑤욱 성장해 가는 국격에 온 국민이 감동해 마지 않던 자랑찬 한 해였다고 감히 자평해 본다.

이 모든 영광을 여왕님께 돌리며,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빛내준 부문별 스타를 뽑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 보기로 하겠다. 특히나 이번 호 더딴지는 창립 1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감히 이 글이 그 빛나는 역사의 한 자락에 동참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1 부문 : 쪽팔림의 왕자

위선은 명랑사회를 추구하는 본지의 가열찬 행보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죄악이다. 무릇 솔직하지 못한 자들은 자신의 무능을 숨기고자 위선의 가면을 쓰기 마련이며, 진솔한 욕망의 분출을 억제하다가 욕구불만으로 위암에 걸릴 가능성도 많다.

하고 싶으면 해야 된다. 만지고 싶으면 만져야 된다. 이를 억제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무릇 좁쌀만한 권력이라도 잡은 자, 그 권력을 어디에 쓰건 그건 자기 마음 아닌가. 권력 냄새도 못 맡은 비천한 것들은 권력자들에게 온 몸 바쳐 충성하면서 자기도 그 좁쌀 가루의 향이라도 맡으려 노력해야 하거늘, 어디 감히..

해서 얼결에 잡게 된 무시무시한 권력을 세기말적 쪽팔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순수한 욕망을 발현하는 데 활용하시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라는 진지한 교훈을 던져주신 쪽팔림의 제왕, 윤창중을 제 1 부문, 쪽팔림계의 왕자로 선택했다.

<뭘 봐…>

 

아울러 그가 좁쌀만한 권력을 잡기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명칼럼 들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이미 그 글들은 모두 지워진 상태이다. 역시 쪽팔림의 고수 윤창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부문 : 끝 모르는 황당함의 절정

대한민국 사회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죄악은 바로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은 사회의 진보를 방해하며 창의력을 감퇴시킨다. 고정관념이 넘치는 사회는 정체되기 마련이며 무한 경쟁의 현대 사회에서 정체라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항상 고정관념, 예를 들면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무력이 필요하다거나, 북한은 탱크 움직일 기름도 없어서 미국은커녕 남한하고 붙어도 쪽도 못쓰고 깨질 거라는 그런 생각들을 버리고 좀더 창의적인 발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부문의 당선자는 참으로 선정하기가 쉬웠다. 근래 보기 드물게, 아니 IMF 이후 최강의 고정관념 탈피자로 부족함이 절대 없는, 오히려 뭇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비비탄으로 인명을 살상하고 평택 유류 저장 창고를 파괴하겠다고 나선 호쾌한 사나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최고 존엄 그 분 이석기 되시겠다.

< 아.. 몰라.. 몰라.. >

 

그는 또한 북한이 이제 떨치고 일어나 미제와의 전쟁, 조미전쟁, 조국 해방전쟁을 일으킬 것이며 그 전쟁의 선봉에 자신들이 서야 한다고 그의 추종자들에게 일대 연설을 감행하셨는데, 그 연설 또한 고정관념을 하나도 지키지 않는 비문들로 구성되어 있어 고정관념 탈피의 일관성을 충실히 지키고 있기도 했다. 이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는 후문이다.

이에 지금은 구속되어 영어의 몸이 되신 이석기 옹을 끝 모르는 황당함의 절정으로 선정하는 바이다.

 

3 부문 : 최강의 성장 가능성 보유자

누구나 초짜의 시절이 있다. 누구나 듣보의 시절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듣보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을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발굴해야 할 의무가 있는 법이다.

한 때 듣보계의 왕자를 굳건히 지키시던 변모 언론사 대표님께서는 요즘 징기스칸 양갈비찜 식당으로 경영을 다각화 하시고, 한국 IT 업계를 뒤집어 버릴 수컷닷컴 설립에 몰두하시느라 듣보계를 떠나신 지 오래 이기에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선정 작업에 난항이 예고되었다.

 

하지만 전혀 듣보같지도 않은 노땅 듣보 하나가 갑자기 뛰어나와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 구역의 듣보잡은 나야~ 라며 기염을 토하는 바람에 모두의 시선은 그리로 쏠려 버렸던 것이다.

바로 YS의 상도동 풰밀리였다가 친박의 수괴로 변신했다가 다시 친이의 핵심으로 가서 사흘이 멀다고 청와대를 들락거리다가 다시 차기 대선주자로 스스로를 낙점 찍으며 활동하고 계시는 우리의 또 하나의 희망 김무성 되겠다.

< 내가 무대다. >

정가에서는 나름대로 주목 받는 김무성이었지만 사실 민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김영삼계 출신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색무취한 행보로 세간의 주목은 거의 받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탈피하고 싶었는지 요즘 그의 행보는 듣보를 탈출하기 위한 돌출행동이 연일 지속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능성이라면 별 다른 게 없다. 그저, 이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정치인이라면 의례히 확보하고 있어야 할 역사왜곡, 극우꼴통, 성추행 등의 타이틀을 두루두루 확보해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저건 정치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거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9251107031&code=9104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092245575&code=9104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021427101

결국 듣보계를 주름잡고 향후 두각을 나타내는 애국 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최고로 높은 최강의 성장 가능성 보유자 부문으로 김무성을 선정했다. 심사에 참여한 모 위원은 우리가 이 사람을 무시한다면 3대가 고자가 될 것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 전했다.

 

4 부문 : 추억의 절대고수

새롭게 떠오르는 듣보들은 살펴 보면서 과거의 영웅들을 무시하면 안될 일이다.

무려 유신헌법의 초안을 잡은 전도 유망한 젊은 검사.

중정의 제5국 국장으로 활약하면서 보안사를 무력화시켜 반짝머리 전두환을 빡치게 만들었던 장본인.

초원복집에서 우리가 남이가 신공을 시전하면서 김영삼 정권의 성립을 음지에서 도운 바로 그 사람.

그리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오빠 같은 자태로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여왕님을 보필하고 계시는 역전의 영웅.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 나는 다 안다.. >

 

특히 이 분은 갈수록 증가하는 노년실업의 세태에도 불구하고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호령 할뿐이다”를 외치며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공로를 추가로 인정받기도 했다. 파고다 공원에서 놀고 계시는 많은 어르신들은 이 분을 본받아 지금이라도 다시 현업으로 진출하실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마시길 바란다.

인생은 칠십부터라는 말을 몸소 입증하시며, 오늘도 구국의 최 전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김기춘 옹을 추억의 절대고수 부문에 선정하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5 부문 : 아스트랄 유체이탈의 최종보스

이 부문은 최종 선정 직전까지도 난항을 겪으며, 어차피 하기도 귀찮은데 부문 자체를 없애버리고 술이나 먹으러 가면 어떻겠냐는 중론이 모아졌던 부분이다.

하지만, 장엄한 역사를 이어오는 우리 언론사에 길이 빛날 명 칼럼이 하나 있는바, 그 칼럼의 저자를 이 부문에 선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역사 앞에 죄인이 되고 말 것이라는 피를 토하는 연설(누가 했는지는 안알랴줌)이 회의석상 위로 흩뿌려진 바, 모든 위원이 잠자코 선정에 동의를 표하고 말았다는 후문이 있다. 사실 토한 피가 뿌려졌는지, 전날 먹은 술이 덜 깨 튀어나온 토사물이 뿌려졌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바로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의 저자 최영해 되겠다.

http://news.donga.com/List/ColumnON/3/040114/20130917/57700451/1

제목부터 도대체 어느 상놈의 동네에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인지 모를 만한 아스트랄함으로 가득차 있는 저 명칼럼은 그야 말로 태산을 울리고 지축을 뒤흔들었던 칼럼이다. 사람이 붓 한 자루, 아니 대만산 키보드 하나로 어떤 짓을 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준 저 칼럼을 읽고 호흡곤란을 느끼지 못한 자는 역사를 논할 자격이 없다.

자신의 마인드를 남의 아들로 치환시키는 유체이탈 신공은 뭐 그리 놀랍지도 않다. 그렇게 치환이 되었으면 그냥 아버님 전상서로 쓰등가.

친자 관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은 남의 아들 마인드 속으로 제멋대로 유체이탈을 시도한 그 아스트랄함은 현존하는 어떤 스토리텔러도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한 기발함이었다. 이런 명문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 후보에도 못 낀다는 우리의 비참한 현실을 개탄하고 싶을 뿐이다.

아마 노벨상 심사 위원회가 한글을 몰라서 그런 거겠지.

 

6 부문 : 사대천왕을 뽑아라

뜬금없이 신설된 사대천왕 부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사대천왕이라고 해서 길거리 양아치 같은 복장으로 폼 잡고 서 있는 4인조 밴드를 고르는 것 같이 네 명을 뽑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민족 정론지 딴지일보에서 만드는 사상 최고의 무규칙 이종 매거진 더딴지는 “꽃보다 남자”의 F4 같은 싸구려 컨텐츠를 싣지 않는다. 잘생긴 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대천왕은 그냥 이 땅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사대주의의 거룩한 계보를 잇는 장본인, 즉 사대주의의 천왕이라는 뜻일 뿐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네이밍 참 끝내준다.

좌좀들에게 점령 당한지 오래인 이 땅의 역사학계, 일제시대 때 한반도의 근대화를 위해 그렇게 노력해 준 일본의 고마움도 모르는 샹넘의 색휘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을 독재자라고 모욕하는 배운 데 없는 자식들이 우리 역사를 망가트리는 이 배반의 시절에 홀연히 일어나 국사편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떠맡아 주신 “맞먹 류영익” 선생을 이 사대주의 천왕에 선정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인정하겠는가.

왜 호가 맞먹이냐고? 류영익 선생의 이런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세종대왕과 거의 맞먹는 인물이다.”

씨바, 나이가 많아도 오백 살은 많을 것 같은 세종에게 이승만이 맞먹어야 한다니.. 이런 호연지기를 보여준 사람이 일찍이 이 땅에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 밖에도 맞먹 류영익 선생의 어록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 땅의 좌좀들의 기를 질리게 만드는 그 분의 화려한 발언을 몇 개 더 옮기는 걸로 선정 사유를 대신하도록 하겠다.

미국에 대해서 우리가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한 고 노 전 대통령은 반미(주의자)”

김대중의 햇볕 정책은 친북 정책이다. “

후진국에서는 독재가 불가피하다. “

이승만 대통령은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하는 일종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불가피하고 오히려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믿고서 했다.”

이런 분께서 편찬하시는 우리의 국사는 앞으로 참으로 볼만할 것이라는 생각에 똥꼬가 아려온다.

그리고 최근에는 친히 아드님의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국적을 미국으로 바꿔 주셨음이 밝혀져 역시 사대천왕의 자격에 전혀 부족함이 없음이 드러나 세간에 칭송이 자자하기도 했다.

 

최종 부문 : 종결자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부문이다. 이미 다들 눈치를 채셨겠지만 당연히 마지막 부분의 우승자는 안알랴줌 여왕님이시다. 여왕님께서는 2012년도에 더딴지가 선정한 영광의 얼굴들에서 안알랴줌 분야의 우승자로 선정되신 경력을 인정받아 시드배정으로 예심을 통과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더딴지가 있었냐고 묻지 말자. 그런 것이 바로 우리사회를 해치는 고정관념이다. 그냥 작년에는 우리가 마음속으로 했다. 마음속으로.

<휴가지에서조차 자신의 안알랴줌 부문 수상을 축하하고 계시는 여왕님의 자태>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정권을 인수하고 정부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도대체 왜 짤리는지도 모르게 짤라 내버리고 이유는 안 알랴줌.

자신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을 파기하면서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도 모르게 철회 방안을 만들어서 발표해 버리고, 이에 항의하는 장관을 만나주지도 않는 안알랴줌.

야당 대표가 만나러 오는데 넥타이 매고 오지 않으면 안 만나준다고 그러면서,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건지도 안알랴줌.

국무회의 석상에서 장관들이 발언도 못하고 그저 수첩에 필기나 열심히 하라는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백성들에게는 그 이유도 안알랴줌.

도대체 누가 무슨 결정을 하는 지도 안알랴줌.

저녁 먹고 나면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서 뭐 하시는지도 안알랴줌.

도대체 더 딴지는 이 안알랴줌 여왕님을 왜 영광의 얼굴들 최종 종결자로 선정했는지도 안알랴줌.

이런 그지 같은 어워드를 도대체 왜 했는지도 안 알랴줌. 언제까지 할 건지도 안알랴줌.

이 기사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도 안알랴줌.

여왕님께 이 모든 영광을 돌리면서도 그 이유는 안알랴줌.

2013년 한 해 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세상은 안알랴”즘”이 지배하고 있다. 전 세계의 모든 철학자 정치학자들은 이 새로운 정치 사상인 안알랴”즘”에 대한 연구를 즉각 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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