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16화

미스터리 블랙 코미디 연극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가로지르며 한 편의 시사 다큐 프로그램을 보듯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비정규직으로 방송국에 글을 팔아 먹고사는 작가, 그 작가의 아이디어를 빨아먹고 사는 방송국 PD, 군수품 판매업자, 그로부터 대량의 물품을 사들이려는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산 속 기도원까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은 뜻밖의 결말에 다다른다. 과연 우리의 상식 밖에 존재하며 세상을 지배하려는 외계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4막 1장. #기도원(실내/접견실)
목사, 자리에 앉아 있고 노파와 딸, 그리고 CP가 그 앞에 나란히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사 그 작가라는 놈은 괜찮겠나? 그렇게 둬도?

CP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경찰 본청으로 신고가 먼저 들어갔던 거라… 죄송합니다.

목사 (불편한 듯) 음…. 할 수 없지.

노파 그나마 서장님께서 힘을 써 주셔서 다행입니다.

CP 그러게 말입니다. 어쨌든 지난번 피디 녀석처럼 처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별 탈 없을 겁니다. 혹시라도 다시 허튼 수작을 부리면 오히려 그땐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목사 좋아. 어차피 큰일도 코앞으로 닥쳤으니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이 일만 끝나면 말야. (딸을 바라보며) 넌 어떠냐? 떠날 준비는 다 됐냐?

드릴 말씀이 있어요.

목사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양이구나. (노파에게 눈짓을 보낸다)

노파, 딸의 팔을 이끌고 자리를 뜨려고 한다.

(노파에게 끌려 나가며) 잠깐요. 드릴 말씀이 있다니까요! 제발!

노파, 딸을 끌고 무대에서 퇴장.

CP 따님께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신 모양입니다.

목사 (고개를 몇 번 끄덕인 뒤) 그나저나 자네 가족들은 어떤가?

CP 이미 모두 떠났습니다.

목사 전에 외국 생활들은 해본 적 있던가?

CP 네.

목사 그럼 적응이 어렵진 않겠구만. 그래도 뭐 필요한 게 있으면 현지 담당자를 통해 연락을 하게.

CP 언제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목사 한 오년 정도면 될 거야. 애들 조기 유학차 가 있다고 생각해.

CP 알겠습니다.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그런데 VIP 분들은 어떻게….

목사 그분들이야 뭐, 이미 가족들 절반 이상이 외국에 있잖나. 남은 가족들도 한 둘씩 떠나고 있어. 한꺼번에 움직이면 안 되니까.

CP 회장님들은요?

목사 그분들은 사건 당일에 전용기 몇 대로 나눠 타서 출국 할 거야. 그때쯤 되면 언론이 사건보도 하느라고 온통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을 테니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겠지.

CP 예, 그럴 겁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러면 전 언제….

목사, 자리에서 일어나 CP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 친다.

목사 하하, 왜? 자넬 버리고 갈까봐 걱정 돼?

CP (강하게 부정하며) 아닙니다. 지금까지 돌봐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제 가족만 잘 지낼 수 있다면….

목사 (다시 CP의 등판을 탁 후려치며) 이봐, 그게 무슨 소리야.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자네처럼 재능 있는 언론인이 나에겐 꼭 필요해.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자네를 위해서는 배편을 마련해 두었어. 그걸 타고 일단 중국으로 갔다가 나중에 가족과 합류 해. 그럼 돼.

CP (감격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목사 (다시 자리에 앉으며)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남은 일이나 잘 챙겨줘. 이미 위에도 얘기가 돼 있으니까 오늘 낼 세 승진발령이 날 거야. 그럼 그때부터 여론을 잘 좀, 알지? 시원하게 바람 한 번 일으켜 달라고. 허리케인 급으로!

CP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이) 그럼 모든 준비는 이제 끝난 겁니까?

목사 준비? 준비랄 게 뭐 있나? 요새 돈 몇 푼 쥐어주면 목숨 거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이건 가미가제 특공대 저리가라지.

CP 가미가제요?

목사 그래. 돈 독 오른 가미가제.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어디 있겠어. (몸을 앞으로 당기며) 이봐, 자네 돈과 종교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CP 그, 글쎄요… 저는 언론 밖에는 아는 게 없어서….

목사 돈은 ‘죽여도 좋아!’, 종교는 ‘죽어도 좋아!’, 바로 그 차이지.

CP 돈은 죽여도 좋아, 종교는 죽어도 좋아?

목사 그래. 딱 그 한 끗 차이야.

CP 죽여도 좋아, 죽어도 좋아? (폭소를 터뜨리며) 와하하, 그거 말 되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목사 (의자를 뒤로 젖히며) 자, 이제 새 세상이 열리는 거야. 나의 신실한 전사들 덕분에! 몇 년 후면 통일 된 조국에서 아파트도 새로 짓고, 빌딩도 새로 올리고, 고속철도도 새로 깔게 될 거야. 이 미개인들로 가득한 땅이 아닌 신천지에서!

CP (공중을 쳐다보며 상상하듯) 잿더미 위에 나라를 새로 세운다… 제 2 건국의 주역이 된다… (목사를 보며)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목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그렇지? 그래, 얼마나 창조적이야! 그야말로 대박이지!

CP 대박이요?

목사 그래, 대박! 초대박!

목사와 CP 큰 소리로 함께 웃으며 무대의 조명이 꺼진다. (암전)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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