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승부인가

(* 이 글은 딴지일보에서 발행하는 “더딴지”에 실렸던 글입니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기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불길한 예측

아주 특이한 상황에서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5월에서 6월로 넘어가는 바로 그 시간. 그리고 이 글이 독자들에게 읽히게 될 시점은 6.4 지방선거가 끝난 시점.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예언의 성격을 갖지 않을 수가 없고, 이 글이 내 손을 떠나는 시점에서 이미 나는 이 글에 손을 댈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결국 독자들은 마치 시험 끝나고 채점하듯이 이 글을 읽게 된다는 상황이며, 그 상황은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안과 초조를 유발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을 낱낱이 훑어 보는 사상 초유의 작업을 진행한 바, 이번 선거가 대략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직관적으로 깨달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기반하여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더 힘든 것은 지금 내 예측이 어지간히 맞을 것이지만, 그 결과가 독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라서 옳건 그르건 무척이나 심기를 거스르는 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어느 정도길래 그런 소릴 하냐고?

이번 제6차 전국동시 지방선거, 그 중에서도 전국 17개 광역의 선거는 전남북과 광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야당이 생각보다 선거전을 잘 치른다면 기껏해야 한 두곳 정도 더 먹을 수는 있을 것이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각종 호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나름 바짝 추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공표되는 여론조사에서는 상당 지역에서 야당의 후보들이 앞서고 있는 걸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숫자들에 불과할 뿐이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고 숨어있는 상당 부분은 바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침묵모드로 돌변한 여권의 고정표들이며, 그들은 여론조사에는 응답하지 않겠지만 투표장에는 가는 사람들이다. 아마 이 사람들은 선거 당일 실시하는 출구조사에도 잘 안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들이 최소 5%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빙으로 알려진 모든 지역은 야당의 패배. 현재 현저하게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서울과 충남이 박빙으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서울은 박원순 현 시장의 압도적인 우세에서 선거전이 시작되었다고 다들 믿고 있었겠지만, 선거 훨씬 전부터 박후보의 캠프에서는 생각과는 다르게 박후보 지지율이 별로 높지 않게 나오는 것으로 인해 상당한 불안감을 안고 있기도 했었다. 결코 여유있는 승부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선거운동 분석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선거운동이란 무엇일까?

특히 사회적으로 무척 널리 쓰이면서 그 뜻이 아주 부정확하게 알려져 있는 단어인 부동층이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부동층은 전체 유권자 중에서 몇 % 나 되는 걸까? 보통 여권 고정 지지자 35%, 야권 고정 지지자 25%, 그리고 부동층 40%.. 이런 식으로 얘기들을 한다. 이건 전혀 정확하지 않은 분석이다.

우리 사회에서 실시되는 선거의 투표율을 최고 70% 선으로 봤을 때, 전체 유권자 중에서 30% 혹은 그 이상은 투표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누구를 지지하건, 아니 이 사람들이 공산주의자이건 아나키스트이건 아무 상관없다. 이들은 어떤 설득에도 투표하러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다.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이라도 물리기 전에는 절대 안 나온다. 이들은 부동층도 아니다. 선거운동의 관점에서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최고로 잡아 70%에 해당하는, 투표에 참여할 유권자들만이 선거운동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들은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이들을 1,2,3,4,5 집단으로 나눠 보자.

1집단은 고정적인 여당 지지자 그룹. 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투표를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여당을 지지한다. 이들이야말로 박근혜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떠받치는 사람이며, 이들의 비율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이번 정권에서 높게 나타난다. 최소 전체 유권자 대비 30%는 된다.

그리고 2집단은 역시 여당을 지지하고 박근혜를 지지하지만 투표장에 나갈지 말지가 불확실한 사람들이다. 술자리 대화에서는 그래도 여당을 지지해야 사회가 안정되지 않겠냐는 정도의 발언을 하며, 여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지배하는 회사나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 투표장에 열심히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그룹이다. 이들은 대략 7-8%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반대로 5번 그룹은 죽었다 깨나도 야당을 지지하며 무조건 투표에 참여하는 강경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마도 약 20% 정도 될 것이다. 그리고 4번 그룹은 2번 그룹과 유사하게 주변의 성향에 동조하며 보통은 야당을 지지한다고 얘길 하지만 투표장에까지 열성적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 역시 한 7-8%는 된다.

1,2집단과 4,5집단을 제외한 나머지. 진짜 가운데에 있는 나머지 5%. 투표하러 가는 것도 갔다 말았다 하고, 가더라도 여당 찍었다 야당 찍었다 왔다 갔다 하는 진정한 스윙 보터들, 이들만이 진정한 부동층이다.

이렇게 해서 그나마 투표를 해 볼 생각을 가진 사람들, 전체 유권자 대비 70%의 투표자들이 분류된다는 것이다.

그럼 선거운동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 1번과 5번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은 의미가 없다. 그들은 심지어 선거운동 자체를 안 해도 와서 투표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번 그룹을 타겟으로 잡아야 하는 건가? 그것은 홍보의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들이 투표하러 나오게 만드는 것도 힘들고, 나온다 하더라도 누구를 찍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운동의 주목적은 각각 2번과 4번 집단, 각자의 편에 호감은 있지만 귀찮아서 혹은 바빠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투표장에 나와 표를 던지도록 만드는 것, 즉 투표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게 성공하게 되면 승패가 바뀐다. 고정 지지자 비율에서 이미 밀리고 들어가는 야권이 선거에 이기는 경우는 바로 여기에서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당에 악재가 연속으로 터지면 여당 지지자들이 마음을 바꿔 야당을 찍게 될까? 절대 아니다. 그들은 보기 싫으면 그냥 투표를 안 하게 되는 것뿐이다. 결국 선거운동은 자기편에 호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투표의 동기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비호감을 유발해서 투표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그 대상이 2번과 4번 집단이 된다는 것이다.

(* 이상의 분석은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의 저자 고한석씨와 함께 했던 대담에서 그 분의 발언에담겨 있던 아이디어를 인용한 것임을 밝히며, 좋은 아이디어를 말씀해 주신 고한석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바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지켜보자면, 상황이 좀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역사적인 비극이 발생했고, 이 사건은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2번 그룹이 문제가 아니라 1번 그룹에게까지 여론조사에 반응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 사전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이 약진을 거듭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여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 지면서 1번과 2번 그룹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세월호 사건이 문제가 아니라 정권이 위험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이들은 다시 동기 부여가 된다. 거기에 새누리당은 구차한 선거전략을 택한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된 “도와주세요” 일인시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다 죽게 생겼다는 엄살이다. 2번 그룹에게 필사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중이다.

야권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크게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공천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분열상이 너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전국 정치판에서 야권에게 가장 상징적인 지역구인 광주광역시 시장 후보 공천 과정은 아마 역대급 개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진영과 기존의 민주당 내의 실권을 장악한 이해찬 계열과의 암투는 겨우 지방선거에서의 공천 과정을 당 내분에 가까운 분열로 외부에 비춰지게 만들어 버렸다. 이 문제는 결과적으로 안철수 진영의 무리한 전략공천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백 번 잘못한 일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또 있다. 기상천외한 합당 과정, 그리고 기초 무공천 제도를 둘러싼 혼란으로 인해, 수많은 기초단체에서 후보들이 난립하고 진통을 겪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야권의 선거운동의 주 타겟이 되었어야 하는 4번 그룹이 외면을 하게 되고. 투표 동기가 약화된다. 선거운동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해행위였던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야권에 부여해준 긍정적인 효과를 야권은 스스로의 내분으로 인해 다 까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선거 막판 까지도 야권 후보의 지지율은 실제보다 높게 나올 것이다. 그러나 실제 투표 과정, 그리고 개표과정에 돌입하게 되면 야권 후보 중의 상당수는 예상 밖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낙선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17개 광역시중 전남북, 광주를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게 된 것이다.

 

선거는 승부인가?

이런 분석이 마음에 안 드시는가? 당연하다. 나 자신도 이런 분석은, 특히 그 분석의 결과는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호불호가 예측의 논리적 정합성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 오히려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예측하는 것이 허황된 바보짓일 뿐이다. 실제로 이런 바보 예상가들은 넘쳐난다. 개나 소나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세상이며, 나 또한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예측이 맞건 틀리건,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과연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17개의 메달을 놓고 벌이는 레이스인가? 17번 싸워서 승패를 결정하는 리그전인가?

거의 모든 언론은 선거 관련 보도에서 이런 자세를 취한다. 누구의 승리인가, 누구의 참패인가, 스코어는 몇 대 몇인가를 뇌까리면서 선거는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2등은 말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는 이런 언론의 선거 관련 보도 태도가 우리 사회의 정치적 수준을 한도 없이 바닥으로 떨구는 아주 더러운 행위라고 생각을 한다.

선거에서, 특히 지방자치제 하의 지역 선거에서 전국 규모의 승패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준단 말인가? 새누리당이 압승을 하건, 새정연이 압승을 하건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중앙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을 두면 될 일이고, 나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시군구의 장과 그 기초단체장을 도와 지역의 살림을 운영할 기초의회의 의원들이 누가 되었는가 하는 문제다.

전국의 광역단체장을 새누리당이 독식했다 하더라도, 내가 속한 지역의 군수가 똘똘한 사람이 당선되고, 군의회가 그를 도와 일할 준비가 되었다면 나의 생활 환경은 비약적으로 좋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얘기하는 사람은 왜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

선거는 승부가 아니다. 올림픽 메달 레이스도 아니고, 월드컵 토너먼트도 아니다. 특히나 대선도 아니고 총선도 아닌 지방선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승부에 집착하며, 야권이 패배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는가?

 

펠레의 저주

많은 분들이 물뚝심송을 펠레라 부르며 그의 예측은 언제나 반대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비관적인 예측이 나올수록 즐겁다고 주장을 하고 계신다. 나 또한 그러길 빈다.

내 예측이 정면으로 틀려 나가고 64일 투표가 종료되는 순간부터 시작될 개표에서 전국 각 광역에서 모든 야권후보가 선전을 하고 기대 밖의 지역에서 승리의 소식이 마구 들려온다면 나 또한 기꺼이 축배를 들 생각이다. 선거에 승리했는데, 내 예측 따위 틀려나가면 어떻단 말인가? 이럴 바에야 오히려 앞으로 더 많이 틀려 나가도록 예측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이 독자들의 손에 전달되어 읽히는 순간 이미 이 글의 가치는 완전히 상반되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겼어도 좋다. 졌어도 좋다.

그저 이번 선거는 절대 승부가 아니라는 점, 오히려 독자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살고 계시는 모든 지역에서 어떤 살림꾼이 살림을 맡아 해당 지역의 환경을 발전시키게 될 지, 빚더미에 올려 놓게 될 지가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과연 여러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64일에 투표를 하셨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진정한 저주는 야권이 승리하거나 패배하는 데에서 나오지 않는다. 현실적인 저주와 그 저주로 인한 공포는 바로 여러분들이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야당의 승리”를 나의 승리라고 착각하면서 특정 정당의 후보가 음주운전 상습범이건 공직 선거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뇌물 수수는 부업이라고 생각하는 놈이건 말건 개의치 않고 정당 번호, 기호만을 보고 내리 찍어 주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행동은 박근혜가 불쌍하다며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축소된 복지혜택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폐지를 모아 삶을 이어가는 불쌍한 어르신들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런 맹목적인 행동들이 두렵고 그런 맹목적인 행동들이 초래하는 결과가 두렵다.

진정한 저주는 무지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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