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상

내가 진짜 골방 백수로 정치 덕질을 하면서 딴지 독투에 글질을 한게 2010년이니까 그 때부터 한 오육년간 정신없이 달려 온거 같네.

황우석 때 하도 진절머리 나게 키워질을 해서 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맘을 먹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결국은 또 딴지독투질. 그게 하필 딴지의 사세와 맞아 떨어지다 보니 한 때 딴지 마빡을 도배할 정도로 정치 관련 글을 쓰게 되고, 지금 보면 진짜 창피하기 그지없는 글들을 쏟아 냈었지. 일종의 흑역사야.

그래서 이제는 슬슬 딴지 정치부장이라는 별명이 부담스러워지기까지 하네.

그래봤자 내가 그나마 세간에 좀 알려지게 된 것 자체가 딴지에 썼던 글 덕분이니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거나 딴지에게는 참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들어. 가끔 만나면 너부리 편집장이 나에게 딴지가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겪어 줘서 고맙다고 얘길 하는데, 그거 아냐. 내가 더 고마운 거야. 민망해.

하여간 그렇게 지내오다가 허접한 책도 한 권 쓰고 얼결에 팟캐스트라는 새로 유행하는 미디어에 함께 하게 되면서 그것은 알기싫다 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세간에 좀더 알려지게 된거지.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고 그렇게 된 것, 사실상 모두가 딴지 덕분이고 그 점에 대해서는 더 고맙게 생각을 하고 있지. 내가 딴지일보의 구성원들이나 딴지의 정체성 등에서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 또는 딴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다 부차적인 문제야. 그런 거야 얼마든지 비판할 때가 있을 거고.

하여간 그렇게 점점 더 사회적인 입장에서 미디어 컨텐츠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이게 상당히 색다른 경험이더라고. 그런 얘길 간단하게 하고 싶은 거야.

원래 내 성격이 좀 그랬어. 뭔가 한 가지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끝장을 보곤하지. 그것 때문에 다른 일에 지장을 받아 가면서도 뭔가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을 때까지 파고 들어. 이 건에 연관된 더 중요한 다른 사건들이나 사실들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을 때까지 끌어모아. 그리고 나서 전체를 보고, 그 전체가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는 맥락을 찾아내. 그리고 그 맥락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걸 좋아하는 거야.

난 이런 게 그냥 좋아. 처음에는 이런 거 한다고 누가 들어주지도 않았고, 누가 칭찬하지도 않았지만 왠지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 어떤 면에서는 내가 쓰는 글이나 만드는 방송을 좋아하는 분들이 바로 나의 이런 점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혼자 좋아하기도 하지. 거봐, 내가 잘 하는 거잖아.. 라면서.

그런데 장시간 이런 일을 다양한 주제를 놓고 반복하다 보니까 좀 다른게 보이더라. 특히 과거 역사나 학술적인 문제는 좀 괜찮은데 사회적인 사건에 대해서 끝까지 파고 들다 보면 더 그래.

그렇게 개고생해서 나는 나름대로 꽤 훌륭한 전체 그림을 찾아냈고 맥락을 뽑아 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거야. ? 사람들이 다치거든. 어떤 경우는 그렇게 고생해서 알아낸 전체 그림을 말하는 것 만으로 한 두사람이 아니라 집단이 다치기도 해.

또 누군가 다치지 않더라도 그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 내가 다치거든. 이 부분을 고민하다 보면 내 스스로가 참 교활하게 느껴져. 이걸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이 사회 전체로 봐서는 참 이익이 될텐데, 나는 호되게 다칠게 뻔해. 그러면 얘기 못하지.

다른 건 다 좋은데 내가 더 이상 이렇게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일을 더 하지 못하게 되는 건 두렵잖아. 내가 제일 잘하고 그걸로 성과도 있고 보람도 있으며, 더 심하게 말하자면 그게 내 삶인데. 어떤 얘기는 그런 내 삶을 송두리째 날려 버릴만하니까 말야. 그러면 스스로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하지 못하는 거야.

그래도 난 꽤 용기있게 해 왔다고 생각을 해. 그런데 더 우스운 것은..

내가 가진 스피커가 커질 수록 그 용기도 줄어드는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이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 내가 아는 어떤 얘기를 그냥 술자리에서 아무리 진지하게 해도 아무도 안다쳐. 그러나 그 얘기를 만약에 100만명이 듣는 팟캐스트에서 해봐. 여러사람 죽어나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스피커가 커질 수록 좀더 필터를 강하게 적용해야 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야. 그러다보니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말의 주제가 점점 더 줄어드는 거야.

또 다른 경우도 있지. 어떤 경우에는 내가 알아낸 사실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피해가 되는 경우가 있어. 즉 편이 갈리는 얘기인거지. 굉장히 신중해 지는 경우인데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 예를 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사건 같은 것들이 있거든. 그런데 내가 알아내느라 시간을 끄는 사이에 이미 사회적으로는 처리가 끝나버린 사건이야. 이럴 땐 얘기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결국 못해. ? 이렇게 편이 갈리는 얘기일수록 사람들은 얘기의 내용에 집중하지 않는 다는 것을 너무 잘 알거든. 결국 내가 그런 얘길 하는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나를 평가하려고 들 것이며, 내가 누구의 편인지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될 뿐이야. 얘기와 맥락 속에 담겨 있는 사실은 무시하곤 하지.

사람들은 그렇게 사실에는 별 관심이 없어. 그 사실이 나와 내가 속한 집단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부터 따지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거든.

그게 제일 답답한 노릇이지.

사람들은 맨날 사실에 기반하여 판단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하지만 아무도 진심으로 사실을 원하지 않아. 사실은 때로는 엄청나게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거든. 그래서 나한테 유리한 것은 허상도 사실로 간주하고, 나한테 불리한 것은 사실도 허상으로 간주를 하면서 그저 앉아서 울고 웃을 뿐이지. 그게 우리 모두의 한계야.

진실만을 알린다? 진실만을 보도한다? 조만간 너는 도대체 누구의 편이냐고 외치는 분노한 군중들에게 밟혀 쓰러지게 된다고.

물론 알아주는 사람들도 있지. 죽은 다음에.

이게 현실이야.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그저 가능한한, 할 수 있는 얘기들을 끌어 모아서 어떻게 해서든 눈치 봐가며 지뢰밭을 피해가는 심정으로 한 주 한 주 채워가며 내 일을 하고 있는 중이야.

그게 내 삶이지.

 

 

뱀발 :

아마 이런 글을 읽으면서 이 인간이 마사오 얘기를 좀 할 것 같은데.. 라고 기대했다면 실망 시켜서 미안하네. 그 얘긴 아직 꺼낼 때가 안 되었어. 지금 꺼내봐야 아무도 안 들어. 그저 물뚝은 딴베충 수괴니까 마사오 쉴드 치겠지.. 하는 반응 말고는 없어.

나중에 언젠가 할 때가 오면 자세히 할 테니 그냥 기다리거나 아니면 각자 알아보도록 해.

내가 지금 해줄 말은 이거 뿐이야.

뭘 그딴 걸 궁금해 하고 그래?”







13 thoughts on “사실과 허상

  1. 이기적인 마음이라 생각하지만 어서 빨리 마사오님이 답을 주셔서 이 사태가 결말이 났으면 좋겠습나다.
    트윗에 #idwk 검색할때마다 너무 괴로워요 그렇다고 안하면 더 불쾌해지고…빨리 편해지고 싶은 이기적인 청취자라 미안합니다

      1. 물뚝님(여기선 이게 더 오해사지 않을 호칭 같네요)의 이 멘트가 너무 슬프네요…. 물뚝님도 아프실텐데….

  2. 진실이 다 좋은건 아니에요 배트맨에서 왜 배트맨이 검사를 정의로운 검사로 죽게 했을까요 진실은 해비헌트는 악당 되어버렸는데 말이죠

  3.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않고 묻지 않고… 그냥 장난스런 말투…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

    조용히 기다릴게요.

    그아싫 청취자이며 마빠

  4. 뭔가 재미난 일이 터진 것 같군요. 요즘은 머리 아픈 일이 너무 많아 이러저런 일에 발 안담그려고 노력중인데.. 이걸 물어 말어..를 고민할 틈도 없으니..

    스피커가 커지면 제약이 많다는 거 공감합니다. 또 먹고 사니즘도 커지면 자가검열이 심해지죠. 대구에서 한국의 모스크바 이야기를 하고 심재철 의원 사무소 인접한 곳에서 회군이야기를 하던 깡다구가 살아나질 않네요. 하도 많이 정을 맞아선가..

    그래도 조만간에 마사오님의 그 달콤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5. 구구절절히 동감하는 글이네요. 저도 스피커가 절대 크진 않지만 부모나 지인들이랑 오프나 카톡등에서 얘기하는거랑 공개적인 게시판에서 얘기하는 것에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는 팟캐스트라면 그 부담이 굉장히 클테고 그 파급력도 그렇겠죠.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놓고 수위를 조절하게 되는 기분이 참.

  6. 겁내지마!
    인생은 한번이야!!
    진실이 중요한거야!!!

    틀리면?
    정중히 사과햐면돼, 어쩌겠어?

    사람 몇백을 죽인 놈들도 배짱으로 살고
    국가미래를 강물에 쳐박은 놈도 부끄럼없이 사는데

    좋은 사람은 더욱 주관적으로 살아야지!!!!!

조삼일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