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통일”이 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시바..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다니.. 그것도 통일이라는 살벌한 주제를 놓고 저런 무책임한 발언을 하다니.. 라는 반응들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저 발언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이는지 이해하게 된다.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미국 짱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의 집권세력의 기조는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한반도의 주권은 미국에게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짱이라는 거다. 이런 사조를 학술적으로 정의해서 “미국짱주의”라고 하기로 하자.  

따라서, 북한 정권이 내부적인 문제로 말미암아 붕괴되기 시작하면 미국이 알아서 상황을 정리할 것이고, 미국은 동북아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지역의 실권을 남한에게 주고, 남한을 통해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기존의 전술을 되풀이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심지어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9는 북한 정권의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북측 영토에 진출(일본식 용어다. 실제로는 침공)하여 상황을 통제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고, 이 작계를 매번 한미연합 훈련에서 실제로 기동훈련을 포함하여 시행하고 있다는 현실도 있다. 이거, 미국짱주의자들에게는 매우 현실적이며 믿음직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물론 작계 5029의 대의명분은 북한 영토를 수복(수복은 개뿔.. 침공해서 빼앗는..)하는 데에 있지 않고, 그들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의 통제력을 회복해서 인류의 안전에 이바지하는데 있다고 써있긴 하지만 그거야 그냥 하는 소리고.

얼핏 보기에 사대주의 쩌는 것 같아 보이는 이러한 역사 인식은 다분히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어쩌면 노무현 전대통령이 주장했던 “동북아 균형론”이 훨씬 더 실현 불가능한 상상속의 전략일 수도 있다.

남한, 즉 대한민국이 성립된 배경 자체가 미국의 의지였다. 해방 직후, 남한 지역을 장악한 미군정은 두 개의 큰 세력을 불인정함으로써 무력화 해버린 전력이 있다. 그 두 개의 큰 세력은 다름아닌 인민공화국 세력과 임시정부 세력이다.

인민공화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세력이다. 해방 전부터 여운형 등을 중심으로 일제의 패망 후를 준비하던 “건국준비위원회”가 해방을 맞이하여 발빠르게 전국적인 지역 조직을 창설하고 치안을 복구하며 자발적인 정부조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세웠던 국호였을 뿐이다. , 사실상 한반도 전역을 아우르는 유일한 정치세력이었으며, 상당한 지지율도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인 임시정부 세력은 오늘날 우리 헌법에도 적혀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보유했던 세력이며, 비록 해외 망명정부였지만 선언적 의미에서라도 한반도를 지배할 자격이 있는 정통파 정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정은 이 두 조직을 모두 부정해 버린다. 인민공화국, 즉 건준파는 좌익으로 의심된다는 명분을 들어 조직을 해산해 버린다. 실제로 좌익 성향이 있긴 했으나 한반도 북부를 장악한 김일성 일파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해산을 시킨다는 것은 일단 인민공화국이 미군정의 말을 잘 안듣게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임시정부는 아예 귀국을 통제해 버린다. 임시정부 산하에는 비록 몇 천(사실 일제의 패망 이후 박정희 같은 일본군 소속 군인들이 대거 탈영, 합류함으로써 그 수는 몇만을 넘긴 했다.)에 불과하지만 광복군이라는 군사조직도 있었다. 임시정부 요인들 뿐 아니라 광복군까지도 귀국을 통제해 버린 미군정의 의도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의도야 어쨌거나 미군정은 인민공화국을 해산시켜 버리고 임시정부의 귀국을 막아 버릴 현실적인 힘이 있는 집단이었고, 그들은 태평양 건너에 자리잡고 앉아 유럽에서 벌어진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거대 천조국 미국의 대리인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 힘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승만 세력이 남한을 장악하게 된다. 나쁜 말로 하면 사대주의자들이고, 좋은 말로 하면 현실주의자이며, 가치 중립적인 표현을 하자면 미국짱주의자들인 셈이다.

그 이후에도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배후에는 언제나 미국이 있었다. 이승만의 하야 결정은 미국의 자신을 더이상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승만이 권력을 포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자신의 쿠~가 미국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을 것이라는 호소를 강력하게 함으로써 사후 인정을 받게 된다실제로 자신의 가장 가까운 부하에게 죽임을 당한 박정희, 그의 최후를 둘러싸고서 가장 많이 퍼진 루머는 결국 박정희가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고 핵무장을 추진하다가 CIA의 공작에 의해 죽었다는 내용이며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이런 음모론을 믿고 있기도 하다. 그건 미국의 지배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증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두환 역시 쿠~ 이후 미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은 왕세자로 책봉된 뒤 명나라의 승인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조선의 왕실과 별로 다르지 않다6,10 민주 항쟁의 순간에도 전두환은 군대를 동원해서 시위대를 쓸어 버리려다가 결국 미국 측의 승인을 받지 못해 교활한 6.29 항복 선언을 하게 된다노태우는 러시아와의 외교를 펼치면서도 언제나 미 대사관의 눈치를 슬슬 봐왔으며, 김영삼은 멋모르고 남북관계를 망쳐 놓는 바람에 화가 난 미국측의 북폭 계획을 발동시켜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뻔 하다가 역시 또 미국의 전 대통령인 카터의 활약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을 기준으로 보자면 병주고 약준 꼴.

결국 김영삼은 미국이 중심이 된 국제 자본 세력에게 항복을 하게 되고 김대중은 집권 기간 내내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팔 수 있는 것을 모두 팔아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 또한 상대역은 미국.

상황이 이 정도라면 제정신을 가진 집단이라면 이제 그만 미국의 힘을 인정할 때도 된 거 아닌가 싶다.

그런 관점에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통일이라는 큰 비젼 앞에서도, 뭐 북한이 스스로 붕괴하면 미국께서 알아서 해 주시겠지, 그게 아마 내년일지도 몰라, 이런 발언 정도는 당연히 나올 수 있다는 거다.

마치 임모탈님이 눈길을 주신 것에 흥분하면서 발할라로 가고 싶어하는 워보이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중국 짱

문제는 중국이다. 우리를 발할라로 인도하실 미국짱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맞짱을 뜨고 계신 떠오르는 태양이니까 말이다실제로 미국의 세계 경영전략에 있어 소련의 붕괴 이후 가장 신경 거슬리는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중국 아닌가 말이다. 이는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다.

미군이 태평양 함대를 전략기동군 체제로 개편하게 된 것도 사실은 중국 때문이며, 미국이 혼자 힘으로는 좀 딸리니까 자꾸 일본을 무장시켜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도 중국과의 경쟁 때문이다. 요즘 국제 정세상 미국이 남한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간주하고 있는 셰일가스도 중국에 매장량이 더 많다고 하고, 우주개발 경쟁에서도 러시아를 제치고 부상한 중국이 상대이며, 무역 전쟁에서도 중국은 자본주의의 기본 룰을 마구 깨트리며 월스트리트의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고, 심지어 IT 분야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샤오미의 인해전술이 있다. 구글은 아예 중국 시장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그런 중국이 북한 정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순순히 미국군대가 쳐들어와서 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에 끊임없이 투자를 해 왔다. 물론 미국도 핵협정 과정에서 중유도 지원했고 경수로도 지원을 하긴 했다. , 그건 우리가 돈을 댄거니까 우리가 지원한건가그러나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국만큼의 지원을 한 국가는 세상에 또 없다.

예를 들면 이런 형식이다. 중국은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한다. 북한의 원자재를 가져가고 상품을 지급한다. 그러면서 차액을 발생시키는 거다. 즉 빚을 준다. 그리고 그 빚을 탕감해 준다. 공식적으로는 지급 능력이 없는 북한하고 장사를 했다가 떼인 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냥 경제지원이다.

그 대가로 북한의 탄광이나 기타 천연자원의 채굴권을 담보로 확보한다. 대규모 사회간접시설 시공권도 확보한다. 이게 의미가 심상치 않다. 이런 식으로 북한 내에 중국의 자산이 생긴다는 것은, 유사시 중국은 자신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북한 영토 내부로 보낼 수 있다는 뜻이 되고, 이미 북한내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이 상당히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내부 위기가 수준이 높아질수록 중국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군대를 더 보낼 것이다.

북한내 권력 싸움이 치열해지면 분명 어느 한 쪽은 중국에게 자발적으로 병력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중국은 아주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북한 영토에 군대를 대규모로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남한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군이 공식적으로 주둔하고 있으니 세계적으로 명분 털릴 일도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작계 5029에서 훈련한 대로 한미연합군이 북한 영토에 들어가게 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북한 내 자신들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둔한 중국군, 북한 정권에서 자발적으로 요청해서 주둔하고 있는 중국군을 어찌해야 하냐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작계 5029에는 중국과의 충돌을 염두에 둔 조항은 없다. 그런 조항은 외교상의 문제 때문으로라도 만들 수도 없다.

과연 전통적으로 짱 먹는 미국은 새롭게 떠오르는 짱인 중국을 어떻게 상대하게 될 것인가?

 

두 짱의 격돌

내년 쯤 통일이 될 수도 있다고? 일단 북한 정권이 매우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솔직히 북한 사람들도 사람인데 3대 세습 쪽팔린 걸 왜 모르겠나. 김정은이 과연 북한을 지배할 권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 내년 쯤 북한 정권에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로 바꿔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북한 내부의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과연 “통일”은 누가 주도하느냐 하는 것이다.

남한? 미안하다. 내가 속해 있고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작금의 동북아 정세상 북한 정권에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한 정권이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없다. 쪽팔린 일이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찌하겠는가. 

핵심은 미국이냐 중국이냐 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북한은 미국을 철천지 웬수로 생각한다. 아래는 극우 민족주의 주체사상파(였던) 환타옹이 북경에 갔다 오면서 선물로 사다준 북한제 그림엽서이다. 호방함이 철철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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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한은 미국도 좋고 중국도 좋고, 어느 쪽이거나 돈만 많이 주면 좋다고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물론 그런 와중에 남한의 정권은 미국 편이다. 집권당 대표 김무성은 공식적으로 이런 말도 한다.

“김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 미국이라며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이 한국에 대해 너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은데 미국이야말로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짜 외교적인 관점에서 천치바보나 할 소리지만 대놓고 하는 뻔뻔함이 돋보인다.

, 북한은 사력을 다해 중국에 달라 붙을 것이다. 그들이 살 길은 실제로도 그것 밖에는 안 보인다. 남한은 미국에게 달라붙겠지만 그 끈끈함의 정도는 북한보다 사뭇 덜할 것이다.

과연 미국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1. 중국과의 정면 충돌을 각오하면서 북한 영토를 수복해 남한 정권에게 맡겨준다. 

2. 아니면 중국과 적절한 협상을 통해 북한을 중국 관할하에 두고, 이차대전 승전 직후 나왔던 한반도 신탁통치안을 다시 한 번 구현한다.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그러면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 보시라.

만약 미국이 중국과의 충돌을 결정한다면, 세계대전에 준하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미국조차 내일을 기약할 수없는 상황이 발생하며, 동북아시아는 이차대전 이래, 어쩌면 인류 역사 이래 가장 살벌한 전쟁터가 되어 석기시대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중국에게 넘겨줬다고 치자. 그 다음 단계에 미국이 가장 골치아플 일이 뭐가 되겠는가? 중국은 행복해 할 것이다. 북한도 행복해 할 것이다.

하지만 남한은 화를 내겠지그런데 미국은 “짱”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남한의 권력자들이 과연 미국의 결정에 어떻게 항의할 수 있을까? 아마 이렇게 항의할 것 같다.

고뇌에 찬 역사적 결단이었음을 이해하고, 그 뜻을 존중한다. 그래도 미국은 우리의 영원한 혈맹이니 대신 중국령 북한과 무역을 할 때, 우리에게 떡고물 좀.. “

이러고 끝날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이 “떡고물”이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통일 대박론”의 근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새로운 국경의 등장

어떠신가?

우리의 짱 미국님께서 중국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인류의 명운을 걸고 또 한번의 세계 대전을 치를 것 같으신가, 아니면 그냥 북한을 중국에 떼어 주고 남한을 어루만져 줄 것 같으신가?

내년 쯤에 통일이 올 것 같으신가? 아니며 내년 쯤에 휴전선이 한중 국경으로 바뀔 것 같으신가?

우리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인물들에게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기초적인 산수를 할 줄 아는 머리인 것 같다.







1 thought on “내년에 “통일”이 될 수도?

  1. 박근혜가 김정은과 결혼한다든가 (전에 시사인 만화에서 제시되었듯이) 박지만이 김정은 여동생과 결혼한다든가 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내년에 통일하는 방법은 전쟁밖에 안 보이는데… -_-a
    국수 기대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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