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탱구 가출사건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강아지의 정식 이름은 “루이 윌리엄스 세바스챤 드 탱구”이다. 보통은 줄여서 그냥 탱구라고 부른다.

때는 바야흐로.. 는 개뿔.

그냥 2015121일 수요일. 마포에 자리잡은 XSFM 사무실 겸 스튜디오에서 그것은 알기싫다 에피소드를 열심히 녹음하고 있는데..

책상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이 계속 불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녹음중에는 소리는 물론 진동까지 꺼 놓은 상태이며, 그 시간에는 전화 안 받는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누가 이렇게 자꾸 전화를 하나 싶어서 들여다 봤더니 딸아이의 전화번호가 반짝 거리고 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나 싶어 유횽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중단시킨뒤 전화를 걸었더니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딸아이의 울음섞인 첫마디는

아빠, 큰일 났어. 탱구가 없어졌어.”

아 이런.. 맨날 같이 살던 강아지나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부주의함을 책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던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구나, 싶어지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날씨가 춥다고 해서 최근 거의 산책도 못 시켰더니 이 녀석이 밖에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문이 열리자 쏜살같이 튀어 나간 것이고, 영서가 따라 나가 보니 이미 어디로 사라져버려 간 방향조차 묘연해진 것.

부주의하게 문을 연 딸아이를 책망할 수도 없는 것이 자기 생일이라고 친구들이 모여 파티를 하기 위해, 친한 친구 하나가 집에 와서 영서와 함께 나가려고 하다가 잠시 앉아서 신발끈을 묶는 사이에 친구가 모르고 문을 열어 버린 것이다.

그 친구는 덩달아 또 얼마나 놀랬을까? 자기 잘못으로 강아지를 잃어 버리게 되었다고 생각을 했을테니 말이다. 여고생 둘이 어스름한 저녁에 아파트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 봐야 찾을 가능성도 없었을 것이다.

일단 침착하게 딸아이를 진정시키고, 지금 어두워졌으니 너희들이 찾아 다니기도 힘들테니 집에 들어가서 진정하고 앉아 탱구를 찾는다는 벽보라도 만들고 있으라고, 지금 녹음 최대한 빨리 끝내고 집에 가겠다고, 너무 걱정하고 울고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 준다

마음은 어지러워지고 정신은 딴데로 가 있지만, 그래도 “Show must go on.”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티 안내고 녹음을 마친다. 그래봐야 이미 멤버들 모두 깜짝 놀란 상태.

내 분량이 모두 끝나자 마자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서둘러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연락이 온다.

탱구 찾았음.”

침울한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하고 온갖 생각을 하던 차에, 맥이 탁 풀리면서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나간다.

일인즉슨, 탱구 녀석이 뛰어 나왔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데리고 산책 시키고 있던 강아지를 보고 따라간 것이다. 자존심도 없는 놈 같으니라구..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 양털패딩까지 곱게 차려 입은 탱구가 목줄도 없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이 아이가 집을 뛰쳐 나온 거구나 하고 눈치를 채고서는 누군가 찾아 오겠지 싶어 어디 못 가게 안고 계셨던 것이다. 그 위치가 대략 집에서 백여미터 떨어진 학교 앞이었는데, 아이들이 거기까지는 못 찾아간 모양이었다.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자 그 아주머니는 동네 강아지 병원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다행히 마눌님께서 딸아이의 연락을 받자 마자 병원에부터 연락을 취해놓은 덕분에 바로 연결이 되었고, 연락을 받은 딸아이가 뛰어가서 탱구를 받아왔다고 한다.

이렇게 고맙고 감사할 데가 있나.

딸아이는 금방 웃음을 되찾고 자기 친구들과 생일파티 한다고 나갔고, 내가 도착하자 탱구는 집에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그리 길지 않았던 루이 윌리엄스 세바스찬 드 탱구의 가출사건은 막을 내렸고, 우리 가족은 천만다행으로 평온한 상태로 회복된 것이다.

 

 

에필로그 :

마눌님께 탱구 찾아주신 분께 작은 선물이라도 하자고 얘기를 했고, 마눌님은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안 받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문자를 보내고, 이런 답장을 받았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허락도 구하지 않고 문자 내용을 공개하고자 한다.

1

보시라.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나부터도 길 잃은 아이들이 보이면 저렇게 찾아줄 것이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로를 믿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제 다섯살 정도 된 탱구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 곁에서 살아주기를 바라며 마친다.

탱구1 탱구2 탱구3 탱구4

 

 







5 thoughts on “드 탱구 가출사건

  1. 좋은 아주머니를 만나서 천만다행입니다. ㅠㅠ 방송듣고 전혀~ 눈치도 못챘었는데, 말미에 멘트가 나와서 깜놀했네요…다행입니다. 다행..^^

  2. 이참에 안전문 하나 주문해서 설치하시기를 강력 권유합니다.
    안전장치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고 만드는 거니까요.
    이번엔 조상님 음덕으로 무사귀환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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