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 (1)

Proof

중학생 정도가 되었거나,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한 번은 들어봄 직한 영어,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잘 알 지도 모르는 말인 Proof에 대한 얘기 되겠다. “증명하다”인 prove에서 나온 단어 아니냐고? 누가 아니래냐. 조금만 참아 보시라. 혹시 뭔가 재밌는게 나올지도 모른다.

 British English dictionary에서 Proof를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읽기들 쉬우시라고 색칠도, Bold도 내가 해 드렸다.)

Proof : /pruːf/

noun 
1.any evidence that establishes or helps to establish the truth,
validity,quality, etc, of something
2.(law) the whole body of evidence upon which the verdict
of a court is based
3.(maths, logic) a sequence of steps or statements 
that establishes the truth of a proposition.
See also direct (sense 17), induction (sense 4),induction (sense 8)
4.the act of testing the truth of something 
(esp in the phrase put to the proof)
5.(Scots law) trial before a judge without a jury
6.(printing) a trial impression made from composed type,
or a print-out(from a laser printer, etc) for the correction of errors
7.(in engraving, etc) a print made by an artist or under his supervision
for his own satisfaction before he hands the plate over to a professional printer
8.(photo g) a trial print from a negative
9.the alcoholic strength of proof spirit, the strength of a 
beverage or other alcoholic liquor as measured on a scale in 
which the strength of proof spirit is 100 degrees

1번부터 8번까지의 뜻도 뒤져보면 재미난게 나오겠지만 오늘은 잠깐 참고, 일단  빨간 색으로 칠한 부분 함 보자.

Proof Spirit의 알콜 세기. 프루프 스피릿을 100으로 두는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의 음료나 알콜이 함유된 액체의 세기.
응? 뭔 말이냐… 도대체 이게…

 

 

 

그럼 아래 사진 한 번 보자.

 

proof 101

< 야생칠면조, 켄터키 똑바른 버번 위스키의 101 Proof 되시것다. 사진은 drinksupermarket.com에서 따왔다.>

그림 속의 술병 왼쪽 하단에 “101”이라고 써 있고 그 밑에 약간 흐릿하게 “Proof”라고 써 있다. 처음 술 먹는 친구들은 (여기서 술을 첨 먹는 다는 건, ‘중딩 때 피방에서 형들이 주던 소주가 나의 첫잔이었지’라며 뿌듯한 얼굴로 내뱉던 고백 같은 얘기가 아니다. 돈을 벌 나이가 되어 월급명세서 상의 주민세와 내가 계산한 술집 영수증 상의 부가세가 비슷해 정도로 이제 막 각 잡고 먹기 시작했다는 뜻이지.) 이 숫자와 Proof라는 걸 보면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바탑 옆에 앉은 사람 넘 부끄러워 어디 물어보기도 뭐 하여 그냥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게중엔 술병에 붙은 label에 써 있는 것 숫자는 대게 연식이나 발매년도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101년 전통(?)의 술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었다.

용기를 내어 바텐더에게 물어보면, 접객에 바쁘신 바텐더님들은 그냥 간단하게 “알콜 도수와 관련된 거예요.” 정도의 답변을 내어 놓으신다. 뭐야… 그럼 저 위의 사진의 술을 먹게되면 내가 101도짜리 순수하다 못해 일점의 터럭하나 섞이지 않은 알콜을 흡수하게 되는 건가? 아니다. 일단 함유량이 100%넘는 게 있을 리가 없자나… 그리고 100% 알콜을 섭취하는 순간 육체적인 고통으로 (그리고 아마 실제적으로도…) 넌 이미 저 세상 사람이다.

 

 

ABV or Proof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알콜이 들어간 술을 허가하여 판매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주류를 판매할 때 전면 혹은 후면의 라벨에 해당 주류의 알콜 함유량을 표기 하게 되어 있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표기가 의무화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유럽 연방 기준으로 1973년, 영국 기준으로는 1980년부터 시작됐다. 그 전엔 표기를 안 하거나, 혹은 하더라도 표준된 형식으로 표기 하지 않았다. 표기가 의무화 되면서 표준된 형식이 등장했는데 고거이 바로 ABV = Alcohol By Volume, 우리말로 병당 알콜 함유량, 쉽게 말해 “도수” 되겠다.

alcohol by volume
<바로 이렇게… 친절한 빨간 동그라미는 www.whiskymag.com에서 해 주셨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들어온 아무 양주를 집어 들고 전면 라벨의 우측 하단을 보면 40% Vol. / 40% Alc. Vol. 뭐 이렀게 써 있는데 , 요게 표준화된 알콜 표기법이 되겠다.
표준화된 이 후에는 이렇게 썼는데, 그 전엔 어땠냐고? 그 때 사용된 알콜 함유 표기법이 바로 ‘Proof’라고 보면 알기 쉽다. 그럼 Proof가 뭔데, 술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걸 알콜 함유 표기법으로 썼을 지 안 알아 볼 수가 없겠네. (사실 이 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거다.)

 

때는 거슬러 16세기까지 올라간다. 대항해 시대, 배 한 척에 몸을 얹어 유럽에서 아메리카, 아프리카와 인도까지 마구 휘저어 다니던 유럽 선원들은 지 배에 싣고 온 럼이 맛이 갔는지 안 갔는지를 먹기 전에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맛간 술을 잘 못 먹었다가 배탈이라도나면 망망대해에서 뭘 어쩔 도리가 없자나. 그때 생각해 낸 방법으로, 건파우더/우리 말로 대포 화약에 술을 떨어뜨리고 불을 붙였을 때, 잘 타오르게 되면  “오, 알콜 좀 살아 있는데!”라며 기쁜 마음으로 술을 먹었고, 이렇게 술에 알콜이 있는 지 검증하는 것을 “PROVE” 라고 하면서, 검증된 술을 Proof / 불이 붙지 않아 맛이 간 걸로 추정되는 술을 Under Proof라고 불렀다.  화약 위에 떨어진 Rum이 불꽃을 올릴려면, 병에 있는 술의 총량을 7로 봤을 때 알콜이 약 4 정도가 있어야 했는데, 이를 지금의 백분율로 나누면 0.5714, 약 57%가 되고 이러 상태의 술을 “100 Proof”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ABV 이전의 알콜 도수 표기법이 되겠다. 비례식만 할 줄 알면 간단하게 알 수 있겠으나, 비례식이 뭔지도 가물가물한 너님들을 위해서 한 번 더 풀어 보자면, 아주 순수한 100도 짜리 알콜은 100 을 4로 나눈 뒤 7을 곱하여 175 Proof degree가 되고, 40도짜리 일반적인 위스키의 경우엔, (자 천천히 다시 해보자. 산수 어렵지 않다. 40을 4로 나눈 뒤 7일 곱해서) 70 Proof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Proof는 딱 봐도 직관적이지 않아서(머리 속으로 4로 나누고 7을 곱하고를 계속 해야 하자나.) 좀 더 직관적인 숫자를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 G.L Scale, 이게 쉽게 말해 요즘의 백분율로 나온 도수다. G.L은 프랑스 화학자인 Gay-Lussac씨의 이름에서 온 것이고, 요게 지금의 OIML (Organisation Internationale de Metrologie Legale, 영어식 표현으로는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Legal Metrology) Scale로 굳어져 버렸다. 가끔 술을 먹다가 병에 GL이라는 표시가 써 있더라도 굳이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냥 “백분율”이려니 하면 되기 때문이지.

그럼 요새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1980년도 이후엔 의무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ABV%표기를 해야해서 Proof는 알콜 세기를 나타내는데 거의 잘 사용되지 않지만,  영국 혹은 미국에서 주세를 매기는 단위로 Proof of Gallon이 살아남은 상태이고, 간혹 Barcadi, Hendrick’s, Wild Turkey 등의 Brand에서 Proof를 라벨에 표기 하는데, 이는 알콜의 도수를 알려 주는 뜻이라기 보다는 브랜드 혹은 제품의 이미징을 위해 사용되는 것일 뿐, 그 외의 용도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많이 보이는 미국식 Proof는 그냥 ABV를 double한 것이어서, 이 글 제일 처음 나온 사진 속의 101 Proof Wild Turkey를 볼것 같으면 (4:7 이런 건 잊어 버리고) 간단하게 반띵하여 50.5도의 술이라고 이해하시면 알기 쉽다.
glenfarclas-105-cask-strength27
 <하지만 이 친구는 영국식 Proof를 사용하는 친구라 105를 반띵한 52.5%가 아니고, 7로 나누고 4를 곱해서 60%가!! 된다. 드시기 전엔 반드시 ABV를 참고 하시라. 정신과 육체가 잠시 분리되시는 수가 있다.
 ‘아니 근데 왜 4로 나누고 7을 곱하는 게 아니지?’라고 물어보신다면… 그냥 그 인생을 위해 건배!>

 

근데 이게 왜 중요하냐고?

누가 중요하다고 했나. 이제 다 읽었으니 맨 위로 올라가서 이 글 제목을 다시 한 번 보시길. 앞으로도 주욱 이런 글들만 쓸테니 각오들 하시고.

 

 

Tip.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들이 지 옆구리에 찬 총에서 건파우더를 어쩌고 하시면서  프루프를 설명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던데, 그런 분들은 백퍼 만화 “바텐더”를 보신 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아님 말고. 정확히는 단행본 12권에 나오더라. 만화에서 찾느라 고생했다.)  Proof로 브랜드 네이밍을 잘 한 위스키가 와일드 터키이고, 요놈이 아메리칸 스피릿, 켄터키 버번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연결하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Tip 2.

알콜 도수가 높아질 수록 아무래도 향이 진하고 좋아진다. 알콜은 솔벤트 계열이니 알콜이 많이 있을 수록 기름에 녹는 Flavor들이 많이 함유되는 건 당연한 이치지. 또 다른 종류의 액체와 섞일 때에도 맛이 잘 사라지지 않아서 칵테일을 하더라도 자기 고유의 맛을 잘 간직할 수 있거든. 저 위의 사진 속에 있는 60도의 술은 누굴 죽이자고 만든 술이 아니다. 저렇게 독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 아니 많거든.

그리고,
하루 일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높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지친 어깨를 바탑에 지지한채 낮에 마주했던 회사 내외의 닭짓하던 개새끼들을 회상하며 마시는 Old Fashioned에는 좀 강한 Proof의 버번이 필요하지. 암.
Old Fashioned
<Angostura Bitter, Orange, Cherry liqueur, 약간의 Soda에 버번 더블! 이름도 고풍스러운 ‘올드 패션드’ 칵테일 되시겄다. 아, 침 나와.>






4 thoughts on “알아도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 (1)

  1. 그런데, 윗 글에도 적혀있듯이, proof degree라고 해서, 알콜의 “도수”는 사실 proof 기준이었다고 합니다. 즉, 25% 알콜은 50도가 되는 것이었죠. 일제시대때는 그렇게 불렀는데, 부지불식간에 그냥 %가 도가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를 “도”라고 불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우리는 술의 알콜함량에 무의식적으로 “도”라고 부르면서, 막상 그것이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려, proof degree에 대한 글을 쓰는 글쓴이 조차 101도(proof degree)는 50.5%라고 설명하면서 마무리는 50.5도라고 하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1.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를 “도”라 불러야 할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만, “도”는 Degree에 대응하는 말로 여기 저기 잘 쓰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화씨와 섭씨가 재는 방법이 다름에도 “화씨 몇 도” / “(섭씨) 몇 도”로 부르는 것 처럼 말이죠. 따라서 소견으로는 Proof 와 ABV도 한국말로는 모두 “도”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과거엔 (1980년도 이전에 ABV가 국제 표준은 아니었으니, 말씀하신 일제시대도 포함되겠지요.) 미국식 (혹은 영국식이라도) Proof degree를 “몇 도”의 술로 표기했던 것이 맞다면, 지금은 표준화된 ABV를 ‘도’라고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점이죠. 다만 Proof에 %를 붙여서 Proof percent라고 부르는 것은 어패가 있어 보이고요. 읽으시면서 아쉬우셨던 부분에 좀 더 첨언하자면 과거에 불렀던 “101’도’ in proof degree”를 “50.5’도’ in ABV”라고 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만,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읽어주시고 코멘트 주신 점에 대해 감사합니다.

  2. 진정 전통적인 old fashioned 에는 체리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렌지도 껍데기만 살짝 짜서 향만 나게 하죠..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

    1.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comment는 더욱 감사합니다!! ‘Old fashioned’ 라는 말이 나온 문헌은 180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에는 Burbon / Bitter / Lemon peel 정도였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체리는 1990년에나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매러스키노 체리가 아무 칵테일이나 많이 들어가던 시절인 것 같기도 하구요.) 지금은 체리 리큐르와 함께 럼에 재운 체리를 같이 서브하는 바들이 많이 있고, 또 그렇게 자주 먹다보니 제 입맛에는 체리가 빠지면 살짝 심심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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