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ks for Fall

가을 술을 소개 합니다.

차갑고 투명한 얼음에 탄산수나 소다와 같이 즐기던 하이볼 글라스 술들은, 지나간 여름과 함께 잠깐 잊어봅시다. 두 눈에만 담아 두기 아까운 파란 하늘과 함께 즐길 수도, 낮 동안의 시름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은 깊은 밤에 즐길 수도 있는 ‘가을 술’들이 있으니까요.

 

Red Eye

Red Eye

Photo via Hummingbirdshill.com

‘충혈된 눈’이라는 뜻의 이 칵테일은  이름같이 벌건 눈으로 일어난 아침에 해장술로 먹기에도, 볕 좋은 휴일에 야외 테라스에서 갓 구워 나온 버거와 함께 먹기에도, ‘난 오늘 이 밤을 찢으며 놀테다’라며 각오를 다지면서 먹기에도 좋습니다. 단, 그 때 마다 레시피는 조금씩 바꿔가면서 말이죠.

오리지날 레시피로 만들자면, 보드카를 비어 글라스에 1 oz 정도를 붓고, 토마토 주스와 맥주로 필업합니다. 토마토 주스 맛이 강해서 술 맛을 가릴 수 있으니, “아, 난 오늘 술 좀 세게 먹어야겠다.’ 싶으시면 보드카를 조금 더 넣으셔도 됩니다. 토마토 주스와 맥주는 보통은 1:2 비율로 합니다만, 이 역시 너님의 취향에 맡겨도 됩니다. 토마토 주스가 풍미를 살려 주고 맥주는 부드러운 맛으로 다가오고 보드카로 흥겨워지는 술이죠. 토마토 주스 덕에 한 잔을 다 마시고 나면 배도 든든해 지는데, 이것도 부족해서 여기에 다방에서 먹던 쌍화차마냥 계란을 노른자만 퐁당 빠뜨려서 먹기도 합니다. (계란 노른자를 빠뜨려서 먹을 때는 절대 저어서 서빙하지 않습니다. 노른자를 꿀꺽 삼켜 먹어야지, 노른자가 풀어져서 술에 섞여버리면 맛이 영 비린 게 별로 입니다.) 저 계란 노른자를 “눈동자”에 비유해서 ‘Red Eye에는 노른자가 있어야 진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가 짱짱한 낮, 친구들을 만나거나 썸남/녀와 데이트 할 때 브런치로 이리저리 느끼한 것들을 테이블 위에 깔아 놓고 같이 먹기에도 Red Eye는 참 좋습니다. 단, 낮에 마실 때는 보드카는 빼고 토마토 주스와 맥주의 비율을 1:1에 가깝게 하여 드시면 됩니다. 글라스 전체의 도수는 보드카를 넣었을 때 보다 10% 이상 낮아져서 2~3% ABV 정도 밖에 안 되지만, 휴일 낮을 즐길 때에는 그 정도면 충분해 보입니다. 제 취향으로는 이 때 맥주를 스타우트 계열(흔히 흑맥주로 알고 계시죠.) 을 쓰는 게 더 부드럽고 좋았습니다.

아주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들이어서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푹잠 자는 여자친구보다 먼저 일어나서 식빵을 적당히 굽고, 반숙 후라이를 한 다음, 부시시 일어나는 여자친구 코 앞에 토스트와 계란과 Red eye를 한 쟁반에 같이 올려서 침대로 갖다 줬던 기억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쟁반 위에는 길 앞에 자라던 들꽃이 하나 꺾여서 올라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 때 그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요.

 

Gold Rush

Gold Rush 1

Photo via Liquor.com

이름만 들으면 서부 개척 시대에 나왔을 법한 술이지만, 실제로는 2000년 이 후에 뉴욕의 바에서 탄생한 Sour (계열의) 술입니다.  이름처럼 황금색의 아름다운 이 술은 달콤하고, 쌉사름하게 시고, 생각보다 뒷맛이 강합니다. (여기서 Sour는 일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와’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사와하고는!)

만드는 법은 버번 (제가 좋아하는 버번이 나왔습니다!)을 2 oz, Honey Syrup을 3/4 oz, 싱싱한 레몬에 짠 레몬주스를 1/2~3/4 oz를 쉐이커에 넣고 강.하.게 쉐이크 한 다음 올드패션드 글라스 혹은 칵테일 글라스에 서빙합니다. 저처럼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버번 양을 2 3/4oz까지 올려서 먹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올드패션드 글라스로 담아 낼 때는 위의 사진과 같이 큰 덩어리의 얼음과 레몬 필을 같이 낼 수 있고, 칵테일 글라스를 사용할 때는 체리를 퐁 떨어뜨려서 낼 수도 있습니다. 레몬의 쌉싸름한 맛을 싫어하시는 분은 라임을 사용하시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레몬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얼음과 같이 낼 때는 버번의 도수를 높은 것을 사용해야 좀 더 길게 이 술을 즐길 수 있죠. (낮은 도수의 술을 쓰면 얼음이 녹을 때 술이 같이 퍼져 버리는 느낌입니다.)

낮에 있었던 별 그지 발싸개 같은 병신 짓거리들을 잊고 싶을 때 드시면, 달고/시고/시원하고/강한 술 맛이 혀 뒤끝을 때려줘서 참 좋습니다.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 더 풀고, 소매는 걷어 올리고, 차가운 글라스를 잡고 천천히 마셔보면 혀가 뇌의 기억을 잠깐 지워주는 신기한 경험을 하실 지도 모르겠군요.

마지막으로 버번 특유의 맛이 별로 이신 분들은, 버번 대신 럼을 사용해서 드시면 됩니다. 단, 이러면 같은 이름의 술이 아닙니다.  Base가 바뀐 술의 이름은 Honey Bee라고 부릅니다.

Dry Martini

Dry Martini

Photo via Liquor.com

달달한 술을 먹었으니 이젠 조금은 드라이한 친구를 찾아 봅시다. 마티니는 술의 역사도 깊고 매우 다양한 종류의 레시피가 (사실 모든 바텐더들이 자신만의 -조금씩 다른 – 마티니를 갖고 계신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여러 종류의 술 소개에 도매금으로 껴서 다룰 주제가 -당연히- 아닙니다만, 일단 오늘은 가을에 잘 어울리는 걸로 하나만 갖고 와 봅시다.

레시피는 잘 알고 계시다시피 드라이 베르무스와 진을 1:2의 비율로 믹싱 글라스에 담고 적당한 크기의 얼음들과 함께 ‘저어서’ 차갑게 한 후 칵테일 글라스에 담아 냅니다. (보드카와 함께 ‘젓지’ 않고 흔들어서 내는 보드카 마티니는 그냥 제임스 본드님이 드시게 둡시다.) 보통은 올리브를 칵테일 글라스 안에 넣어 같이 서브하는 게 보통이지만, 가을엔 레몬 필만 살짝 얹고 올리브는 따로 픽에 꽂아서 받아도 좋습니다. 올리브가 주는 정말 약간의 느끼함까지 쫙 빼고 순수하게 드라이한 술만 즐겨 보자는 거죠.

자주 가는 바의 바텐더님은 ‘ 20대 때에는 인생 자체가 달콤하여 절대 마티니 맛을 알 수 없다’고 ‘늘’ 말씀하시고, 저도 이에 상당히 동의합니다만, 깊은 가을 밤의 서늘함이 있다면 드라이한 쌉싸르함이 조금 다르게 다가올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의 20대분들은 ‘인생이 달콤하다’라고 말이 거북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젊음’이 부러운 나이먹은 꼰대들의 넋두리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Dry Martini 1

<사진은 Mr.Simon Bar에서 촬영했습니다.>

보통은 다른 맛을 내지 않고 직선적이고 강한 맛을 내는 Gin들, 예를 들자면 Gordon’s, Beefeater, Brokers 등등의 London Dry Gin이 Dry Martini에 잘 어울립니다. (Brokers의 경우 한국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값이 싼 Gin이 잘 어울립니다;; 위의 사진은 Schenley인데, 이 친구는 정말 살 떨리게 맛나더군요. 한국에 이 Gin이 정식 수입이 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경험해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네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