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미술관. 깡통 로봇의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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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로봇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노선의 지하철, 버스를 타고 매일 같은 곳을 향해 가는 똑같은 나날들. 점심시간엔 목에 출입증을 달고 구내식당에서 미리 알맞게 칼로리와 염도를 맞춰 놓은 밥을 먹고, 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커피 자동판매기에서 고급형 밀크커피 한잔을 뽑는 저렴한 사치를 부려본다. 그리고 다시 오전 내내 앉아있던 그 자리로 돌아가 오전 내내 하던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그러고 나면 어제와 똑같은 퇴근시간이 된다. 아침에 나섰던 바로 그 집으로 돌아와 어두운 방에 불을 켜면 몸만 빠져나간 이불 모양, 급하게 마시고 싱크대 옆에 놓아 둔 커피 잔까지도 아침 그대로의 모습이다. 잠깐 이 모든 것들이 정지된 화면이나 사진 한 장이 아닐까하는 의심에 빠져든다.
대학시절 사회학입문이라는 강의에서 교수님은 “공산당보다 무서운 게 바로 프랜차이즈 햄버거”라고 말씀하셨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가치의 돈을 지불하면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같은 음식을 같은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곳에서 먹기 때문이다. 로봇을 만들 때 규격에 맞춰 나사못을 끼워 넣듯이, 일정한 제조공정을 거쳐 생산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핸드메이드는 오직 특정계층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것처럼 보인다. 그들만이 깡통 로봇들 사이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인간형 사이보그로 진화된 것일까?
하지만 지겹도록 반복되는 그 뻔한 일상 속에도 ‘틀린그림찾기’처럼 매일 새로운 일들이 도처에 숨어있다. 다만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그림해설】
앤디 워홀 / 서른 두 개의 깡통 수프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이미지를 반복해 보여주는 것은 미국 팝아트의 아이콘인 워홀이 즐겨 쓰던 수법이다. 그는 작품을 아예 인쇄기로 제작했으며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고 떠벌였다. 그러나 그의 작품 중 완전히 똑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32개의 수프 깡통 역시 라벨에 적힌 수프의 종류는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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