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15화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시나리오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가로지르며 한 편의 시사 다큐 프로그램을 보듯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비정규직으로 방송국에 글을 팔아 먹고사는 작가, 그 작가의 아이디어를 빨아먹고 사는 방송국 PD, 군수품 판매업자, 그로부터 대량의 물품을 사들이려는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산 속 기도원까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은 뜻밖의 결말에 다다른다. 과연 우리의 상식 밖에 존재하며 세상을 지배하려는 외계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CP 좋아. 왜 비상용품이 필요하냐하면 (잠깐 뜸을 들이다가) 바로 심판 때문이지.

작가 심판이요?

CP 그래. 심판.

작가 그럼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온다 이겁니까? 진짜?

CP (강한 목소리로) 하나만 물어본다며!

CP, 무섭게 작가를 노려보며 작가에게 손을 내민다. 작가는 마침내 손에 들고 있던 파우치를 CP에게 건넨 뒤, 테이블 옆 의자에 털썩 주저 않는다.

CP (받아 든 파우치를 흐뭇하게 한 번 쳐다본 뒤) 그래도 상황파악은 하는 거 보니까 완전히 맛이 간 건 아니구만.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이윽고,

작가 (간절한 목소리로) 정말 이거 이대로 묻히는 겁니까? 그래도 씨피님에게는 진실을 밝혀야하는 의무가 있잖아요? 언론인으로써, 죽은 피디님을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이 뭔지 파헤쳐 봐야죠!

CP 자식, 눈물샘 자극하는 소리하고 있네. 얌마, 너 요새 왜 신방과라고 안 그러고 언론홍보대학원이라고 하는지 알아?

작가, 말없이 CP를 바라본다.

CP 언론이 바로 홍보기 때문이야. 알릴 거 알리고, 가릴 거 가려주고, 그러면서 기쁨주고 사랑받는, 채널 MB 몰라? 어?

작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또 그 사람들의 가족들, 왜 전부 사라진 거죠? 여기, 그 목사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그렇죠?

CP 그건 니가 알 필요 없고, 나도 마찬가지고. 확실한 건 그분이 동원할 수 있는 알바가 한 둘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 그 분 잘못 건드렸다간 방송국 인터넷 게시판이며 뭐며 아주 난리 난다는 거. 오케?

이때, 어디선가 삑삑 거리는 신호음이 들린다. 작가, 재킷 주머니를 뒤적거려 소리를 끈다.

CP 뭐야?

작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CP 너 설마 지금?

작가 그래요! 다 녹음 했습니다. 어쩔 건데요?

CP (분노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작가를 가리키며) 너 정말… 살고 싶지가 않구나?

작가 왜요? 저도 지뢰밭에 던져 넣으려고요? 그렇겐 안 될걸요? 내가 바봅니까? 이번엔 다 작전을 짜가지고 왔어요!

CP 작전?

작가 그래요, 작전!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이미 경찰에 연락을 취해 놨거든요? 좀 있으면 경찰이 여기에 들이 닥칠 겁니다.

CP 오, 그래?

작가 그래요!

CP 좋아. 그 경찰! (사이) 아마 곧 들이 닥칠 거야. 그리고 널 가택침입죄로 체포해하겠지. 니말마따나 거의 도착할 때가 됐는데. 야, 마지막 기회다. 녹음기 그 테이블 위에 놓고 조용히 여기서 나가. 나도 안면 있는 사람들 자꾸 죽어나가는 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작가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CP 협박이라니? 내가 그렇게 교양 없는 사람으로 보여? 이건 제안이야, 제안. 서로를 위한.

그렇게 말한 CP,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리킨다. 그의 단호한 분위기에 망설이던 작가는 결국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CP 앞을 스쳐 지나간다. 이때,

CP (작가의 어깨를 툭툭치며) 이건 니가 간섭할 그런 종류의 일이 아냐. 너 같은 잉여들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우두커니 서서 CP의 충고를 듣고 있던 작가, 갑자기 확 뒤돌아서서 CP를 노려본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뒤로 살짝 쳐들고 작가를 내려다보는 CP. 이내 작가는 풀죽은 표정으로 말한다.

작가 저… 아까 그 말씀하신 뉴스 구성작가일은….

CP (작가의 어깨를 전보다 더 세게 두드리며) 그래, 그래. 걱정 마. 내가 연락 줄테니까.

CP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던 작가, 다시 한 번 CP를 돌아보며,

작가 저….

CP 또 뭔데?

작가 (테이블에 놓아둔 녹음기를 가리키며) 저거 비싼 건데, 파일만 지우고 다시 돌려주시면 안 돼요?

CP 뭐? 아~ 녹음기? (한바탕 웃고 나서) 야, 저건 그냥 내가 쓸 테니까 넌 다시 하나 사. 어때? 그래도 되겠지?

작가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CP는 지갑을 꺼내 뒤적거린다. 그사이 작가는 재킷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천천히 꺼내든다.

CP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며) 자, 이거면 되냐? (작가의 손에 든 주사기를 발견하고) 어? 너 그거 뭐야.

작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참, 이걸 깜빡했네요.

CP (뒤로 물러서며) 야, 너 미쳤어? 죽고 싶어 너?

작가, CP의 멱살을 움켜쥐고 손에든 주사기로 그를 내리 찍으려고 한다. 순간 무대는 암전이 되면서 개 짖는 듯한 소리가 어둠속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잠시 후 무대에 다시 조명이 들어오자 바닥에는 뜻밖에도 작가가 쓰러져있고, CP는 한 손으로 목을 감싸고 있다.

CP (목에 대고 있던 손에 묻은 피를 확인하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아, 씨팔 새끼.

CP,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목의 피를 지혈하며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CP 여보세요? (사이) 네, 목사님. (손수건에 묻은 피를 확인한 뒤 다시 목에 대고는) 아뇨, 그 작가라는 놈 혼자입니다. (사이) 네, 서장님께도 연락 드렸고요, 아까 출동지시 했다니까 곧 도착할겁니다. 일단 그쪽 서로 보내겠습니다. (사이) 네.

전화를 끊은 CP, 한 번 더 목의 출혈 상태를 확인하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작가를 발로 툭툭 찬다. 죽은 듯 쓰러져있던 작가, 몸을 꿈틀거리며 신음소리를 낸다. 이때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암전)


 

다음 편에 계속…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