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의석수 가 문제의 핵심인가?

국회구조 개편이나 선거제도 개혁에 있어서 의석수 문제는 유일한 핵심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 놓쳐서는 안될 핵심급으로 중요한 주제인 것은 맞다.

이 문제는 다분히 정량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 민주공화국을 운영하는 마당에 국회의원이 있어야 하는가, 없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답하기가 쉽다. 당연히 의회는 있어야 하고 의원들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몇이나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쉽게 답하기 힘들다.

사실 이 문제는 어떤 회사에 직원이 몇이나 있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도 맥이 통하기도 한다. 굉장히 익숙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주 쉽다. “그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을 무사히 해낼 수 있는 최소인원”이 정답이다.

왜 그럴까? 당연히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만큼의 사람이 있으면 되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많은 직원을 고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고용인의 수는 비용에 직결되며 불필요한 인원이 있다면 불필요한 경비가 지출되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영리 추구라는 회사의 본원적인 목표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는 하나의 헛점이 있다. 고용인의 수와 인건비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일인당 인건비라는 변수가 또 하나 있기 때문이다. 슬슬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정리하자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람은 필요한데, 그 사람들을 고용하기 위해 들어가는 전체 경비는 최소화 시키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국회의원 의석수 문제도 이와 동일하다. 이 간단한 두가지 문장을 가지고 국회 구조의 개편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바라본다면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되고 의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의석수는 늘려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꽤 오래도록 생각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그 내용은 좀 거칠지만 이 글에 정리되어 있다.

http://murutukus.kr/?p=4748

의석수 한 석을 늘리는 문제를 가지고 마치 국회가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는 기사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으로 쓴 글이지만, 나름대로 데이터도 제시되고 있는 글이다. 맘에 걸리는 부분은, 과연 적정한 의석수라는 기준이 국가마다 동일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부분을 너무 쉽게 건너간 듯한 점이다.

그래도 러프하게 보자면 맞는 수치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같은 연방제도 아니고, 일본같이 지방자치가 발전한 나라도 아닌 중앙집권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 처럼 작은 국회를 유지해서는 안된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미일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럽처럼 오랜 시간 절차적 민주주의에 단련된 국가도 못되는 탓에 너무 많은 의원을 유지하기도 좀 그렇다. 그래도 OECD들 평균 수준에는 가야 하지 않는가 하는 아주 기본적인 기준만으로도 우리 국회는 의석수를 대폭 늘려야 하는 것이 맞다.

오히려 난 도대체 의석수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이런 실정을 왜 자꾸 무시하는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아니 의석수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생각보다 간단하기도 하다.

그저, 국민여론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반대하니까.. 라는 것이다.

난 이런 반대이유는 아무리 지지도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아무것도 안 할 거면 도대체 정치를 왜 하는가?

국가의 규모와 의회의 업무와 유권자들의 숫자와 이런 기본적인 데이터만 조합해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만 해 봐도, 우리 의회의 의석수는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는 사실을 아주 쉽게 도출해 낼 수 있는데, 단지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의석수 확대를 반대한다니..

사람들이 정치인, 국회의원 무지 싫어하는데 당신은 도대체 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 뿐이다. 사람들이 반대하니까 때려쳐.. 라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의석수는 늘려야 하는 것이 맞다. 링크한 글에 있는 간단한 자료들만으로도 아주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그러니까 이제 사람들은 왜 이 의석수 확대를 반대하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기로 하자.

 

사람들은 의석수 확대를 왜 반대하는가?

이 반대의 논리는 무척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다수가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쉽게 들리는 이유는 지금도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의원놈들의 자리를 왜 늘려 주는가 하는 것이다. 그럴싸하게 표현해도 이 논리에서 벗어나는 주장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주장은 수용할 수가 없다. 의회가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과 의석수와의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일을 잘하고 있다면 늘릴 이유가 없어진다. 업무가 잘 처리되고 있는데 직원을 늘리는 바보같은 사장은 없다. 업무가 늘어나야 늘리는 거지.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일을 잘 못하고 있으니 의석수라도 늘려야 한다는 말이 더 사리에 맞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부정을 한다거나, 일을 안하고 게으르게 논다거나 하는 것도 의석수와 상관이 없는 문제다. 그런 문제라면 국회 의정활동 감시기구를 늘린다거나, 국회의원 업무 평가제도를 도입한다거나, 극단적으로 주민소환제 같은 제도를 현실화 해서 일 안하고 노는 의원놈은 당장 짜를 수 있게 만들거나 해야 한다.

의회가 일을 못한다는 문제제기에 대한 답은 그런 것들이지, 의석수 확대의 반대 논리로 작용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을 접지 않는것은, 국회에 대한 불쾌감을 반대로 표현하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마치 애가 말을 안 들으니 용돈을 안 주겠다는 심리와 유사하다.

두번째는 좀더 현실적인 반대논리다.

의석수를 늘리면 예산이 더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의석수를 늘려서 업무처리가 크게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는데, 예산을 더 늘려가면서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반대논리는 심상정 의원의 개혁방안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심의원은 의석수를 늘리되, 국회 예산을 동결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큰 틀에서 국회 예산을 동결해 버린다면, 국가 차원의 입장에서는 의석수를 늘리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거 공영제 하의 선거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은 또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와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별도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즉, 의석수 늘리면 돈이 더들어서 반대한다는 논리는 국회예산 동결 조건의 의석수 확대라는 주장앞에서는 무력화 된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의원을 늘리면 그 많은 보좌관들이 그만큼 더 늘어날거고 불필요한 인력이 너무 많이 고용된다는 논리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예 근본적으로 국회 보좌관제도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논의로 분류하는 것이 더 좋다. 의원 일인당 9명에 달하는 유급 보좌관을 주는 것은 낭비 맞다.

제일 좋은 것은 이 참에 의석수를 늘리면서 보좌관제도도 같이 손보는 것이다. 비용 문제로 의석수 확대를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찾아 보자면 자잘한 반대논리들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일 뿐, 의석수 변동에 대한 논리적 주장이라고 보기 힘든 것들 뿐이다.

 

의석수만 늘리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럴리가 없다.

의석수 문제는 우리 의회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 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보좌관 제도도 문제고 국회 입법보조 기관의 무능도 문제고, 정치적 행태가 생산적인 입법활동이나 예산 감시활동 보다 대통령 팬클럽 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정치자영업자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의 정치판의 행태는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에 걸맞는 판단이다.

그런 총체적인 난국을 겨우 의석수 늘리는 것 하나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멍청한 생각일 뿐이라는 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단지 그 수많은 문제점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300석의 의회가 입법활동이 얼마나 엉망인지, 예산 감시 활동은 얼마나 대충대충 넘어가는지, 지역 이기주의적인 예산배정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지 이런 내용을 살펴보자면 진짜 이 무데기를 도대체 어떻게 정리를 해야 되나 싶은 절망감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저 따위 쓰레기 국회에 의석수를 또 왜 늘리냐고 외치는 항변에 동의하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하나 한 번에 하나씩 차근 차근 해결해야 되는 법이다. 의석수가 충분한가? 이걸 냉철하게 살펴보고 의석수가 부족하다면 적절히 늘려줘야 한다. 보좌관 제도가 문제인가? 그렇다면 보좌관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냉정하게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몽땅 다 도둑놈이라고 외치고 돌아 앉아 버리면 제일 좋아할 놈들이 바로 의원놈들이거든. 이제부터 우리 맘대로 해 먹자~ 라고 제일 기뻐할 놈들이 바로 그 놈들이라는 소리다.

문제는 수도 없이 쌓여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참신하고 뾰족한 방법 따위는 없다. 하나씩 하나씩 고쳐보고 또 고쳐보고 이렇게 고쳐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현실이 주는 무게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의석수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실 선거제도의 문제다. 선거제도가 개판이기 때문에 이상한 인간들이 의원이 많이 되어서 의회가 망가지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역구 획정은 이미 오래전에 헌재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았고, 그 개정 시한은 올해 말이다. 즉 2015년 12월 31일까지는 지역구 획정을 바꿔야 한다. 이것도 어기는 건 소위 입법부라는 의회에 속한 자들이 정면으로 헌법을 거스르는 위헌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당장부터라도 협상을 시작해야 하지만, 다들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이러면서 직무유기를 범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기한이 코앞에 다가오면 몇몇이 모여 앉아서 그러니까 이렇게 저렇게 하면 대충 헌재 요구사항은 만족시킬 거고, 너도 나도 별 손해없으니까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면서 누더기 개혁안을 내놓을 게 뻔해 보인다.

이런걸 우리는 “게리 맨더링”이라고 부른다고 학교 때 다 배웠을 것이다. 기성 정치인들끼리 선거구 획정 문제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나눠 먹는 거 말이다.

그러면 안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만간 별도의 글로 다시 얘기를 하겠지만, 핵심은 여기에 있다.

유권자들의 표는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것이다. 사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정당은 그 지지율과 정확히 비례하는 의석수를 배정받아야 한다. 이게 우리 헌법이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고, 선거제도는 이 원칙하에 만들어져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표의 등가성 원리”를 만족 시킬 수 있게 고치라는 얘기이고, 그렇게 하라고 유권자들이 의원들을 압박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게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다.

하기사, 그런 걸 제대로 안 지키는 국회니까 사람들이 의석수를 늘리는 것을 그렇게 불에 데인 듯이 화를 내며 반대를 하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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