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12화

지난 줄거리 :
1. 방송국에 글을 팔아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그는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 자리에서 들려오는 희한한 대화. 미국방성에 납품하던 군수품을 판매하는 업자와, 외계인의 공습에 대비한 서바이벌 키트를 구입하려는 묘령의 여인이 거래를 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2. 작가는 이를 평소 알고 지내던 방송국 PD에게 알리고, PD는 VJ와 함께 작가가 알려준 산 속의 장소를 찾아가는데…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깊은 산 속에는 TV에 자주 출현하는 유명 목사가 운영하는 기도원이 발견되고, 그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한 PD와 VJ는 얼마 후 산 속에서 지뢰에 피폭된 사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 작가는 방송국 프리랜서 일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3. 그러던 어느 날, 대학 선배의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재미동포 다큐멘터리 감독을 만나 일을 의뢰 받는데, 놀랍게도 그 일이란 게 수십 년 전 대한민국에서 외계인을 집단으로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에 관한 것. 더구나 그들의 말에 따르면 외계인과 조우하기로 한 장소가 다름 아닌 PD와 VJ가 산 속에서 발견한 기도원과 동일한 장소인데… 과연 주인공인 작가는 이 비밀스런 기도원에서 외계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3막 1장. #기도원(실내/접견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자 기도원 접견실에 목사가 앉아있다. 그는 핸드폰을 귀에 대고 누군가와 희희낙락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사 (능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그러니까 조만간에 한번 만나자고요. 제가 안수기도 해드릴 테니까. (사이) 그렇죠, 그렇죠. 아픈 것도 싹 사라진다니까요. (사이) 그렇죠, 그렇죠. 아직 우리 자매님 젊으시잖아. 하루라도 빨리 우리 성령님이 주시는 치료의 은사를 영접하시면 신도로써, 또 여자로써 다시 활기찬 삶을 살게 되실 거예요.

이때,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사 아이쿠, 이거 누군가 손님이 오신 것 같습니다. (사이) 네, 네. 꼭 빠른 시일 내에 만나서 함께 기도해 봅시다. (사이) 네, 네.

통화를 끝낸 목사, 핸드폰을 재킷 안주머니에 넣고 자세를 고쳐 잡는다.

목사 (근엄한 목소리로) 어, 들어와요.

문이 열리자 쟁반에 사발을 받쳐 든 노파가 더 이상 가발을 쓰지 않은 오십 대 중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목사 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무표정한 얼굴의 노파는 쟁반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검은 액체가 담긴 사발을 목사에게 건넨다.

목사 (사발을 건네받아 쭉 들이키고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아윽, 크~ 이거 정말 왜 이렇게 쓴 거야.

빈 사발을 목사로부터 건네받아 쟁반위에 올려놓은 노파, 이번엔 사탕을 까서 건네준다.

목사 (사탕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그래, 일은 잘 진행되고 있지?

노파 (아무렇게나 던져진 사탕 껍질을 쟁반위에 챙겨 놓으며) 네. 다만….

목사 다만?

노파 아직 그 한 명이….

목사 (버럭 화를 내며) 뭐? 아직도?

노파,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 없이 서있다

목사 (답답하다는 듯 짜증스런 목소리로) 줄을 좀 대보랬잖아. 가능한 모든 라인을 다.

노파 벌써 그렇게 했죠.

목사 (눈을 치켜뜨며) 그런데?

노파 다들 난색을 보이더군요.

목사 (분한지 벌떡 일어서며) 뭐라? 하여간 이 인간들…. (노파를 확 돌아보며) 그게 그렇게 힘든가? (두 팔을 휘두르며) 다들 그렇게 나오잖아? 가석방이나 형집행정지 같은 걸로!

노파 전과도 많고 이번엔 죄질이 나빠서 힘들답니다.

목사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검지를 쳐들고) 그럼 병원은? 정신병원 같은데 쳐 넣으면 되잖아?

노파 그게….

목사 그게 뭐?

목사, 뭔가 노파에게 따져 물으려다 이내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 가서 앉는다.

목사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거참, 늙은이 하나가 정말 끝까지 골치 아프게 구는군.

노파 그리고….

목사 (고개를 번쩍 쳐들며) 또 뭐야?

노파 면회를 온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목사 (다시 벌떡 일어서며) 면회? 누가?

노파 (자신을 노려보는 목사의 시선을 외면하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이랍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목사 (노파 쪽으로 다가와) 다큐멘터리 감독? 그런 놈이 왜?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혹시 국제인권단체 같은 곳에 있는 놈인가?

노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목사 도대체 아는 게 뭐야? (사이) 근데, 왜 찾아왔대?

노파 (잠시 망설이다) 외계인 목격담을 잔뜩 물어보고 갔답니다.

목사 외계인?

목사, 잠시 정지화면처럼 있다가 폭소를 터뜨린다.

목사 하하, 외계인! 그렇지. 아주 정확히 잘 찾아왔구만! 외계인 목격자를 찾아 미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왔다 이거지? 하하하

한동안 깔깔대던 목사는 자신을 바라보는 노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웃음을 멈추고 다시 권위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노파 (조심스레) 우리 정체가 탄로 나진 않을까요?

목사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완벽하게 위장하고 있잖나? (과장된 손짓을 해가며) 나는 목사, 당신은 권사, 여기는 기도원.

노파 사령선과 교신은 하셨나요?

목사 물론이지. 이쪽 준비만 끝나면 웜홀을 통해 곧바로 달의 뒷면까지 온다고 했어.

노파 다행이네요.

목사 (객석을 향해 양 팔을 펼치며) 세계 주요도시에 우리들이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봐. 버러지만도 못한 주제에 갖은 오만을 다 떨던 인간들! 그제서야 어리석은 자신들의 행동을 뉘우치며 살려달라고 소리치겠지.

노파 (뭔가에 대단히 분노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꼭 보고 싶군요. 그 모습을. 방주에 숨어 있어야 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에요.

목사 (노파를 돌아보며) 아,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노파 이번 주 안에 끝납니다.

목사 이번 주? 이번 주면 며칠 안 남았는데?

노파 네, 금요일이나 늦어도 토요일까진 모든 준비를 끝마칠 수 있습니다.

목사 구입한 식량이랑 비상용품들도 전부 이상 없고?

노파 네.

목사 사람들은?

노파 다들 얌전히 있습니다. 방주에 들어갈 날만 기다리면서요.

목사 좋아. 어쨌든 더 서둘러야겠어. 전에 그 방송국 놈들도 그렇고, 아까 또 그… 뭐지?

노파 다큐멘터리 감독이요.

목사 그래, 멍청한 그 미국에서 온 놈도 그렇고, 날파리들이 자꾸 꼬이기 시작하니까 끝까지 긴장 늦추지 말고.

노파 알겠습니다.

목사 (혼잣말처럼) 날짜가 벌써 그렇게 됐나?

목사, 손가락으로 눈썹 주변을 문지르며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서둘러 가방을 챙긴다.

목사 이런, 깜빡했구만!

노파 뭘요?

목사 (노파를 잠시 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징그러운 미소를 흘리며) 여행을 떠나려면 챙겨야 할 것들이 많지 않나. 더구나 먼 우주여행을, 그것도 단체로 떠나려면.

목사, 가방과 모자를 들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다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파에게 한 마디 던진다.

목사 한 이틀 걸릴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말을 마친 목사, 가방을 열고 그 안에서 가죽 띠로 묶인 파우치를 꺼내 노파에게 건넨다. 노파, 건네받은 물건을 손에 들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목사 (손가락으로 물건을 가리키며) 그게 마지막이야. 어차피 심판이 끝나고 방주에서 나와 모선에 탑승하게 되면 그곳에서 영구적인 조치를 취해 줄 테니까 더 이상은 필요 없지.

말을 마친 목사가 가방과 모자를 챙겨 자리를 떠나고 노파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다가 파우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죽 띠를 풀어헤친다. 그러자 그 안에서 약병과 주사기, 노란색 고무줄이 나타난다. 노파는 방금 전 목사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팔뚝에 고무줄을 묶는다. (암전)


본격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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