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18화 (최종회)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가로지르며 한 편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듯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비정규직으로 방송국에 글을 팔아 먹고사는 작가, 그 작가의 아이디어를 빨아먹고 사는 방송국 PD, 군수품 판매업자, 그로부터 대량의 물품을 사들이려는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산 속 기도원까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은 뜻밖의 결말에 다다른다. 과연 우리의 상식 밖에 존재하며 세상을 지배하려는 외계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작가 잠깐! 방주는 어디 있는 거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목사 오, 그 사람들? 왜 걱정돼? 이제 와서? 자네, 그 사람들이 왜 내가 다시 찾았을 때 두말없이 지들 발로 방주에 들어갔는지 아나? 딴 데 갈 데가 없어서야. 자기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고, 상처받은 몸과 영혼을 위로 받을 데가 없어서! 아이러니하지 않나? 위로받아야 할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오히려 주변사람들에게 거북스런 존재가 됐어. 그렇게 갖은 모욕과 수모를 겪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 거지. (객석 곳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도, 당신도, 그리고 당신도! 처음엔 너무들 고통스러워하니까 그래그래 했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잊게 되잖아. 잊고 싶어지잖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나도 언제든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서 살고 싶어? 아니지? 그렇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래, 그때부터 고개를 돌려 버리는 거야. 일단 나만 아니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나중엔 한 술 더 떠서 그들을 욕하지! (격양된 상태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악마 같은 미소를 흘리며) 그래야 내 마음도 편안~해지니까!

작가 그 방주라는 곳에 사람들을 가두고 생매장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목사 오, 나도 그런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야. 처음엔 잡히는 대로 파묻었지. 그런데 문득 깨달았어. 정작 심판받아야 할 인간들은 그들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들이 있기에 가능한 아주 원대한 꿈이 탄생됐지. (뭔가 더 말을 하려다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뒤) 아무튼 난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 너무 오래 떠들었군.

목사, 손을 흔들어 보인 뒤 객석으로부터 등을 돌린다. 이때,

작가 어디로 가는 거지?

무대 뒤로 퇴장하려던 목사,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쭉 편 뒤 귀찮다는 듯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나서 돌아선다.

목사 왜? 갈데없을 까봐 걱정돼? (사이) 미안하지만 갈 곳 아주 많거든?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키며) 이 세상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인간들이 아주 많아. 신기하지? 그래 신기할 거야. 나도 참 신기하니까!

이때,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린다.

재난방송 국민 여러분, 중앙국가재난본붑니다. 지금 이 경보는 실제 상황, 실제 상황입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이 방송을 청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목사 어이쿠 이런. 이젠 진짜 가봐야겠네. (손가락을 들어 관객들을 가리키며) 당신들도 빨리 피해. 심판받지 말고 말이야!

목사, 잰걸음으로 무대 뒤쪽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자 샤 막 뒤편에 조명이 들어오며 젊은 여자(딸)의 서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목사, 그녀의 손목을 잡아 채 무대에서 퇴장한다.

재난방송 현재 원자력 발전소 두 곳이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 보낸 특수부대 요원들의 테러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동요하지 마시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가만히, 가만히 계시기 바랍니다. 절대 거리로 뛰쳐나오지 마시고 침착하게 대피소에서 가만히 있으시기 바랍니다.

무대 위 작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없이 객석을 쳐다보는 가운데 조명이 꺼진다. (암전)

(끝)


그동안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외계인을 만난 사람들』을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히 지내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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