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14화

시사 다큐 프로그램 형식의 외계인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가로지르며 한 편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듯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비정규직으로 방송국에 글을 팔아 먹고사는 작가, 그 작가의 아이디어를 빨아먹고 사는 방송국 PD, 군수품 판매업자, 그로부터 대량의 물품을 사들이려는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산 속 기도원까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은 뜻밖의 결말에 다다른다. 과연 우리의 상식 밖에 존재하며 세상을 지배하려는 외계인,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3막 3장. #기도원(실내/접견실)
어둠 속에서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작가 목소리 씨피님, 저 뭔가 찾은 것 같습니다. 여보세요?

손에든 작은 손전등으로 여기저기를 비추며 작가가 무대 한쪽에서 천천히 등장한다. 기도원 접견실 문을 열며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온 그는 낮은 목소리로 통화를 계속한다.

CP 목소리 뭘 또 찾아.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작가 아뇨, 그런 게 아니고….

CP 목소리 야, 안이고 밖이고 나 지금 회의 들어가야 되니까 나중에 전화해라. 아니, 이제는 전화 좀 하지마라.

작가 씨피님, 제발 딱 일분만 시간 좀 내주세요. 딱 일분만! (사이) 여보세요? 씨피님, 여보세요!

전화기를 붙들고 ‘여보세요’를 외치던 작가, 손전등을 입에 물고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리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자동안내뿐이다.

작가 (손에 쥔 핸드폰을 바라보며) 아이, 씨피인지, 씨팔인지 이 새끼 진짜.

작가, 핸드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꼽고 다시 손에 든 플래시로 실내를 살핀다. 그러다 테이블 위에 놓인 가죽 파우치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집어 든다. 이때,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깜짝 놀란 작가는 테이블 위에 파우치를 떨어뜨리고,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든다.

작가 여보세요? 아, 감독님! (사이) 네, 저 지금 와있습니다. (사이) 아뇨, 아무도 없는 거 같아요. (사이) 저요? 전 일단 들어왔어요. 참, 경찰엔 연락하셨죠? (사이) 이쪽 지구대요? 아~ 잘됐네요.

작가는 핸드폰을 어깨에 끼고 네, 네를 반복하며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파우치를 조심스레 펼친다. 이어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 속에서 고무줄, 주사기, 빈 약병을 하나씩 꺼내 테이블 위에 늘어놓는다.

작가 (늘어놓은 물건들을 쭉 바라보며) 감독님, 경찰에 다시 연락해서 일단 출동해달라고 해주세요. (사이) 네, 부탁 좀 드릴게요.

통화를 끝낸 작가, 파우치를 집어 손에 들고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 방금 전 들어온 문 쪽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문 앞까지 와서 허리를 쭉 펴고 몸을 돌리는 순간, 손전등 불빛에 문 앞에 서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나타난다.

작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으악!

남자(CP), 실내등을 켜며 작가에게 다가온다.

CP 너 여기서 뭐해?

작가 씨피님이 여긴 어떻게….

CP 뭐가 어떻게야. 있을 만하니까 있는 거지.

작가 (잠시 생각 후 표정이 달라지며) 그럼 씨피님도 한 편이셨군요?

CP 한편? 야 웃기는 소리하지 마. 편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지금 무슨 애들 편 갈라서 닭싸움 하는 줄 아냐? 누가 누구 편인데? (삿대질을 해가며) 말해봐 인마, 니가 말하는 편이 무슨 편이야?

작가 (매섭게 자신을 바라보는 CP의 눈초리에 자신 없는 목소리로) 그건…. 모, 몰라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뭔가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잖아요!

CP (작가의 손에 들린 파우치를 가리키며) 야, 잔말 말고, 그거 이리 내. 그리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살아. 그러면 내가 죽은 피디랑 니 사이를 생각해서 자리하나 알아봐 줄게.

작가 자리요?

CP 그래. 내가 잘 아는 보도전문 채널에 뉴스 구성작가 자리 하나 연결해 주마. 그거면 충분히 먹고는 살 테니까.

작가 뉴스 구성작가요?

CP 그래. 너처럼 상상력 풍부한 꼴통 새끼한테 딱 맞는 자리지.

작가 뉴스는 기자들이 취재하는 거잖아요.

CP 새끼 큐시트에 똥 싸먹는 소리하고 있네. 니가 그러니까 이 꼬라지로 사는 거야.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또 모르고 헤매고 있으니까.

CP,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그 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는 라이터를 찾는다. 라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눈짓으로 작가에게 라이터가 있는지 묻는다. 이에 작가가 고개를 가로젓고, 그 모습을 본 CP는 담배를 입에서 떼어내 바닥에 던지고는 말을 이어간다.

CP 너 이런 말 들어봤냐?

작가 무슨 말이요?

CP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도,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작가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

CP 그래, 인마.

작가 사람이 어떻게 개를 물어요?

CP 그러니까 구성작가가 필요한 거지. 그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는 주제에 설치고 다니니까 엄한 생목숨 날려 먹는 거야 니가. 방송의 ABC도 모르는 놈이 작가랍시고….

작가 (뒤로 물러서며) 피디님이랑 브이제이 그 친구, 그거 사고 아닌 거죠?

CP 이놈 봐라? 마, 큰일 날 소리하지 마. 산 속에서 지뢰 밟고 죽은 게 사고가 아니면 뭐냐? 잡소리 집어 치우고 그 손에든 거나 이리 내.

작가 (파우치를 한 번 보고 뒤로 숨기며) 안돼요!

CP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게 어디서 앙탈을 부려. 짜증나게. 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피디랑 브이제이 가족들한테 사우회에서 생활비 보태주던 거 확 끊어버린다?

작가 생활비요?

CP 그래. 아~ 짜식 거 내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작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CP 저놈이 속고만 살았나.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전화해서 물어봐.

작가, 고민에 빠진 듯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는다.

작가 (고개를 번쩍 쳐들며) 좋아요!

작가, 손에든 파우치를 CP에게 건넨다. 그러나 갑자기 다시 확 낚아챈다.

작가 대신! 딱 하나만 물어 볼게요. 오프 더 레코드로.

CP 오프 더 레코드? (잠시 소리 내어 웃은 뒤) 그래, 뭔데?

작가 그 사람들, 왜 비상용품을 구입한 거죠? 외계인을 만났다는 사람들은요? 정말 그 사람들 외계인을 만난 겁니까? 외계인들에게 끌려가 생체실험당한 거 맞아요?

CP 하나만 물어본다며? 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작가 아시잖아요!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씨피님도 그들과 관계가 있으시잖아요!

CP (잠시 고개를 숙였다 들면서) 그게 궁금해?

작가 네.

CP 좋아. 그럼 알려 주지. 대신 너, 너도 이날 이후로 더 이상 이거 가지고 깔짝대지 마라.

작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죠. 약속합니다.

CP 좋아. 왜 비상용품이 필요하냐하면……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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