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조건

우간다 결혼식에 다녀온 후로(우간다의 결혼식) 이 사람들의 결혼 문화는 어떨까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좀 물어보고 뒤져봤습니다. 이 포스팅이 우간다의 문화를 이해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배경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 남부 지방에서는 결혼하기 위해서 신랑의 지참금이 필수입니다. 이걸 ‘Bride Price’, 신부값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어떻게 에둘러 번역할래도 마땅치가 않아요. 이름이 굉장히 직접적입니다. 신부지참금인 ‘Dowry’와는 다른 것이지요. 신부값(Bride Price)은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결혼을 댓가로 지불하는 소 혹은 돈입니다. 부족이나 집안에 따라 요구하는 물품들이 달라지지만 대채로 소, 염소, 현금이 신부값으로 쓰입니다.

협상도 가능합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제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전통혼례-왜 드레스와 턱시도를 갖춰입은 혼식은 ‘결혼식’이 어울리고 전통적인 방식의 혼식은 ‘혼례’가 어울릴까요-를 올리기 전에 신부측 가족이 지참금 액수를 정해 신랑 가족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액수는 신부 측 마음대로죠. 예를 들어, 신부 가족이 “소 5마리와 전통복장busuti을 만들 옷감, 20.000.000실링(한화 약 630만 원)을 지참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신랑 측에 보내면 신랑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든가 “그만큼의 돈은 없으니 소 5마리와 15.000.000실링(한화 약 500만 원)으로 하자”고 답서신을 보냅니다. 답을 받은 신부 측은 액수를 조정하든가 ‘처음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결혼은 없다’는 식으로 강경하게 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부값때문에 파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액수나 물품을 조정하는 것도 전통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런 일로 실갱이하는 일은 귀찮게 여겨지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치러진 신랑지참금(신부값)은 신부 부모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일가 친척 모두에게 분배되기 때문에 신부 측은 일가의 규모에 따라 지참금의 액수나 물품의 규모를 정합니다. 액수가 조정되든 어떻든 지참금은 필수고, 지참금이 식 전에 오지 않으면 결혼은 없습니다.

비용 지불

전통혼례는 신랑 가족들과 친구들이 지참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단위로 한 곳에 모여 거주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런 하나의 거주지를 컴파운드(compound)라고 합니다. 신랑과 그의 무리들은 컴파운드의 대문부터 기어서(!!!!!) 신부 집에 도착합니다. 신부 집에 들어가면 거실에 신부 부모님과 친척들이 의자에 앉아있고, 신랑과 무리는 그들을 마주보고 바닥에 꿇어앉지요. 신랑이 신부 부모에게 현금과 지참 물품(소나 염소 등이 있을 경우)의 리스트를 건네면 신부 부모는 돈을 세고 목록을 확인합니다. 액수와 물품이 요구한 것에 맞을 경우 혼례가 진행되고 구성이(!) 미비할 경우 신랑은 돌려보내지고 식은 중단됩니다.

전통 혼례

전통 혼례는 대부분 2-3일간 진행되기 때문에 금요일 밤에 지참금 전달부터 하는게 결혼식의 시작입니다. 아직 전통 혼례를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에게 들은 얘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지참금이 전달되면 신부 친척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내오고, 그 때부터 전통 춤과 공연(전문 공연 팀들을 섭외한다)이 이어지며 사흘 밤낮으로 결혼식이 진행됩니다. 술이 빠지면 섭하니까 술은 항상 넉넉하게 준비됩니다. 이 결혼식에 소요되는 숙박과 음식 등 제반 비용은 전부 신부 측이 부담합니다. 전통 혼례 후 교회 등에서 또 한 번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도 많다는데, 이렇게 교회 등에서 올리는 결혼식 비용은 신랑과 신부가 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정적인 면

신랑 지참금의 부정적인 영향은, 현지에서 살면서 듣고 느낀 바로는, 첫째는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점이고 둘째는 여성의 학력이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이 ‘즐거운 대륙’의 즐거운 우간다 사람들은 일단 술마시고 춤추는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매주 금요일을 기다립니다. 월급이 나오는 월 중순쯤 되는 금요일은 정말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죠. 글루 지역은 전쟁과 신의 저항군LRA, 조셉 코니의 영향으로 특히 NGO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NGO들은 금요일에 오전 근무만 시행하는 하프 데이(half day)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2시쯤부터 사람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금요일 오전이 되면 타운에 맥주 짝들을 그득그득 실은 트럭들이 들어오고, 식당마다 맥주 박스들을 내려놓습니다. 그 많은 맥주들은 그 주 주말이 지나면 전부 소비됩니다. 우간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주류 소비량 1위를 달리는 국가입니다.

즉, 이 즐거운 사람들은 저축이라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돈을 받으면 일단 쓰기 바빠 돈 모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점이 남성들의 결혼 연령을 늦추는 데도 한 몫을 합니다.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신랑 지참금을 준비할 돈이 없고, 그러니까 성혼이 안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거지요.

둘째는 신부의 저학력화. 신부의 학력이 높아질수록 신부 가족들이 요구하는 지참금의 액수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졸업한 여자아이(여성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어리다), 중학교 졸업한 아이, 고등학교 졸업한 아이와 대학교 졸업한 여성의 ‘몸값’이 다 다릅니다. 석사나 박사 등 학위를 취득하면 몸값은 더 뜁니다. 이러니까 남자들은 ‘못 배운’ 여성들을 신부로 데려오려 하고, 그렇게 결혼하면 더 이상 교육의 기회 없이 집안일에 종사하게 되므로 신부들의 저학력화, 나아가 저학력 엄마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신부에게 미치는 영향

신랑 지참금(신부값)은 여성을 가정폭력 등에 종속되게 만듭니다. 이미 신랑이 값을 지불하고 신부를 ‘사온’ 것이기 때문에 신랑과 신부가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게 쓰다 보니 자꾸 부정적으로 묘사하게 되는데, 아무리 이 지역 전통이고 이해하고자하는 마음으로 자료를 읽고 글을 쓴다하더라도 제가 여자인데다 인간에게 몸값을 매긴다는 점에서 중립적인 단어 선택이 잘 안 됩니다. 이해해주세요…

신랑은 ‘내가 몸값을 지불하고 데려온 거니까 넌 내 거야!’하면서 부인을 두고 밖으로 돌기 시작합니다. 타운을 돌아다니다보면 삼삼오오 모여서 카드게임을 즐기는 남성들의 무리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다 집안 일은 부인한테 맡기고 놀고 있는 분들입니다. 부인은 집에서 요리도 하고 애도 키우고 밭도 갈고 애 업고 땅도 파고 씨도 심고 작물이 익으면 수확도 합니다. 돈도 벌어야 되면 농사지은 농작물들 바리바리 싸갖고 나와 장사도 합니다. 확실히 노점상의 상인 중 남자를 본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부인들이 이런 행태에 불만을 갖는다하더라도 친정으로 쪼르르 달려가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몸값을 받아버렸기 때문에 친정에서도 받아줄 수가 없는 것이죠. 이런 처우에는 대부분 그러려니하고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 등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을 때도 이혼은 어렵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신랑이 결혼 때 지불한 지참금을 고스란히 물어줘야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이도 전부 떠맡아 양육해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받은 지참금으로 집이라도 짓는 등 전부 써버렸을 경우 돈을 물어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혼은 꿈도 안 꾼답니다.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내더라도 혼자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서는 대기 힘든데, 아이도 하나가 아니고 보통 4명 이상 낳기 때문에 학비 생각도 하면 여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죠.

남성이 바람피우는 것에 대해서도 우간다 여성들은 굉장히 관대한데, 일단 전통적으로 이 사회가 일부일처를 채택한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현대에도 일부다처식 사고가 용인되는 분위기입니다.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거야 뭐- 나랑 있을 때만 내 남자인 거지’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2007년, 신랑 지참금을 없애자는 취지로 결성된 MIFUMI라는 단체는 우간다 정부와 헌법채판소에 지참금을 위헌판결해 달라는 소를 냈습니다. 2009년 이 건으로 청문회가 열렸지만 심판은 연기됐습니다. 우간다의 지참금과 관련된 관습법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가 시골 지역(사실 캄팔라 아니면 다 시골이죠ㅡㅡ)에서는 여전히 널리 용인되고,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가 관습법에 매여있기 때문일뿐 아니라 예의범절이나 식의 진행 등에서 우간다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제도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신부값(Bride Price)를 아프리카 결혼 제도에서 가족을 갖는 허가제(the license of owning a family in the African institution of marriage)로 묘사했습니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조종하기 위해 구입하려 지불하는 돈(the price is considered the purchase price of a wife, and the husband exercises economic control over her)으로 묘사합니다. 두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1세기 들어와서 많은 아프리카 나라에서 이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적도 기니,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가나, 세네갈, 남아프리카, 르완다 등의 국가들에서는 좀 심각하게 제도 철폐나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지참금 제도가 없어져야하는지, 아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나 이 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말대로, 이런 행사나 예의를 지키는 일이 이 나라의 문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거니와 전통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사고, 그로 인해 인간과 인간이 평등한 위치에 서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일은 분명, 옳지 못한 일이죠. 사회가 더 현대화되면 이 제도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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