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아하세요?

오늘 서재 장을 정리하다가 아직도 주인을 못 찾은 꼬히바Cohiba siglo II 두 대가 나왔습니다. 물뚝님도 담배 이야기를 자주 하셨었고(내가 담배 피우는 법, 내가 담배 피우는 법 2부), 시가도 본 김에 오늘은 시가 얘기를 하겠습니다.

Cohiba siglo II

시가Cigar?

시가는 바짝 말려 발효시킨 담배잎을 단단하게 만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뚱뚱하고 큰 담배입니다. 브라질, 카메룬, 쿠바, 온두라스, 칠레, 푸에르토 리코 등에서 생산되는 시가를 상품으로 친다는데 아직까지 피워본 시가가 쿠바 것밖에 없어서 다른 나라 시가는 어떤 맛인지 모르겠어요. 담배(궐련)cigarette와 두드러지게 구별되는 것은 역시 사이즈와 흡연 방법. 담배는… 시가를 피우기 쉽게 만들어놓은 개량형 정도로 보인달까…(비흡연자한테 상세한 구분을 바라면 욕심쟁이!!) 담배tobacco 밭에서 잎을 수확해 양질의 잎은 시가로, 남은 잎들에 향이나 화학물 처리 등을 하고 잘게 잘라 종이에 말고 필터를 끼운 것이 담배(궐련)라는 정도로만 구분지어야겠습니다. 자세한 구분은 그알싫에서 물뚝님이 하셨던 담배 얘기를 참고해주세요. 

시가는 부위별로 이름이 다릅니다. 불 붙이는 곳은 발foot, 긴 대는 몸통body, 입에 무는 부분은 머리head로 구분해 부르니 시가를 피울 땐 “머리를 잘라줘(참수…의 이미지가 떠오르는건 뭐지)”라든가 “발에 불을 붙여줘(이것도 좀… 무서운데…)”처럼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종류

과거에는 쿠바의 시가 공장들마다 자사의 시가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기 다른 사이즈 명칭을 사용했고, 명칭이 같다하더라도 사이즈가 다른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이에 혼란을 느낀 소비자를 위해(좀 더 쉽게 팔아보려고) 생산자들은 시가의 형태를 크게 두 개로 나눠 그룹화를 시도했습니다. 해서,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시가는 몸통의 모양에 따라 원통형(보통형)parejos, 특별형figurados 두 가지 종류가 되었습니다. 

원통형(보통형) 시가, parejos

특별형 시가, figurados

이름 붙이기

쿠바 시가는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첫째는 시장 혹은 판매명, 둘째는 공장 이름, 셋째는 별칭.

판매명은 시가 한 대마다 위에 종이로 붙어있거나 개별포장에 박혀있는 이름입니다. 꼬히바Cohiba나 몬테크리스토Montecristo처럼 우리가 아는 그 이름이죠. 공장명은 말 그대로 공장에서 불리는 이름인데, 특정 시가 타입을 구분하기 위해서 몸통 지름ring size, 전체 길이length, 몸통 모양shape, 머리 모양cap finish에 따라 분류하는 겁니다. 별명은 뭐- 별명이니까. 부르는 사람들 마음대로 동네따라 다르기도 하고 그렇다고 하네요.  

빠르따가스 시가 공장

아바나Habana에서 제가 찾아갔던 곳은 국회의사당Capitolio 뒷편의 빠르따가스 시가 공장Real Fábrica Tabacos Partagás이었습니다. 1845년부터 시가를 생산해낸 공장이죠. 시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꼭 보고싶어 아바나에 가기 전부터 투어를 찾아봤습니다. 4층짜리 벽돌건물이었는데 공장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투어를 신청하면 1층 관리실에다 카메라랑 가방을 전부 맡기고 투어 가이드를 따라가게 됩니다. 

빠르따가스 시가 공장.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투어가 진행되는데, 2층으로 올라가 처음 보는 곳은 말린 담배잎을 분류, 보관하는 곳입니다. 한 켠에 잘 마른 흙색(진한 갈색)의 커다란 이파리들이 차곡차곡 예쁘게 쌓여 있습니다. 이걸 작두로 잘라 재단해놓은 마른 잎에 빽빽하게 채워 돌돌 말면 시가가 만들어집니다. 마른 담배 잎이 쌓여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찍어오고 싶었지만 아쉽게 카메라는 맡겨놓은 상태였고 투어 끝무렵에 샘플로 만들어둔 작업책상에서 시범을 보여주는데, 그걸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독서실 책상 폭의 작업대에서 한 사람이 작업한다. 재단된 잎에 마른 잎들을 차곡차곡 말아 놓고 

큰 잎을 당기면서 쫀쫀하게 말아주면 순식간에 한 대가 뙇!

2층에서 분류된 담배잎은 질에 따라 3층과 4층으로 운반됩니다. 3층에는 초보자들한테 시가 마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 4층에는 숙련공들이 시가를 마는 작업장이 있습니다. 작업장을 찍을 수가 없어서 위키피디아에 있는 1920년 작업장 사진을 가져왔는데, 이거랑 지금도 똑같습니다. 한국 60-70년대 영화에서 봤던, 미싱공장?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독서실 책상같은 길다란 작업대에 다닥다닥 붙어서 하루 8시간 시가를 맙니다. 잘은 모르지만, 전태일 아저씨가 일하셨던 곳이 이랬을까 싶었습니다. 

Ybor City cigar factory, 1920년 image from Wikipedia

작업자들이 마는 담배 잎은 무작위로 분배되기 때문에 작업자들 자신도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지 작업 당시에는 알지 못 한답니다. 잎 종류에 따라 시가 브랜드가 결정되고 가격도 달라지기 때문에 작업자들에게 “당신이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고 알려주면 빼돌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작업자들이 8시간 동안 시가를 말면, 그걸 전부 수합해 마지막에 감정사들이 크기, 모양, 향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정합니다. 

작업자들은 월급 이외에 자기가 작업한 시가 중 무작위로 하루 세 대씩 가져갈 수 있는데, 보통 이 시가들은 공장 옆 골목이나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싸게 팔립니다. 본인들이 낼름 피워버리는 것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파는게 돈벌이가 되니까 이름 없는 시가라도 팔아 돈을 버는게 낫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래서, 빠르따가스 시가 공장의 작업자들은 궐련cigarette을 피웁니다.

작업 중 잠깐 쉬러 나온 노동자

그래도 뭔가, 낭만적이라고 느껴졌던 건 이 작업장 가장 앞쪽에 신문을 읽어주는 사람을 위한 책상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빠르따가스 시가 공장이 시작됐던 1845년에는 라디오는 들을 수가 없었으니 작업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루 종일 신문을 읽어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답니다. 여전히 ‘신문 읽어주는 자리’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책상 위엔 라디오도 한 대 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요즘은 작업자들마다 이어폰을 끼고 mp3로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하더라고요.  

 

모든 투어의 끝은?

 어디든 똑같지만 모든 투어의 끝은 기념품 가게입니다. 1층 로비 가방 맡기는 곳 바로 옆에 시가를 브랜드별로 갖다놓고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정말 웬만한 브랜드들은 가격 대별로, 종류별로 다 있는데 저는 여기서 꼬히바Cohiba 5 대와 몬테크리스토Montecristo 20 대를 샀습니다. 점원 말로는 꼬히바가 제일 좋다는데 가격대는 전부 비슷비슷해서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기념품 샵의 진열장. 주문하면 여기서 박스를 빼 준다.

아, 주의할 점은- 국가 별로 반입할 수 있는 시가의 양이 제한되어 있다는 건데, 한국은 50 대까지던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선물할 사람도 많이 없어서 25 대만 사 왔는데 쿠바에서 멕시코로 넘어가다가 멕시코 공항에서 반입 수량을 넘었다고 세관이 잡는 바람에 싸웠던 어이없었던 일이 있었죠ㅡㅡ 심지어 통관신고서에 ‘시가 몇 대까지 반입할 수 있다’고 써 있는데 굳이굳이 “20 대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 “다섯 대 놓고 가라”고ㅋㅋㅋㅋㅋㅋㅋ 빠글빠글 우기는 멕시코 세관들이나 안 뺏기겠다고 통관신고서 들이밀면서 싸웠던 저나 생각해보면 다 똑같은 인간들이었어요ㅋㅋㅋㅋ 애 코묻은 돈으로 산 시가 뺏어서 피우면 더 맛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내주지ㅋㅋ 동양인에 여자애면 이런건 진짜 불편합니다ㅋㅋㅋㅋ

시가 얘기를 쓰다가 결국은 여행 얘기로 끝난 것 같은데- 저한테 시가는 ‘무슨 맛인지 맛만 보고 싶은데 한번 불 붙이면 너무 오래 두고 피워야 해서 곤란한’ 뚱뚱한 담배입니다. 다음에 쿠바에 다시 가면 또 꼬히바를 사 와야겠습니다. 아- 그때는 담배피우는 사람이랑 같이 가서 종류별로 사다가 한번씩 맛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uban cigar







1 thought on “시가, 좋아하세요?

  1. 시가는 한 번 불을 붙이면 30분~1시간까지 피울 수가 있어서 ‘break time’을 재면서 쉬는데 참 좋습니다만, 요새 한국에서 일반음식점 면허로 영업을 하는 술집에서는 전혀 피울 수가 없다보니 갖고 있는 시가들이 그냥 장식품으로 말라가고 있습니다;;; (일반 궐련과는 달라서 밖에서 2분~5분 피우다가 다시 꺼서 들고 오기가 좀 불편하죠.)

    농반진반으로 이번 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않는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술집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만든 거;;라는..

    많은 브랜드의 시가를 접한 것은 아닙니다만, 꼬히바는 정말 좋은 시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메오 이 훌리에따도 참 좋구요. 아, 담배하나 피우고 와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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