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브리핑

그 이름만 들어도 추억 돋는 “목함지뢰”에서 시작된 상황이 점차 수위를 높여가며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지구상에 남은 최후의 분단국가이자 세계 최강의 라이벌인 미중이 영역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라는 특성상, 아주 작은 시비만 붙어도 해외 토픽이 되긴 하지만, 작금의 이 사태는 여차하면 2013년의 위기 상황을 넘어 김영삼 시대의 북폭 직전의 상황을 능가하는 위기로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걸 보면 상황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에, 흘러나오는 조그마한 단서들을 모아 과연 이 사태가 누구의 기획아래 누구의 연출로 어떤 배우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인지를 그려보는 해설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이승의견가로서 이런 중차대한 시국에 대해 한 마디 의견을 붙이지 않는 것은 직업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또한 바쁜 생활 전선에, 어차피 망가져 버린 언론 쪼가리들이 떠드는 구라에 지친 독자분들에게 이런 정리된 자료를 보여드리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이라 판단되어 급하게 만들어 본다.

물론 틀릴 수 있다. 하지만 가급적 의견을 배제하고 드러난 단서들을 나열하며 이에 따라 누가 봐도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은 해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자화자찬은 먼저 깔고 시작해 보기로 하자.

전면전 상황

기본적으로 궁금한 것은 과연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할 확률 퍼센티지는 소수점 이하로 떨어진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 한반도에 전면전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저지먼트 데이”의 도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아프리카 해안 어디나 남아메리카의 밀림 어디에서 발생하는 종족분쟁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료된 이후 전지구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그 미국에 대해 유일하게 도전하고 있는 세력인 세계의 공장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 한반도라는 점, 누구나 아주 명확하게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이 사태를 한 방에 휘어잡고 마무리 할 능력이 되는 미국과 중국의 머리 속에서 상식이 사라져 버리고 인류의 멸망이 오는 한이 있어도 판을 뒤엎어 버리겠다는 광기가 판을 지배하기 전에는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점은 믿어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사실 그런 규모의 전면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지구적 차원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우리가 할 일도 없다. 그냥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장면처럼 머리에 봉투 뒤집어 쓰고 죽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난은 개뿔..

 

 

소소한 도발의 발생

남북 중 어느 한 쪽에서 국지전을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것이 우리의 관심을 가장 밀도있게 쏟아 부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현재 진행중인 소소한 도발 상황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하자.

남측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DMZ 근처에 전설의 “목함지뢰”를 매설하는 도발을 먼저 시도했다. 이에 대해 남측이 확성기 방송으로 보복조치를 취하자, 북에서는 아직도 뭔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포 한발과 직사포 다수를 남측을 향해 발사했고, 이에 대해 남측은 대응사격으로 155mm 포를 여러발 쏴 버렸다.

그러자 북측에서는 오늘 오후 17:00시까지 시한을 정해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최후 통첩을 날리게 된다. 물론 최근 북한이 표준시 설정을 바꾸는 바람에 30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또 무슨 대수랴.

아 왜 30분 일찍 포를 쏘냐? 아 미안~ 우리 표준시 바꾼 걸 깜빡했네~ 이런 상황이라도 바라는 건가?

거기에 어제밤 북한의 외무성은 남한이 발표한 내용을 전면 부정하며, 즉 자신들은 남쪽으로 포를 쏜 적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목숨으로 지키기 위해 전면전도 불사할 입장”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북한을 거짓말쟁이들로 보지만, 북측에선 또 남한을 거짓말쟁이로 본다. 나는 당연히 북측의 발표의 내용을 신뢰하지 않는다.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는 말이다. 똑같이 남한측의 발표를 신뢰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남한에 살기 때문이라는, 한편이라는 점 말고는 찾기 힘들다. 남측도 “작전중”이라는 이유로 실제로 북측에서 남측에 포격을 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리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신뢰하는 바보짓은 할 생각이 없다. 역사적 경험들이 나에게 이런 교훈을 줬다. 그러나 이 정책은 나의 애국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 미리 밝혀둔다.

이렇게 한 발 물러서서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까지는 DMZ 근처에서 남측과 북측이 소소한 상호 도발을 진행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라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아직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남한측의 병사들이 팔다리를 잃는 불행을 겪었다.

남북한 양측은 지금 뭘 원하고 있는 걸까?

 

미국의 입장

이번 상황에서 미국은 몇가지 전례없는 행동을 두 가지 정도 한 점이 눈에 띈다.

그 하나는 지뢰 도발에 대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유엔사가 개입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유엔이 미국은 아니지만, 유엔이 거의 미국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자면, 미국은 초기부터 이 상황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해 준다.

두번째는 오히려 그 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인데, 예정되어 있던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한미연합 훈련을 중단해 버렸다.

보통 북한의 도발은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발생하곤 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이 작계5027에 기반해서 치러지던 수비 훈련(사실 이마저도 작전계획에 포함된 최종적인 역공격 개념 때문에 북한에서는 공격 훈련이라고 주장했었지만..)에서 작계 5029에 등장한 공격개념의 훈련으로 변화한 이래 북한은 매번 훈련시기때마다 항의의 의사표시를 하곤 했고 그 중에 가장 크게 터져 나온 사건이 바로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는 점 기억해 볼만 하다.

그러나 과거의 관례는 북한이 제아무리 심각한 항의를 하더라도 미국이 훈련을 중단한 적은 없었다. 중국까지 나서서 항의 성명을 발표해도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놀랍게도 별다른 이유없이 훈련을 중단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북 외무성의 군사행동 가능성 시사때문에 훈련을 중단한 것인가 하고 묻자 강력하게 부인을 했다고 한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거기다가 그 의미를 곱씹어 해석하기도 전에 미국은 다시 이 훈련을 재개해 버렸다. , 훈련 취소가 아니라 “잠시 중단”의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무슨 일이 뒤에서 벌어지는 걸까?

그리고 한국 정부, 즉 박근혜 정권이 점점 더 수위를 높여가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에 대해 미국은 일언반구의 간섭을 하지 않고 있다. 과거, 국방부 대변인 급이 나와 남북 양측에게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방식으로 긴장을 완화시킬 것을 요구한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즉 정리하자면, 그 어느때와도 다르게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는 있고, 그 민감성을 행동으로 강조해 보여주고 있지만, 절대 실질적인 개입은 하지 않는 묘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도대체 뭘 바라는 걸까?

 

중국의 입장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코앞으로 다가온 전승절 기념식일 것이다. 실제로 메르스의 여파로 인해 미국 방문을 취소해야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는 참가할 것인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던 상황이기도 하다.

보통 남북간에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양측을 진정시키려고 노력을 하면서도 살짝 북한편을 드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만큼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중요한 존재이고, 반대로 북한의 입장에서도 중국은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거대 우방국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태평양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의 대치 국면에서 유일하게 중국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만약 북한이 없었다면 중국은 사실상 미국의 영토(다른 뜻은 아니고 그저 남한 지역에 미군 정규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는 얘기일 뿐이다. )와 다름 없는 남한과 영토를 맞대야 한다. 이는 매우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거기에 중국 경제 상황이 지금 매우 안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좀 암울한 예측을 유발하는데,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반도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중국은 유리하다는 점이다. 과연 중국이 그렇게까지 쪼잔하게 굴것인가 하는 의심은 있지만 한반도에 긴장상황이 지속되면 분명히 중국 경제는 이득을 본다는 점은 무시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 대한 정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최근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중국X들” 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가십이 뜨는 것은 그 결과로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최근 모 해킹 그룹이 유출한 문서에 중국이 제안한 걸로 보이는 “북한 정권 유사시 인근 4개국의 북한 공동관리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북한 정권이 내부로부터 붕괴하면, 미국 중국 러시아 남한 4개국이 북한의 영토를 공동관리한다는 방안이다. 이는 이차대전 직후의 신탁통치안 보다도 더 북한정권에게 굴욕적인 상황이며, 그걸 미국도 아니고 중국이 제안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씨바, 세상에 믿을 놈 없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명적인 내용이기 떄문이다.

북한은, 아니 북한 정권은 최소한 정권이 위험할 때 중국이 나서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시켜 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물론 실제로 이런 제안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중국발 4국 공동관리 방안 같은 것이 나돌게 된다면 북한은 더욱 더 극심한 고립감을 가지게 된다.

거기에 더 심각한 문제는, 가뜩이나 취약한 김정은 정권이 중국의 지원마저 못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 내부의 반정권 세력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지게 된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도 존재한다. 이 점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조만간 북한 정권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 말이다. 통일 준비위원회인가 뭔가 그거 얘기하는 거다. 국내 정보기관 (…)이 이와 관련해서 어떤 첩보를 청와대에 제공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중국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뭔가를 지켜보며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북한 정권이 어떻게 사건을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거겠지.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지난 밤 북한 외무성의 발언은 미국도 남한도 아닌 중국 측을 향해 던진 발언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총괄 감독은 누구인가?

이 상황을 유발하고 이끌고 있는 총괄 감독은 과연 누구인가? 중국도 지켜보고 있고 미국도 지켜보고 있다면, 북한이 감독인가? 남한이 감독인가?

남한측은 철저하게 이 모든 상황이 북한의 도발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주장을 한다. 남한은 그저 정당한 대응만을 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 정당한 대응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대통령이 직접 3군사령부(아니 비상상황에 대통령이 거길 왜가?)에 출동하질 않나, 국방부 장관은 지휘관들의 재량에 따라 선조치 후보고 하라고 얘길 하지 않나, 긴장을 통제하려는 의지 보다는 상황을 증폭시키려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이 상황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들의 전문분야다. 벼랑끝 외교도 북한 것이듯이 국지 도발로 상황을 리드하는 것은 언제나 북한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키우는 과정에서는 남한의 역할도 만만찮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번 사태를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각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따져 보면 밝혀질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지만 국제 정치판에 벌어지는 사건은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며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다 따로 있다는 점은 감안하기로 하자.

, 총괄감독 같은 것은 없다.

 

각자가 원하는 것

북한은 중국에게 삐져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북한이라는 국가의 최대 목적은 생존이다. 그걸 위해 북미 관계 개선이네 핵 협상이네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생존을 위해선 고립을 피해야 한다. 유일하게 고립을 피할 수 있는 상대였던 중국, 경제적 지원도 제일 많이 해 주는 중국이 자신들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북한으로 하여금 무모한 도발을 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렇게 따져보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스스로의 존재감 확인이다. 결국 중국은 국제 정세상 북한을 도울 수 밖에 없는 거 아니냐는 점을 중국을 상대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정권을 위협하는 세력들에게 우리는 건재하며 중국을 상대로 이런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라는 국가의 생존 이전에 북한 정권 차원의 생존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점, 이해하실 것이다.

그런 북한의 대중국 시위가 이 사태를 촉발한 것이라는 점을 가정해 두고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설명된다.

일단 중국은 사태를 관망해야 한다. 과연 북한이 얼마나 삐졌는지, 얼마나 큰 걸 바라고 있는 건지, 하필 왜 전승절 기념식에 초를 치면서 덤비는가 하는 짜증을 참으며,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를 따져보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를 오지 말라고 하면 그냥 해결될 지(남한하고 너무 친해지면 북한이 삐지니까.) 아니면 뭔가 더 큰 선물을 줘야 되는 건지, 아니면 아예 극단적으로 이 참에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하는 건지를 저울질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역시 사태를 관망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어차피 전면전은 절대 없다는 거 다 알고 남한은 여전히 미국의 통제하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최소한 군사적인 면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에 대해 삐져있는 북한이 실제로 얼마나 삐져 있는 건지, 중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핸들링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거기다가 가급적 중국에게 부담을 지우게 되길 바라고 있으니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받아내길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사태를 조기에 종료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실험장이기도 하며, 중국을 괴롭힐 찬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은 사태를 종료하고자 남한 정권의 행동을 억제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사태를 어느 선까지는 키우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 남한은 새로운 찬스를 잡게 된다.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이건 반대하는 국민들이건 최소한 박근혜 정권이 집권 이후 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의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서(이건 보통 지지자들이 하는 주장)인지, 아니면 박근혜 정권이 태생적으로 무능(이건 반대자들이 하는 주장)해서인지 논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성과를 못내고 있고 자랑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맞다.

그렇다면 가장 손쉬운 것은 “안보” 문제다. 타고난 또라이 망나니 동생을 둔 형처럼, 동생이 또 말썽을 부려 가뜩이나 집안일도 힘들어 죽겠는데 고통을 당하는 맏형 코스프레를 해야 한다. 이번에는 저 말썽꾼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겠다는 엄포도 치고, 무의미한 도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는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고취하는 것도 좋다.

큰 맥락에서는 북한 정권이 내부의 반발자들을 의식해서 일을 벌이는 것과 유사한 행동을 남한도 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도 우물쭈물하고 있고, 미국도 딱히 사태를 빨리 종식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이므로 상당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안보 불안감을 심어주고 나서, 그 위기 상황을 적절히 핸들링해 한반도의 안전을 지켜낸 강한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정권의 다른 소소한 잘못들을 묻어 버릴 수도있는 부수적인 이익도 있다.

다들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고 가정을 해도 여전히 남는 것은..

과연 인명의 손실을 초래할 규모의 국지전은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지전 발생 가능성

빈 땅에 포격을 하거나, 전투력을 DMZ 인근에 집결시킨다거나 하는 것은 시위다. 아무런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물론 말단 부대의 병사들은 외출외박 금지에 장기간의 비상근무 체제로 고통을 당하겠지만 “생명”을 잃지는 않는다. 그러나 군부대 혹은 더 심각한 상황에서 민간인 마을을 겨냥한 포격 등의 도발은 시위의 범주를 벗어난다. 이건 인명살상이 발생하는 국지전 규모로 규정되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런 인명손상이 초래되는 국지전이 발생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모든 사건은 이익을 향해 발생하는 법이다. 그런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의 권력의 차이에 의해 국지전 발생 여부는 결정된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은 국지전 발생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태가 그렇게 심각해진다면 수습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전세계적인 긴장감 조성은 경제에 별로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인 병사 몇명, 한국 민간인 몇명이 사망하는 것이 큰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서로의 이익에 결부된다면 감수할 수 있는 피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지전 발생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불행이 싹트기 시작한다.

북한의 정권은 가급적 문제를 크게 키우길 원한다. 문제가 커지고 심각할수록 중국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고, 내부의 적들에게 더 큰 소리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만약 국지전을 먼저 개시해서 남한 측에 인명 피해를 입혔을 경우, 과거 연평도의 경우와 다르게 남한 측도 단순한 스피커 방송 정도가 아닌 “원점 타격” 정도의 강경 대응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 측에도 인명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고민은 이렇게 정리된다. 중국의 더 큰 양보를 위해 남한의 반격을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을까. 이것이다.

남한의 고민도 유사하다. 상황을 악화시켜 긴장감을 조성해 정권의 안위를 돌보는 것은 좋지만 그러다가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게 되면 곤란해진다. 만약 북측이 선제 도발을 해서 남한에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측이 반격을 막기라도 하면 정권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발생한 연평도 사건이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갔었다.

절대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남한 정권의 입장에서 과연 군인 몇 명, 민간인 몇 명의 인명 피해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감수할 수 있는 희생이라고 간주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 악화되고 국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절대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말이다.

정치적 이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절대 인명 피해는 안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 지금쯤 남한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화 국면으로 전환을 해야 하고 국지전 발생의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강경대응, 온건대응 양쪽 모두 일장일단은 있는 방법들이고 어느 한쪽만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 대국적인 견지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해 가면서 치밀하게 세운 계획만이 의미가 있는 법이지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대놓고 큰소리만 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바보들의 행동일 뿐이다.

문제는 현재까지의 남한측, 특히 국방부의 대응은 이렇게 전문성이 결여된 바보들의 대응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간 발생했던 국방부 내부의 부패 문제로 인해 궁지에 몰린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기회라도 온 양 즐거워 하는 걸로 보이기까지 한다. 너무 심하게 보는 걸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예측이라면 남북 모두 원치 않는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면서까지 이 상황을 확대할 생각은 없는 걸로 보인다. 단지 이 상황을 장기적으로 끌어가면서 서로의 대응 태세를 확인하고, 각자의 내부 용도로 활용하며, 한 발 뒤에서 팔짱 끼고 서 있는 중국과 미국의 반응을 끌어내 협상을 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길 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사태를 장기화해서 끌고 나가기 위해서라도 인명피해는 서로가 피할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론은 “사태는 장기화 되겠지만 인명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정도로 내릴 수 있겠다. 실제로 그렇게 되길 간절히 빈다.

 

모두의 불행

너무 상투적인 얘기지만 이렇게 각자의 이익에 의해 발생한 상황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는 점,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우리의 안전을 우리 손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거의 대리전이라고 볼 수도 있는 형태로 앞장 서서 치고 받아야 한다는 점. 통탄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일제의 패망 이후 지속되어온 상황이고 우리는 그 상황을 70년동안이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국제 정세고 나발이고, 지금 자식들을 전방 부대에 입소시킨 부모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또 어쩔 수 없이 휴전선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민간인들의 불안한 마음은 또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

남북 양측의 발언이 강경해질수록, 시소 게임 처럼 상호 강경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또 얼마나 큰가?

공포는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뭐 맨날 이러는데 이러다가 말겠지~ 하면서 대범한 척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공포의 불씨는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가장 기본적인 행복은 불안감이 없는 상황에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이렇게 불안감을 강요하는 사회는 절대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지수도 높고 여유도 없는 사회가 된 가장 밑바닥의 원인이 바로 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

한숨만 나온다. 태풍도 북상하고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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